23년째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싸우는 사람들
2001년 6월 29일, 일제에 군인‧군속으로 끌려간 피해자와 유족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피해와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야스쿠니 무단 합사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오늘까지 유족들은 아버지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지금도 싸우고 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에 갇혀 있는 아버지의 이름을 빼라는 유족들의 지극히 당연한 요구에 야스쿠니 신사는 “당신 아버지는 당시 일본인이었고 천황을 위해 죽었으니, 합사는 정당하다.” “야스쿠니 신사에 신으로 모셔지면 모두가 하나의 신이 되기 때문에 분리할 수 없다.”라는 등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유족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일본 법정에서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으로 짓밟힌 가족사를 고통스럽게 진술하며 아버지의 이름을 빼라고 절절히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사법부는 유족들의 간절한 호소를 무시하듯, “원고들의 모든 청구 내용을 기각한다.”라는 한 마디를 남긴 채 도망치듯 법정을 빠져나갔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에 강제로 합사된 조선인을 아시나요?
1945년 8월 식민지 조선은 해방되었지만, 일제에 군인·군속으로 끌려간 수많은 조선인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는 조선인 희생자가 당시 ‘식민지의 국민’이었다는 이유로 야스쿠니 신사에 강제로 합사시켰습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청일전쟁을 비롯해 침략전쟁에서 사망한 일본인들을 ‘천황을 위해 싸우다 죽었다’라며 신으로 만들어 제사를 지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침략전쟁을 주도한 A급 전범 14명도 합사되어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에게는 합사 사실을 알리고 원호금을 지원하며 전사자들을 받들었지만, 조선인 피해자에 대한 처우는 달랐습니다. 유족에게 합사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고, 어떠한 배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피해자들은 식민지 백성으로 태어나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빼앗긴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피해자를 천황을 위해 죽은 전쟁 영웅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기록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된 21,000여 명의 조선인 무단 합사
1990년대 말, 유족들은 피해자의 기록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생사도 모르는 아버지의 기록을 찾는 과정에서 1990년대 들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제공한 강제 동원 명부에 기록된 아버지의 합사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사망 사실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유골도 찾아주지 않은 일본 정부가 야스쿠니 무단 합사까지 저질렀다니 유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2001년,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긴 법정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가 공모하여 1959년부터 1976년까지 2만 1,000여 명의 조선인 희생자를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했다는 사실도 명확해졌습니다. 심지어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60명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어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도 피해 생존자를 통해 고발되었습니다. 2007년 억울하게 합사된 생존 피해자와 유족들은 일본 정부와 더불어 야스쿠니의 책임을 묻기 위해 “야스쿠니 무단 합사 철폐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되찾아 오는 그날까지 포기할 수 없는 싸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은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침략전쟁을 ‘아시아 해방을 위한 성전’으로 왜곡하는 ‘야스쿠니사관’을 바탕으로 평화헌법을 바꾸고 ‘전쟁할 수 있는 나라 일본’을 향해 돌아가려 합니다. 야스쿠니 신사에 맞선 싸움은 동아시아의 모든 시민이 인권을 회복하고 역사 정의를 실현하여 평화롭게 살기 위한 투쟁입니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피해자의 이름을 빼는 것은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일제의 식민 지배를 벗어난 지 79년이 지났지만, 야스쿠니에 합사된 피해자들은 아직도 해방되지 못했습니다. 유족들은 억울하게 합사된 아버지의 이름을 되찾아 오는 그날까지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일제의 침략전쟁에 강제로 동원되어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들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지금도 싸우는 유족들에게 힘이 되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