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자료 톺아보기 60]
침략전쟁의 선전 도구로 이용된 쌍육 놀이 : 청일전쟁
⌈지나정벌개선쌍어육⌋(1894.12)
‘쌍육(雙六. 스고로쿠)’은 주사위를 이용해 말을 움직여 승부를 가리는 일종의 보드게임이다. 한무제(漢武帝) 때 서역에서 중국으로 전해졌고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유입되어 백제에서도 유행했으며 일본에서는 전통놀이 ‘스고로쿠’가 되었다. 쌍육에는 바둑처럼 반상 위에 말을 배치해 승부하는 반(般)쌍육과 그림판에서 말을 움직여 제일 먼저 결승점에 도착하면 이기는 그림[繪]쌍육이 있다. 현재 반쌍육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스고로쿠라 하면 대체로 그림쌍육을 일컫는다.
쌍육은 에도 시대를 비롯해 메이지, 다이쇼, 쇼와 시대에 걸쳐 새해 첫날 온 가족이 즐기는 명절 놀이로 자리잡았다. 초기에는 불교, 출세, 가부키 등을 제재로 했고 메이지 유신 후에는 문명개화, 부국강병이 주된 테마가 되었다. 특히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일본의 대외 침략전쟁을 주제로 한 쌍육이 다수 만들어져 일본인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전쟁 열기를 부추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쌍육은 우리나라 윷놀이처럼 개인별, 팀별 플레이가 가능하다. 각 플레이어가 번갈아 가며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만큼 말을 움직여 도착지점에 제일 먼저 도달하면 승리한다. 말 이동 방법은 위 그림처럼 시계방향으로 나선형으로 돈다. 다만 쌍육판 출발의 다음 칸처럼 ‘한 회 쉬기’ 또는 ‘나온 숫자만큼 뒤로 가기’ 등 함정 칸이 있어 게임의 묘미를 배가시킨다.
그림판은 총 33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칸에는 청일전쟁에 관련한 역사적 사실과 설명을 상세히 그려놓았다. 예를 들면 공사의 담판, 대원군 입성, 풍도 해전, 아산의 함성, 위해위(威海衛) 포격, 원산지대의 월경, 적함 침몰, 북경 성하(城下)의 맹서 등이다. 그림은 철저히 일본의 시각에서 근대적인 일본군과 낙후한 청국군, 진격하는 일본군과 후퇴하는 청국군을 대비해서 그렸다. 또한 안성 진격시 부상당했음에도 나팔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는 나팔수 시라카미 겐지로의 에피소드나 안성전투에서 적진에 뛰어들어 청국군을 격퇴하다 장렬히 전사한 마츠자키 대위의 일화를 그려넣어 애국심과 청국군에 대한 적개심을 고양하였다.
• 박광종 특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