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
강제동원 피해자운동 기록사진전의 큐레이터로 참여한
야지마 츠카사 사진작가
김혜영 학예부팀장
식민지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7월 28일까지 <강제동원 피해자운동 기록사진전>이 열린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 20년과 강제동원 대법원판결을 기념하고 피해자 운동을 기억하는 전시다.
전시를 준비한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 낯익을 수도, 낯설 수도 있는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야지마 츠카사(矢嶋宰). 이번 전시에 큐레이터로 참여한 그를 만나 전시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일본인으로 한국과 독일에서 활동가 겸 사진작가로 살아온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 연구소와 박물관 후원회원분들에게 간단하게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제 이름이 야지마 츠카사라고 하고, 야지마(矢嶋)가 성이고, 츠카사(宰)가 이름입니다. 대학교에서는 역사를 공부했었고, 그 다음에 사진을 배워서 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도 있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대학교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하고 친구가 되면서 일제강점기 역사에 관심도 생겼고, 방학 때면 아시아 여러 나라를 혼자서 방문하고 일본이 그때 당시에 어떻게 했느냐? 그런 것을 찾는 답사라고 할까요?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역사를 테마로 하는 사진작가로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2000년 8월 ‘동아시아 공동 워크숍’이라는 한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 워크숍에 참가했고요. 참가자를 모집하는 광고가 일본 신문에 나왔는데 위안부 할머니들과 만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꼭 참석하겠다고 다짐했고 그래서 처음으로 나눔의 집에 가서 할머니들하고 만났습니다. 그때는 할머니하고 교류하는게 목적이어서 같이 밥 먹고 춤추고 노래 부르는 그런 걸 주로 했고, 개인적으로는 좀 불만이 있었어요. 좀 더 역사를 배우고 싶다. 할머니들한테 좀 더 이야기 듣고 싶다. 그리고 사진도 찍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2002년에 개인적으로 나눔의 집에 연락해서 할머니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오라고 하셔서 할머니들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눔의 집에 있어 보니까 외국에서 방문객이 많이 왔었는데 이들에게 설명하거나 안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제가 할머니들 사진을 찍고 하는 모습을 보고 저한테 혹시 같이 일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 더라고요. 기꺼이 하겠다고 하고는 2003년 1월인가? 해가 바뀌면서 바로 나눔의 집에 와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3년 동안 일하다가 2006년에 독일로 갔고, 2019년에 다시 한국에 와서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 처음에는 역사를 전공하셨는데 지금은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계세요. 역사를 공부하신 계기가 분명 있을 텐데 역사가 아니라 사진을 찍어야겠다 이렇게 마음이 변하게 된 계기 같은 게 있었나요?
대학교 때 혼자서 배낭여행을 다녔어요. 그때도 조그마한 카메라를 가지고 찍고 있었는데, 사진에 대해서 뭔가 본격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거나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사진을 찍거나 그 정도였어요. 그런데 대학교 3학년 때인가 친구가 『노동자』라는 아주 유명한 사진집을 냈던 세바스티아노 살가도의 전시 입장권을 선물해 줬어요. 그 전시회를 보고 충격받았어요. 뭔가 앞으로 나도 사진 쪽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거죠.
• 그러면 활동가의 삶이 먼저가 아니라 사진작가의 삶이 먼저였네요?
아마 그럴 거예요. 일제강점기 역사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활동적으로 하겠다는 것보다 사진작가로 뭔가 하고 싶고, 기록을 남기고 싶었어요. 제가 원래 예술사진 쪽보다 기록사진이나 보도사진 같은 저널리즘에 관심이 있었고, 일본 근대사 아니면 일제강점기 역사를 테마로 사진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지금 식민지역사박물관 1층에서 전시하고 〈기록사진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사진작가로 활동은 계속해오셨지만, 큐레이터는 처음이시잖아요. 큐레이터로서 요청을 받으셨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저도 사진작가이고 개인적으로 사진 전시회를 열었던 경험이 있었으니까 사진 자체에 관심이 항상 많죠. 그래서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본 적이 없는 사진이고 제가 일제강점기에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 왔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 일본 성노예 문제와 관련하여 주로 활동해 왔던 사람이라서 제가 강제동원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좀 불안한 부분도 있었어요. 근데 김승은 실장님하고 만나고, 또 이희자 선생님도 같이 하신다고 들었거든요. 이희자 선생님은 어떤 사진이든 그 사진을 보면 언제 어디서 찍었었고 어떤 내용이라는 걸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런 분이 계셨으니까 오히려 제가 큐레이션을 했다기보다 이희자 선생님이 큐레이션을 했던 것이 맞 는 것 같아요. (웃음).
사진전에 사용할 사진을 고르는 것은 1단계 2단계 3단계 4단계 이런 식으로 해서 맨 처음으로는 여기 계신 분들이 어느 정도까지 사진을 선택했고, 그 다음에 이희자 선생님하고 이야기하면서 선택하고 그런 식으로 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사진을 보면서 내용적으로 중요한 사진, 그리고 시각적으로 봤을 때 인상적인 사진을 선택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배웠던 게 있는데, 일단 사진작가들은 사진을 촬영할 때부터 나중에 전시할지도 모른다는 걸 어느 정도 생각하면서 작업해요. 어느 정도 머릿속에서 계획적으로 생각해서 작업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근데 제가 이번에 전시를 통해서 봤던 사진들은 그런 생각이 없이 그냥 그 장소, 거기에 있었던 활동가들이 찍은 거 잖아요. 포커스도 안 맞고 노출도 안 되고 어떤 사진은 구도도 안 되고. 이거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고민이 있었어요.
사진작가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똑같은 장면이라도 구조적으로 종합적으로 조금이라도 예쁜 사진을 쓰고 싶은 게 있어요. 근데 또 다르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으로 하는 전시회가 아니라면 제가 뭘 할 수 있겠느냐라고 생각했을 때, 잘 안 보이는 사진을 잘 보이도록 제가 가지고 있는 기술로 사진에다가 생명을 주겠다고 할까요? 그런 마음으로 계속 작업을 했고 아주 재미있었어요.
• 사진작가로서 개인적으로 하셨던 사진전과는 좀 많이 달랐던 전시였겠어요.
그렇죠. 사진작가로 찍었던 사진을 골라서 큐레이터하고 상의하면서 전시하는 작업을 했었는데 이번은 반대였어요. 사실 예술을 하는 사람하고 큐레이터라는 게 항상 싸우거나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웃음). 작가는 작가의 생각이 있고, 큐레이터는 다른 작품이 좋을 때가 있을 거고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마음으로 좀 이해가 됐어요.
• 그럼 이번 전시에서 큐레이터로 조금 더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점이 있을까요?
이번 전시 사진은 기록사진으로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잘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활동사진이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똑같아 보이는 사진들이 되게 많잖아요. 비슷하게 생긴 사진이 계속 나오면 사람들이 끝까지 안 보고 그냥 지나가는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끝까지 사람들이 잘 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편집했다고 할까? 그런 작업을 했어요. 가능하면 비슷한 사진보다 좀 다르게 보이는 사진, 다양한 사진이 나오게 했어요.
• 큐레이터로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분들이 어떤 의미를 찾았으면 하시나요?
지금 전시된 사진들은 거의 80년대 후반 시기부터의 피해 당사자들과 그분들의 유족들이 찍힌 사진입니다.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 개인의 인권을 위해서 계속 투쟁 활동을 해왔었습니다. 법정투쟁도 있었고, 직접 회사 앞이나 국회 앞에서 시위활동도 했었습니다. 여러 방법으로 계속 활동해 왔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것을 사진전을 보는 사람들이 생각했으면 좋겠고요. 두 번째는 한일 활동가들이 서로 교류를 하면서 아마 갈등도 있었을 거예요. 갈등도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40년 동안 서로가 노력해 왔었고 그렇게 교류해 왔다는 그 부분도 보는 사람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잘 듣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가해자가 자기의 나라, 자기들의 사회가 가진 문제를 자발적으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일본 스스로가 자기가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떤 잘못이 있느냐 자세하게 알아보고 연구도 하고 조사도 하고 피해자한테 이야기도 듣고 가해 당사자한테 가서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기록해야 입체적으로 역사라는 게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 그러고 보니 일본과 독일이라는 두 전범국에서 모두 생활해보셨어요.
예. 그러니까 제가 가해국 일본에서 태어났고, 다음에 그 피해국인 한국에서 경험했고. 그 다음에는 (일본과 같은) 가해국인 독일에 가서 독일이 어떤 식으로 했느냐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요새 독일에서도 나치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보지 않은 정당이 생겼어요. 이주민을 반대하거나 차별하거나 그런 것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독일처럼 2차 대전 나치시대 때의 잘못을 열심히 청산해 왔던 국가도 이런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걸 보니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차별이라는 걸 이 세상에서 없애버릴 수가 있을까요? 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인간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차별이라는 게 계속 발생하는데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시민사회가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 활동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주세요.
앞으로도 기본적으로 사진은 찍겠죠. 지금까지 할머니들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찍고 배웠잖아요. 제가 작년부터 시작했던 것은 일제의 역사 자체, 역사적인 장소가 있잖아요. 그런 곳에 방문해서 좀 더 멀리서 보고 현대 사회에서 그 역사적인 장소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입장인지, 어떤 상황인지 그것을 좀 해석하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기본적으로 저에게 사진이라는 게 다 초상 사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사람을 찍었 고, 앞으로는 역사적인 현장 역사의 장소를 찍으려고 해요. 변한 것 같지만 밑에서는 다 연결된 사진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