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의 ‘전체 역사’에서 빠진 한국인 ‘강제동원’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부정과 이를 용인한 한국 정부를 규탄한다
7월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불법적인 식민지배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사도 광산으로 강제동원 되어 강제노동에 시달린 피해자의 역사를 일본 정부가 제대로 기록하도록 한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노력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https://www.minjok.or.kr/archives/140428)
오늘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대표는 등재 결정 발언을 통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기록하겠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용어를 썼다.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용어는 2018년 10월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이후 당시 아베 총리가 ‘강제성’을 부정하고 강제동원의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만들어 낸 말이다. 일본 정부는 아베 정부의 역사부정론을 대표하는 이 용어를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쓰고 있다.
이는 2015년 메이지산업혁명유산 당시 조선인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노동”을 당했다는 일본 정부의 발언에서도 대폭 후퇴한 내용이며, 일본 정부가 역사부정론을 관철시킨 결과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의 역사부정론을 아무런 비판 없이 용인했다.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역사의 진실을 일본 정부에게 양보한 외교 실패가 아닌가.
한국인 노동자에 관한 전시공간도 사도광산의 최신 안내시설인 ‘키라리움 사도’가 아니라 사도광산에서 2Km 떨어진 기타자와지구(세계유산 제외)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의 한 구획에 설치된 것에 불과하다.
전시에서도 ‘강제동원’이 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으며, ‘한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광산노동자의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되었다.
한국 정부는 사도 광산 한국인 노동자의 ‘존재’를 보여주는 전시가 이루어졌다며 외교적 성과로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강제성’을 숨긴 일본 정부의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어떻게 외교 성과로 자랑한다는 것인지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인식을 심각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사도광산 곳곳에는 식민지 조선에서 끌려가 강제노동의 고통에 시달린 피해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있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역사를 숨기려고 해도 한국인 강제동원의 역사는 결코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사도광산에 끌려간 1,500여 조선인 노동자의 명부 공개를 비롯해 사도광산이 역사부정의 현장이 아닌, 강제동원 피해자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기억하는 진정한 세계유산의 현장으로 만드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4년 7월 27일
민족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