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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소개] 『역사와 책임』 14호 (통권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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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책임』 제14호 소개 <다운로드>

저자 민족문제연구소·포럼 진실과정의 l 출판사: 민연주식회사 l 13,000원 ㅣ352page l 발행일: 2024.6.30. l ISSN 2233-9833 l 9772233983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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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 식민지시기 재조일본인과 전후 ‘재외재산’ 처리 문제
○ 패전 직후의 재조일본인 인양과 조선통치인식 │ 기무라 겐지
○ 통계자료로 본 식민지시기 대만 거주 일본인 현황 │ 중수민
○ 『재외사유재산실태조사표』의 구성 및 수록내용 검토│ 김명환
○ 『재외사유재산실태조사표』를 통해 본 재조일본인사회 – 오카야마현 ‘조사표’를 중심으로 │ 박수현

기획연재 │ 세계의 과거사 청산, 어디까지 왔나?
○ 브라질의 민주화와 이행기 정의 실천의 경험 │ 최용주
○ 독일 현대사 연구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 – 팔레스타인 문제를 경시한 배경 │ 후지와라 다쓰시

현장소식
○ 빨갱이 무덤 │ 구자환
○ 노동자상의 모델이 일본인이다? – 김서경ㆍ김운성 대 이우연 사건 판결 소개 │ 이상희

기억과 예술
○ 되살아나는 역사와 흔적들 – <되살아나는 목소리>(박수남/박마의 감독, 2023) │ 황미요조

자료소개
○ 골령골 유해 발굴의 기록과 의미 │ 임재근

서평
○ 집단 파괴의 자유만 있는 곳의 이방인에게 자유를 –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탄압에서 보는 민간인 집단학살의 뿌리 │ 김종철 지음, 『야만의 시간』, 진실의 힘, 2023 │ 신기철


여는 글

조경희 (『역사와 책임』 편집위원,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부교수)

올해 2024년은 훗날 어떻게 기록되고 기억될까. 뉴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은 그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고, 과거사 문제를 ‘걸림돌’로만 바라보는 그들의 반역사성은 이 사회의 집단지성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다. 무관심의 문제만은 아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역사 왜곡도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회에서 안경과 마스크를 벗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 조사1국장 황인수의 뻔뻔한 태도는 이 형국을 상징한다. 국가정보원 출신인 그는 과거에 진도간첩단사건 조작을 부인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막말과 망언을 떠나서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을 다시 간첩으로 만드는 이 과정은 과거사 청산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모욕이다. 정치적 선택에 대한 대가는 크지만 향후 이들에 대한 진실규명의 기회도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이번 14호에는 4편의 특집논문과 2편의 기획연재, 5편의 코너 글이 실렸다. 먼저 특집으로는 「식민지시기 재조일본인과 전후 ‘재외재산’ 처리 문제」로 4편의 논문을 실었다. 이번 특집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수행하는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 〈재조일본인의 사회경제자료 통합DB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2024년 2월에 개최된 국제학술회의 성과들을 특집으로 묶은 것이다.

기무라 겐지(木村健二)의 글은 일본의 패전 후 재조일본인 인양(引揚) 과정에서 나타난 조선통치에 관한 인식을 당시 관계기관(주로 경성일본인세회회, 외무성 특별조사위원회)과 그곳에 연루된 주요 인물들의 입장을 통해 실증적으로 접근했다. 여기에는 제국주의적 시선의 연장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 새로운 조일관계 수립에 대한 전망 등 획일적이지 않는 입장들이 섞여있었음을 알 수 있다.

중수민(鍾淑敏)의 글은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일본 식민통치의 특성과 대만에서의 일본인의 현실과 특성을 분석하였다. 일본인들은 전체인구의 6%에 불과했지만 총독부의 각종 시책은 일본인들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중적인 도시 구조와 주거 공간, 또 대만인과의 갈등 등 조선의 경우와 거의 유사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 국민당의 억압을 겪은 후 대만은 일본 식민지배에 대해 알 수 없는 친밀감을 갖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위의 두 글은 일본 식민지배의 공통 기반과 동시에 조선과 대만 각 사회의 탈식민적 상황의 특수성을 비교분석하는데 시사적인 논점을 제공해준다.

한편 김명환과 박수현의 글은 1964년 일본 정부의 의뢰를 받아 인양자단체전국연합회가 작성한 「재외사유재산실태조사표」를 검토한 것이다. 김명환은 「조사표」의 작성 경위, 수량, 유형적 특성, 기입내용 분석을 통해 귀환 일본인들이 패전 직후부터 재외재산에 대한 권리 확보 및 보상청구운동에 적극적이었거나 재외사실조사에도 상당한 이해와 요령을 습득하고 있었던 점을 지적했고, 또 「조사표」의 지역별 차이에 대해서도 밝혔다.

박수현은 오카야마현 「조사표」 분석을 통해 공무직과 상공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직업구성의 특징을 밝혔다. 여기서 저자는 농업 위주의 조선인들의 직업 구성과는 상반된 재조일본인들의 직업 구성이 식민지 체제의 차별적인 직업 구조와 무관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이상의 내용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진행 중인 DB구축사업의 구체적 성과임과 동시에 귀환 일본인들의 실태와 식민지 인식, 그리고 재외재산 보상청구운동 등 전후 식민자 측이 직면한 탈식민적 문제를 보여주는 귀중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향후 비판적 연구의 발전이 기대된다.

기획연재 〈세계의 과거사 청산〉에서는 브라질과 독일의 사례를 다뤘다. 최용주는 민주주의로의 이행 이후 국가진실위원회 활동으로 귀결되는 브라질의 이행기 정의 실천과정을 검토하고 그 의미와 한계를 밝혔다. 이 글에서는 ‘연성독재’로 불릴 만큼 상대적으로 온건했던 브라질의 군부독재가 오히려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지연시킨 역설적인 상황을 볼 수 있다. 타협적인 정치 이행, 인권탄압 가해자를 면책하는 사면법, 군부독재로의 향수 등으로 인해 다른 남미국가에 비해 브라질의 과거사 청산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민주화 이후 경제와 범죄에 대한 불안이 결국은 공권력의 인권탄압과 극우파 세력 부활을 부추긴 브라질의 현실에서 우리는 과거사 청산이 민주주의의 핵심적 과제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한편 독일 현대사 연구자인 후지와라 타쓰시(藤原辰史)의 글은 전후 독일의 진보적인 사상가나 나치즘 연구자들이 빠지게 되는 나치 학살의 절대화, 특히 유대인만을 피해자화하고 다른 학살문제를 외면하는 경직된 역사관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전후 서독은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에 대한 간접적 책임을 피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보상과 군사적 지원을 지속했다. 그는 아우슈비츠를 ‘유일무이한 악’으로 간주함으로써 나치즘 연구자들 스스로가 홀로코스트와 나치즘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전쟁 난민 캠프에서 선진국으로 흘러가는 현대판 성노예・농업노예 시장을 언급하면서 20세기 식민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다양한 수용소의 역사를 연결시킨다. 후지와라의 글은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이 끊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편중된 역사관이 현재까지도 얼마나 커다란 부정의를 재생산하고 있는지 묵직하게 호소한다.

〈현장소식〉 코너에서는 2편의 글을 실었다. 먼저 다큐멘터리 감독 구자환이 민간인학살 문제와 대면해온 20년을 기록했다. 민간인학살 사건을 전혀 알지 못했던 자신과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부끄러움으로 인해 작업을 시작한 그는 경남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외롭고 기나긴 촬영을 이어갔다. 그의 여정이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던 것은 단지 사람들이 사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곳곳에 깔린 레드콤플렉스, 다시 말해 학살 문제에 대한 의도된 무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역이 학살지”이자 “전 국토가 무덤”인 나라에서 학살사건은 서로 맞물려 있으며 늘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모든 학살사건에 관해 ‘국가지정추모일’을 제정하고 국가가 잘못을 반성함으로써 비로소 인권과 생명이 존중되는 나라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변호사 이상희의 글은 <평화의 소녀상> 작가 김서경, 김운성이 『반일종족주의』 필진인 이우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위와 그 판결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김서경, 김운성이 제작한 ‘강제징용 노동자상’에 대해 이우연은 그것이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또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은 없었다”며 역사를 부정했다. 1심에서는 이우연의 행위를 ‘사실의 적시’로 보고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으나, 2심에서는 그것을 ‘의견의 표명’으로 보고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상희는 이우연이 노동자상의 상징성을 부정하기 위해 작가들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임을 다시 확인하면서, 그의 발언에 ‘공공의 이익’까지 덧씌워 법으로 보호하는 참담한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기억과 예술〉 코너에서는 박수남, 박마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되살아나는 목소리>(2023)에 대한 비평을 실었다. 이 작품은 박수남이 그동안 찍어온 50시간, 10만 피트 분량의 16mm 필름의 일부를 영화화한 것이다. 황미요조는 영화에서 박수남의 위치성과 삶이 그가 카메라에 담아낸 증언들과 맞물려 교차하는 순간들을 포착하고, 동시에 박수남의 딸이자 공동감독인 박마의의 목소리와 시선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매개로 해석한다. 매끄럽게 언어화할 수 없거나 신체적인 차원에서 표현되는 이 영화의 에너지에 대해 그는 가야트리 스피박을 인용하면서 기존 비평의 틀을 ‘초과’하는 이질성의 흔적을 읽어내고 있다.

<자료소개> 코너에서는 임재근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한 골령골 유해 발굴 기록을 총 3권의 보고서를 통해 소개했다. 발굴의 시기와 장소, 발굴된 유해와 유품의 기록들은 그 자체가 처참한 학살의 현장을 상상하게 만드는데 충분하다. 유품을 통해 형무소 재소자들이 처형된 경우와 재소자가 아닌 이들도 희생된 경우가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또 주로 남성이지만 여성의 것으로 가늠되는 유해도 해마다 발굴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골령골에서 총 1441구의 유해가 수습되었다. 유해 발굴은 유해를 현장에서 이탈시켜 상징성을 사라지게 하는 역설이 있다고 하면서도, 진실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국가의 신뢰회복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서평> 코너에서는 신기철이 김종철의 『야만의 시간』(2023)을 소개했다. 이 책은 한통련으로 알려진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에 대한 인권 탄압의 기록이다. 1970년대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으로 다수의 재일동포들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중앙정보부는 한민통(한통련의 전신)을 반국가단체로 만들었다. 그 후 이 단체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누구든 국가보안법의 희생양이 되었다. 신기철은 국가보안법을 집단파괴의 권리로 설명한다. 그리고 이 책이 집단파괴의 권리만 남은 사회가 어떤 범죄를 저지르는지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말한다. 이 야만에서 벗어나는 길이 개별 인권 침해만이 아니라, 집단 파괴 범죄를 규명하고 시민 집단의 저항권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오늘 날의 모든 소수집단의 권리문제와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호는 그 어느 때보다 일본, 재일동포, 디아스포라와 관련된 글들이 많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한일 과거사 문제가 늘 핵심적인 사안이고, 또 재일동포처럼 ‘사이’에 서는 존재가 국가권력의 희생양이 되어왔기 때문이라 하겠다. 이 글을 쓰면서 2023년 말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남한 국가폭력의 피해자 가족으로 고통의 시간을 살다가 1990년대 이후 일본의 퇴행에 맞서 반식민주의를 주장한 서경식은 동시대 지식계와 재일동포 후세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역사와 책임을 말하는 것이 세상과 연결되는 길임을, 야만의 시간을 버티는 힘임을 강조한 보기 드문 사상가였다. 이번 호의 풍성한 글들을 읽으면서 다시 그의 말을 되새기게 된다.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사유의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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