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오마이뉴스] “일제 식민통치 옹호하는 사람이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라니”

25

광복회원들, 김낙년 원장 취임식 행사 진입 시도… “반민족적 인사 사퇴하라”

▲ 김갑년 전 독립기념관 이사이자 고려대 교수가 광복회 대표로 한국학중앙연구원 김낙년 신임 원장 임명 철회 및 사퇴 촉구 성명을 원장 취임식이 열리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건물 안에서 읽고 있다. ⓒ 광복회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2일 열린 신임 원장 취임식에서 광복회가 김낙년 신임 원장의 반민족적 성향을 이유로 취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낙성대경제연구소에서 이사장을 맡아온 김낙년 신임 원장은 일제가 식량을 강제로 가져간 것을 수출로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일제강점기의 징용과 위안부 문제에서 강제성을 부정하고,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언급한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친일적이고 반민족주의적인 성향을 보인 인사가 민족 정신의 근간을 다지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원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광복회의 입장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김낙년 신임 원장 취임에 대한 반발을 예상해 정문에 경비원 3명과 연구원들을 배치하고, 사전에 성남 분당경찰서에 반대 집회 가능성에 대해 문의한 상태였다. 이는 김낙년 원장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인사라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광복회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교육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국민의 알 권리와 발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연구원의 운영 방침과 원장 선출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연구원 정문 앞에서 “김낙년 박사의 취임은 부적절하다”며 항의의 뜻을 강하게 밝혔다.

경비원들은 “행사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며 광복회의 진입을 제한하려 했지만, 연구원이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었다.

▲ 이번 행사가 초청장을 받은 내부 인원만을 대상으로 한 ‘내부 행사’라고 설명하며 광복회 참석을 막아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 광복회는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 국민의 참석 의사를 저지할 권리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 광복회

광복회 측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행사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의 행사로 공지되었으며, 국민의 권리로서 취임식 진행을 지켜볼 의무가 있다”고 말해 건물에 입장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학중앙연구원 측은 이번 행사가 초청장을 받은 내부 인원만을 대상으로 한 ‘내부 행사’라고 설명하며, 외부인의 참여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며 취임식이 진행되고 있는 대강당으로 올라가는 것은 끝까지 막아섰다.

ㅍ
▲ 광복회 회원들이 한국학중앙연구원 김낙년 신임 원장의 취임에 반대하려고 들어오자 연구원 측은 이들의 취임식 참석을 저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광복회의 취임식 참석을 법적으로 완전히 막을 근거가 없기 때문에, 연구원 측의 저지 행위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광복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내부 행사에 외부인이 참여할 수 없다”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측의 주장만을 지지해 주지는 않았다. 광복회가 취임식 방해 목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김낙년 신임 원장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를 경찰 정보관에게 설명하는 고려대 김갑년 교수 ⓒ 광복회

전 독립기념관 이사이자 고려대 교수인 김갑년 교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설립 목적은 민족의 혼을 널리 알리고 이를 한국학 연구의 기초로 삼는 데 있다”며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우리 민족의 능력을 부정하는 인사가 원장에 임명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학문의 자유는 존중해야 하지만, 민족 정신을 훼손하는 발언을 한 인사를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임명에 항의하기 위해 찾아온 우리를 막아서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연구원의 구성원들이 이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것을 촉구했다.

▲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 지부장이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신임 원장 임명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 광복회

한편, 현장에선 한 연구원 직원이 광복회 측에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광복회는 이 발언이 김낙년 원장의 임명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광복회는 “먹고 살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희생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 발언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 지부장은 경기도에서 한국 교육의 근간이 되는 곳에서 반민족적인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경기도지부장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생각하지 않는 죄”를 언급하며 역사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행위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 그는 “생각하지 않는 죄를 짓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는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역사 앞에 부끄러움을 남기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경찰 정보관은 광복회에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교육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원장 임명과 관련된 사항 역시 교육부의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행사 참석과 관련된 불만이나 문제 제기는 교육부에 공식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광복회는 결국 김낙년 신임 원장 취임식 참석이 부당하게 저지당한 것에 대해 추가적인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취임식이 끝날 때까지 연구원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광복회는 김낙년 원장의 임명 철회 및 사퇴 촉구 성명을 연구원 건물에서 발표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낙년의 임명철회와 사퇴를 촉구한다.

김낙년 신임원장은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으로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옹호하고 정당화하고 있다.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일본 우파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으며 “일제는 조선을 수탈하지 않았다”, 강제징용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들은 성노예가 아니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근거는 없다”, “일본 강점이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라는 등의 주장들을 하며 8.15 광복 79주년을 앞두고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식민지근대화론’을 펼친다.

이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미션인 ‘한국학 진흥 및 민족문화 창달’은 물론이고 ‘우리의 어제이자 오늘이며, 미래 자산인 한국학 연구에 앞장서 온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한민국의 찬란한 기록문화유산,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학, 그 중심에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있습니다’라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홍보책자 첫 페이지의 내용과도 상반되는 반민족적 친일 활동이며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학문적 성향은 개인의 자유이다. 다만 그 성향이 봉직해야 할 기관의 운영 목적과 맞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민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민족의 가치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문적 성향의 인물이 원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위법이다. 김낙년의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임명이 철회되어야만 하는 당위성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적 민주주의와 평등사상은 독립운동이 추구하고 만들어 낸 것이며 독립운동이 없었으면 대한민국이 없었다고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말하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렇게 우리의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억하고 뜻을 이어가는 역사적 상징과 우리 민족의 자긍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다.

교육부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사명과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고 우리 민족의 역사와 독립운동에 대한 존중과 경의를 보장하기 위해 김낙년의 임명을 철회하여야 한다. 김낙년 원장 역시 독립운동에 대한 우리 국민의 기억과 존경을 상실시킬 수 있음을 명심하고 원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2024년 8월 2일 (전)독립기념관 이사 김갑년

이광길 기자

<2024-08-03>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일제 식민통치 옹호하는 사람이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라니”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