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 130년 · 러일전쟁 120년이 되는 해를 맞아, 근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은 두 개의 전쟁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재단법인 역사와책임이 공동주최하는 기획전 〈한반도 운명을 바꾼 그들의 전쟁〉은 조선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두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재해석을 담고 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근대 동아시아 삼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역사적 분기점이 되었음은 물론, 국제 역학관계의 변화까지 가져온 세계사의 중대 사건이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두 차례 전쟁의 결과, 조선은 식민지로 청국은 반식민지로 전락하는 단서가 열렸으며, 제정 러시아는 급격하게 몰락의 길로 들어선 반면 일본은 제국주의 열강의 반열에 오르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둘러싸고 전개된 양대 전쟁은 전장이 되었던 한반도에 막대한 물적·인적 손실을 끼쳤으며, 조선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청국, 러시아라는 대국과의 정면 승부에서 승리한 일본은 이를 계기로 천황제 군국주의를 확고히 하고, 1945년 패망할 때까지 반세기간 지속적으로 침략전쟁을 확산시켜나갔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조선은 주체가 아니었으나 가장 큰 피해를 당하며 궁극에는 국권상실이라는 비극적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한반도를 둘러싼 두 개의 전쟁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타자가 아닌 우리의 인식’ 속에서 ‘부분이 아닌 전체’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기획되었다. 관계자는 “동학농민혁명과 청일전쟁 130년, 러일전쟁 120년이 되는 해를 맞아 이 사변들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세기를 넘어 재현되고 있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격돌이라는 현실 속에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가늠해 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전시는 1부 조선 정탐과 침략지도, 2부 그들의 전쟁, 일그러진 성공신화, 3부 불편한 기념, 왜곡된 기억으로 구성하였으며, 민족문제연구소가 30여 년간 기증받고 수집해온 청일전쟁 · 러일전쟁 관련 희귀자료 26건 58점이 공개된다. 주목할 만한 자료로는 청일전쟁 두루마리 2권을 포함한 니시키에(다색판화) 38점을 비롯하여 각종 풍속화보·침략지도·군용회화책·기록사진집을 들 수 있다. 당시 열강과 동아시아의 국제정세를 날카롭게 비판한 풍자화 32점도 전시된다. 이 생생한 실물자료들은 일제가 어떻게 일본국민들에게 전쟁의 광기를 확산시키고, 동학농민군 학살 등 반인도적 야만행위를 은폐하여 침략전쟁을 정당화하였는지를 설득력 있게 증거하고 있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8월 2일부터 12월 29일까지 5개월간 계속되며, 전시 기간 중 특강과 학술심포지엄도 진행한다.
전시문의 : 02-2139-0437 / 김승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