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KBS, 기미가요·뒤집힌 태극기·이승만 미화 논란에 사장 사퇴 요구까지
“친일 감수성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용산부터 여의도까지 줄줄이” 거센 비판
광복절 0시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기미가요가 등장하는 공연(오페라 ‘나비부인’) 영상 송출. 광복절 경축식을 앞둔 일기예보 배경화면에 태극기 좌우가 뒤집힌 이미지 사용. 이승만 친일·독재 미화 논란의 다큐멘터리 영화 방영. 제79주년 광복절 하루 공영방송 KBS에서 불거진 논란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뉴라이트 인사 전진 배치 속에 공영방송 KBS에서 이 같은 일이 잇따르자, 언론·시민단체와 독립운동 단체들까지 박민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광복절 다음날인 1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90여개 단체가 속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독립유공자와 후손·유족으로 구성된 대한광복회 이해석 이사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8·15 광복절은 굉장한 기쁨과 환희를 갖는 날이었다. 0시 ‘땡’ 칠 때 기미가요를 내보낸 박민 사장을 비롯한 집행부(경영진)를 성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언론이 무엇인가.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을 바로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이어 “KBS에 바로 살아 있어라, 깨어 있어라 말하고 싶다”면서 “올바른 언론을 통해 온 국민에게 알려주는 KBS가 되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리면서 박민 사장 내려오라 외치고 싶다”고 목소리 높였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일련의 논란을 두고 “모두 낙하산, 대통령 친구라는 박민이 KBS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벌어진 일”이라며 “KBS를 역사 왜곡의 도구로 만들어버린 임원진을 끌어내려 그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제가 일하고 싶었던 KBS는 이런 모습이 아니다.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고 정권을 매섭게 비판하는 공영방송에 걸맞는 국민의 방송 KBS이기를 원했다”며 “어제 그런 KBS 모습이 완전히 부서졌다.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독재자를 미화하는 방송을 뻔뻔하게 내보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어제 상황을 보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라며 “어제 하루 KBS 상황을 보면서 MBC까지 장악돼선 결코 안 되겠구나라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전날 KBS ‘뉴스9’ 앵커들이 기미가요 및 태극기 논란에 사과하며 진상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KBS가 해야 할 것은 ‘사과 쇼’가 아니라 박민 사장의 석고대죄, 즉각 사퇴 선언이어야 했다”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2024년 8월15일은 KBS 사사에 가장 부끄러운 날로 영원히 박제됐다. 대한민국 역사의 가장 치욕적인 하루로 기록됐다”며 “독립기념관에서 벌어지는 일, 역사 해석을 둘러싼 각종 단체에서 벌어지는 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그리고 이곳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본질은 하나이다. 임시정부의 법통과 4·19 혁명 정신의 계승을 전문에 못 박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반국가세력이 윤석열 정부 중심에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역사 감수성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친일 감수성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용산부터 여의도까지 줄줄이”라고 했다. 방 실장은 독일 국가 중 독일인 칭송이 담긴 1·2절은 나치 상징으로 여겨져 금지되고, 지난해 국제 테니스 대회에서 해당 부분을 부른 관중이 퇴장 당한 일을 거론하며 “우리는 (광복절에) 기미가요가 KBS 공영방송에서 방영됐다. 역사와 관련된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민국이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친일, 역사, 정의 훼손 3종 세트가 진행됐다”며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 하수인 박민과 그 일당들이 무슨 잔치를 벌였나. 보직 꿰차고 공영방송 핵심 지도부 하면서 결과적으로 KBS를 망가뜨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 공동대표는 ‘기적의 시작’ 편성이 “독립적인 편성권”에 따른 결정이라는 KBS 사측 입장을 두고 “마음대로 해서 편성책임자가 아니다. ‘네 마음대로 하세요’가 된다면 사장 마음대로, 대통령 마음대로 진행하는 것, 독재도 합리화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회견에 동석해 “방통위원장 이진숙,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문수, 독립기념관장 김형석, 그리고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용현. 일련의 인사에 큰 흐름이 있는 것 같다. KBS는 ‘K’(Korea)가 아니라 ‘J’(Japan)가 들어간 ‘JBS’ 같은 방송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제는 땡윤 뉴스 들어봤자 국민이 속지 않는다. 총선에서 매섭게 심판했고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 본인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는 이날 박민 사장이 KBS 임원회의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에 국민들께 불쾌감을 드린 데 대해 집행부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면서 KBS 부사장이 주재하고 보도·제작·편성·기술·인사·심의 등 분야별 국장급 기구 ‘태스크포스’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본 KBS의 한 구성원은 “마치 김건희 여사가 황제조사 자리에서 검사들에게 명품백 논란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던 것과 같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편성권은 자신에게만 있다 주장한 박민 사장의 낯이 참 두껍다”고 비판했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2024-08-16> 미디어오늘
☞기사원문: KBS 찾은 광복회 이사 “광복절에 기미가요…박민 사장 내려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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