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기념사]
제2의 역사쿠데타를 막아주십시오!
오늘 광복 79주년을 맞아 죄인의 심경으로 선열들 앞에 섰습니다. 마땅히 경축해야 할 ‘해방의 날’이지만 부끄럽게도 친일·친독재 세력이 활개 치는 세상이 다시 왔기 때문입니다.
이 정권은 제 나라도 제 민족도 안중에 없는 사대매국 집단이요 국민을 기만하는 사익 추구세력입니다.
불과 2년이 좀 넘는 기간에 모든 분야를 이렇게 망쳐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외교·안보, 민생·경제, 국민통합, 남북관계 등 어느 한 곳 멀쩡한 데가 없을 지경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이 꿈꾼 나라가 정녕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선열들은 국제평화와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문화대국, 작지만 당당한 나라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그런데 이 정권은 굴욕외교를 거듭하며 일본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했습니다. 강제동원피해 제3자보상안으로 대법원을 능욕하고 삼권분립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사도광산 강제동원 명시를 거절당하고도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하더니 자료까지 조작하며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습니다. 독도를 일본의 의도대로 분쟁지역화하는 데 한국 정부가 거들고 있습니다. “유사시에 자위대가 한반도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가 국가안보실 차장 자리에 앉아 외교·안보를 떡 주무르듯 합니다. 중국·러시아와는 적대하고 미·일·한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남북대결과 전쟁 위기를 조장하면서 국익은 내팽개치고 퍼주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것이 나라냐?’는 한탄이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무엇보다도 이 정권이 자행한 가장 무도한 짓은 독립정신과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입니다. 육사 교정에 세워진 홍범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들의 흉상을 뜯어내겠다고 설치며 얼토당토않은 색깔론을 내세웠습니다. 피어린 4·19민주혁명의 현장에 이승만기념관을 짓겠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동북아역사재단·국사편찬위원회·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역사 관련기관 책임자를 모두 뉴라이트로 채우더니 급기야 독립기념관장에까지 친일·친독재 극우 인사를 임명했습니다. 광복절인 오늘 뉴라이트가 이승만을 띄우기 위해 만든 『테러리스트 김구』란 책이 서점에 깔렸습니다. 공영방송인 KBS도 이승만 미화와 역사왜곡으로 가득찬 〈기적의 시작〉이란 가짜 다큐를 방영합니다. 이들의 한결같은 목적은 친일파의 명예를 회복하고 독재자들을 복권시키는 데 있습니다. 역사조작은 ‘기적의 시작’이 아니라 ‘몰락의 시작’이 될 것임을 윤 정권에 엄중히 경고합니다.
참으로 순국선열들이 통탄할 일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역사와 교육의 위기가 목전에 와있습니다. 국가정체성이 흔들릴 정도로 친일·친독재 세력이 기고만장하게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 그 증좌입니다. 이 정권은 무지·무능·무모한 데 더하여 무도하고 무치하기까지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들의 전횡을 더 이상 방관하면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 사대매국 세력이 노리고 있는 제2의 역사쿠데타를 막아주십시오. 그리고 순국선열과 민주영령 앞에 떳떳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앞장서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2024년 8월 15일
제 79주년 광복절에 삼의사 묘역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함세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