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제 시기 조선인들을 강제 노역에 동원했던 전범기업 니시마츠건설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인겸)는 강제동원 피해자 김아무개씨 유족 5명이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7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돼 함경북도 부령군 니시마츠 공사장에서 근무하다 1944년 5월 사망했고, 유족들은 2019년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시효(소멸시효) 3년이 지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하며 소멸시효 계산 기준을 2018년 10월30일로 명시한 뒤 이 판례를 따르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니시마츠건설)는 원고 배아무개씨(배우자)에게 2000만원, 김아무개씨 등 4명(자녀)에게 각 1333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니시마츠건설은 일본을 대표하는 토목 기업으로, 미쓰비시건설이나 일본제철 등과 함께 전범기업으로 꼽힌다. 대법원의 소멸시효 쟁점 정리 이후 미쓰비시건설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책임 인정 판결은 나왔지만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한 승소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시마츠건설은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중국 강제동원 노동자 500여명에게 화해를 권고하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금전적 보상을 하기도 했다.
유족을 대리한 이형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날 선고 뒤 기자회견에서 “니시마츠건설은 2009년과 2019년 중국 강제동원 피해자에는 보상을 했음에도, 우리나라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법률상 항변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니시마츠건설에 대한 배상 책임이 최초로 인정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니시마츠건설은 일제 식민지 시대 중국과 북한 지역의 대규모 토목 공사로 성장한 기업이다. 중국 피해자들에게 화해를 통해 사죄하고 보상한 것처럼 한국 피해자들에게도 사과하고 배상해야 된다”며 “다른 사건 피해자분들 중에는 기업이 항소장 송달을 고의 지연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항의하고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2024-09-05> 한겨레
☞기사원문: 법원, 일 전범기업 니시마츠에 “강제동원 배상 책임”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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