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 야당 의원들과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가 친일 인사·이승만 정권 옹호 논란이 인 한국학력평가원(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1·2 교과서 검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교육위 의원들과 민족문제연구소,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서 검정의 책임자인 교육부 장관이 이미 드러난 위법한 사항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 규정에 따라 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을 취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교과서 검정 과정이 부실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학력평가원이 출판 실적을 위조해 역사 교과서 검정 자격을 얻어낸 사실, 현대사 부분의 집필자 중 한 명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청년보좌역으로 역사 교과서 저작자 요건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2013년 교학사 교과서 검정 통과 때와 같이 검정 과정에서 정부의 노골적인 비호가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교과서 검정 신청 자격 기준을 보면 사회 과목의 경우 발행사는 최근 3년간 검정을 신청하는 교과와 관련된 도서를 한 권 이상 출판한 실적을 증빙하고 해당 교과를 전공한 편집 인력 한 명 이상을 둬야 한다.
학력평가원은 검정 실시 공고 6개월 뒤인 지난해 7월 ‘한국사2 적중 340제’라는 수능 기출 문제집을 냈다. 하지만 문제집 속지에 ‘2008 수능 완벽 대비서’라고 적힌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낸 문제집을 들춰보니 (2007년에 학력평가원이 출판한 문제집과) 문항 번호, 문항 내용이 똑같았다”며 “사기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필진으로 참여했던 교육부 청년보좌역은 검정 결과 발표 직전인 지난달 21일에서야 뒤늦게 집필진에서 빠졌다. 야당은 “검정 심사 과정에서의 불법·탈법이 드러난다면 책임자 문책은 물론 법적 고소·고발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일선 학교에선 교과서선정위원회가 꾸려져 각 과목별로 교과서를 3종씩 추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늦어도 이달 안까지 교과서선정위가 교과서 3종을 추리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과정을 거쳐 10월 중 최종 선정된다. 역사 교사들 사이에선 학력평가원의 교과서가 수준 미달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지역의 역사 교사 A씨는 통화에서 “뉴라이트 논란을 떠나서 ‘수준 이하’라는 게 역사 교사들의 공통된 이야기”라고 했다.
학력평가원 교과서는 친일 인사와 이승만 정권을 옹호하고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서술을 축소해 논란이 일었다. 교과서의 완성도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학력평가원 교과서에서 338건의 오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도·단체명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 오류뿐 아니라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편향된 역사 인식이 근현대사 기술에 스며들어 있다고 평가했다.
<2024-09-11> 경향신문
☞기사원문: 야당·민족문제연구소 “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검정 취소하라”
※관련기사
☞한겨레: 야당·시민단체 “뉴라이트 역사관 스며든 한국사 교과서 검정 취소하라”
[기자회견문] [다운로드]
위법적 검정 과정과 뉴라이트 역사관이 스며든 나쁜 교과서,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 검정을 최종 통과하여 내년 1학기부터 고등학교에 배포될 9종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지난 8월 30일 공개되었다. 교과서 공개와 동시에 많은 언론들이 한국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친일파 옹호, 독재 미화, 일본군 ‘위안부’ 축소 서술 등 내용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지적하였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검정 교과서 공개 후 3일간 학계 전문가와 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현직 역사 교사 등 13명에게 의뢰해,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에 대한 긴급 예비 검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연도나 단체명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오류는 말할 것도 없고, 일관성 없는 용어 사용, 음력과 양력 표기 오류, 명백한 오타, 부적절한 사진·도표·자료 인용, 부정확한 서술,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 오류까지 그대로 옮긴 베껴 쓰기 등 무려 338건의 오류를 발견했다. 이밖에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과거 국정교과서와 타 출판사의 교과서를 그대로 베끼거나, 단어 순서 바꾸기, 문장 쪼개기, 용어 변경 등의 수법으로 표절한 부분도 수십 건이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내용 면에서도 식민주의 사관을 따른 서술, 일본에 대한 긍정적 측면만 부각한 편향적 태도, 의병운동을 무모하다고 평가하는 한편, 조선총독부와 일제 식민정책을 미화·긍정하는 서술,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독립운동 진영의 대립과 갈등이 해방공간의 좌우대립으로까지 이어져 결국 독립운동 세력이 냉전과 분단의 위기를 극복할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또한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현대사 부분은 2008년 교과서 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에서 처음 제기된 주장과 논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예를 들어 8‧15 ‘광복’ 대신 ‘건국’ 의미 강조, 미국이 제안한 38도선의 의미 과장,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한 이승만의 정읍 발언 옹호 등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수립 의의와 평가가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를 거쳐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에 고스란히 관철되고 있다.
이런 수준의 교과서가 도대체 어떻게 검정을 통과한 것인가. 교과서를 분석한 학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적했다. 교과서 내용의 문제뿐만 아니라 검정 과정에서의 위법 사실도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한국학력평가원이 출판 실적을 위조하여 역사교과서 검정 자격을 얻어낸 사실, 현대사 부분의 집필자 중 1명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청년보좌역으로서 역사교과서 저작자 요건을 위반, 즉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사실 등이 밝혀졌다.
한마디로 한국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 전공자가 주도해 집필한 책이 아니며 짧은 기간 내에 기존에 간행된 여러 교과서를 짜깁기하여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어 제출하여 당연히 불합격 판정을 받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2013년 교학사 교과서 검정 통과 때와 같이, 검정 과정에서 정부의 노골적인 비호가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교과서 검정의 책임자인 교육부 장관이 이미 드러난 위법한 사항들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 규정에 따라 한국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을 취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검정 심사 과정에서의 불법·탈법이 드러난다면 책임자 문책은 물론 법적 고소·고발도 적극 검토할 것이다.
끝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국회 교육위원들과 학계 및 시민사회단체는 법적 조치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와 같은 자격 없는 교과서가 어떻게 검정을 통과했는지 그 배후와 책임자를 끝까지 밝혀내어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린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다.
2024년 9월 11일
국회 교육위원장 김영호
더불어민주당(국회의원 고민정, 김준혁, 문정복, 박성준, 백승아, 정을호, 진선미, 김문수, 정을호)·조국혁신당(국회의원 강경숙)·민족문제연구소·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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