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기자회견문] 위법적 검정 과정과 뉴라이트 역사관이 스며든 나쁜 교과서,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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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적 검정 과정과 뉴라이트 역사관이 스며든 나쁜 교과서,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 검정을 최종 통과하여 내년 1학기부터 고등학교에 배포될 9종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지난 8월 30일 공개되었다. 교과서 공개와 동시에 많은 언론들이 한국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친일파 옹호, 독재 미화, 일본군 ‘위안부’ 축소 서술 등 내용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지적하였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검정 교과서 공개 후 3일간 학계 전문가와 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현직 역사 교사 등 13명에게 의뢰해,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에 대한 긴급 예비 검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연도나 단체명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오류는 말할 것도 없고, 일관성 없는 용어 사용, 음력과 양력 표기 오류, 명백한 오타, 부적절한 사진·도표·자료 인용, 부정확한 서술,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 오류까지 그대로 옮긴 베껴 쓰기 등 무려 338건의 오류를 발견했다. 이밖에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과거 국정교과서와 타 출판사의 교과서를 그대로 베끼거나, 단어 순서 바꾸기, 문장 쪼개기, 용어 변경 등의 수법으로 표절한 부분도 수십 건이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내용 면에서도 식민주의 사관을 따른 서술, 일본에 대한 긍정적 측면만 부각한 편향적 태도, 의병운동을 무모하다고 평가하는 한편, 조선총독부와 일제 식민정책을 미화·긍정하는 서술,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독립운동 진영의 대립과 갈등이 해방공간의 좌우대립으로까지 이어져 결국 독립운동 세력이 냉전과 분단의 위기를 극복할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또한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현대사 부분은 2008년 교과서 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에서 처음 제기된 주장과 논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예를 들어 8‧15 ‘광복’ 대신 ‘건국’ 의미 강조, 미국이 제안한 38도선의 의미 과장,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한 이승만의 정읍 발언 옹호 등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수립 의의와 평가가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를 거쳐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에 고스란히 관철되고 있다.

이런 수준의 교과서가 도대체 어떻게 검정을 통과한 것인가. 교과서를 분석한 학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적했다. 교과서 내용의 문제뿐만 아니라 검정 과정에서의 위법 사실도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한국학력평가원이 출판 실적을 위조하여 역사교과서 검정 자격을 얻어낸 사실, 현대사 부분의 집필자 중 1명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청년보좌역으로서 역사교과서 저작자 요건을 위반, 즉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사실 등이 밝혀졌다.

한마디로 한국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 전공자가 주도해 집필한 책이 아니며 짧은 기간 내에 기존에 간행된 여러 교과서를 짜깁기하여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어 제출하여 당연히 불합격 판정을 받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2013년 교학사 교과서 검정 통과 때와 같이, 검정 과정에서 정부의 노골적인 비호가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교과서 검정의 책임자인 교육부 장관이 이미 드러난 위법한 사항들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 규정에 따라 한국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을 취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검정 심사 과정에서의 불법·탈법이 드러난다면 책임자 문책은 물론 법적 고소·고발도 적극 검토할 것이다.

끝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국회 교육위원들과 학계 및 시민사회단체는 법적 조치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와 같은 자격 없는 교과서가 어떻게 검정을 통과했는지 그 배후와 책임자를 끝까지 밝혀내어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린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다.

2024년 9월 11일

국회 교육위원장 김영호
더불어민주당(국회의원 고민정, 김준혁, 문정복, 박성준, 백승아, 정을호, 진선미, 김문수, 정을호)·조국혁신당(국회의원 강경숙)·민족문제연구소·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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