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28일 마산YMCA “한국뉴라이트 기원과 역사전쟁” 강연
“윤석열 머리 속에 역사 관련해서는 백지였다. 이명박‧박근혜조차 서울시장이거나 정치인으로 있으면서 삼일절‧광복절 기념식에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검사나 검찰총장은 그런 자리에 갈 의무가 없었다. 독립운동 관련한 역사의식이 없는 사람이었다. 역사에 대한 백지상태에서 뉴라이트가 씌워진 것이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이 28일 오전 마산YMCA가 마련한 106회 아침논단에서 “한국뉴라이트 기원과 역사전쟁”이란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한 말이다.
충남‧경기교육청 역사교육위원을 지내기도 한 방학진 실장은 헌법을 부정하면서까지 일본의 역사왜곡을 그대로 받아쓰기하듯 보여주는 행보들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현재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전쟁에 대해 설명했다.
헌법부터 설명한 그는 “130조를 다 외우지 않아도 되는데 전문은 알아야 한다”라며 “독립정신, 민주정신, 평화통일정신을 천명해 놓았다. 헌법 전문은 모든 법령 해석의 기준이다. 헌법이 구현되는 게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방 실장은 “독립운동과 민주정신을 가르쳐야 하고, 통일도 평화통일을 지향하도록 되어 있다”라며 “그런데 지금 뉴라이트 쪽 사람들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말만 하고 있다. 헌법은 장식이 아니라 공직자라면 지켜야 한다. 윤석열정부 인사청문회에서 들어봐서 알겠지만 헌법을 어기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했다.
한국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에 이어 독립기념관장도 뉴라이트 인사가 기용된 사실을 언급한 그는 “설마 국민들과 직접 관련이 있는 독립기념관장까지 뉴라이트로 하겠느냐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 그렇게 했다”라며 “김형석씨가 윤석열이 취임하던 2022년에 펴낸 <끝나야 할 역사전쟁>이라는 책이 있다. 연구하기 위해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어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서 읽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되니까 저도 여기 있으니 뽑아달라는 의미로 보였다”라고 풀이했다.
“같은 맥락에서 전두환의 12‧12 쿠데타도 옹호”
뉴라이트의 제주4‧3 관련 주장을 설명한 그는 “뉴라이트는 같은 맥락에서 전두환의 12‧12 쿠데타도 옹호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 실장은 “박정희‧전두환은 인기가 떨어지니까 독립운동을 내세웠다. 박정희는 한일협정이 매국이라고 하니까 1965년 광복회를 만들었고, 전두환은 1982년 독립기념관을 만들었다”라며 “박정희‧전두환 때도 ‘건국유공자 표창’이 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방 실장은 “하와이에 갔던 이승만이 고향에 와서 죽고 싶어 했지만 박정희가 못 오게 했다. 박정희가 5‧16을 일으키면서 명분으로 ‘5‧16은 4‧19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이승만 노인네의 욕심 때문에 일어났다’라고 했다. 그 정도로 박정희조차 이승만을 멀리했던 것”이라고 했다.
한국뉴라이트는 1994년 7월 김영삼-김일성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반공세력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속에 시작되었다는 출범 배경을 설명한 그는 “올해가 한국뉴라이트 시작된 지 30년으로 봐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 어떤 동맹보다 민족에 우선할 수 없다’라는 멋진 취임사를 했다. 그 말은 남북정상회담을 하자는 것이었다”라며 “실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것 같으니까 반공세력이 위기감을 갖고 한국뉴라이트를 만들었다”라고 했다.
한국뉴라이트는 ‘반공’과 ‘조선일보’, ‘이승만’이 결합한 것이라고 한 방 실장은 “이승만이 건국을 하고 나라를 세웠다고 한다면 김구 선생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이는 지금도 뉴라이트가 이승만을 지지하는 것과 같다.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가치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이승만이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삼일절(2번)‧광복절(3번) 기념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자유’라고 한 방 실장은 “과거 정당부터 더듬어 보자. 자유당, 자유선진당, 자유한국당, 민주자유당이 있었다. 한국에서 자유는 수구세력에 의해 반공과 동일한 개념으로 쓰는 말이다. 북은 친일파를 청산했으니까, 기독교에 반대하니까, 땅을 공유하니까 못 살지 않느냐라고 한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가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말을 다른 데서 해야지 왜 삼일절, 광복절에 하느냐”라고 했다.
“정서적으로 중국을 싫어하는 현상이 나타나”
젊은이들에 대해 방 실장은 “혐북(북한), 혐러(러시아), 혐중(중국)이 심해지고 있다. 호감이 없는 나라들이 되고 있다. 그래서 통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해외를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니라 일본을 간다. 정서적으로 중국을 싫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했다.
“동북아에서 일본 제국주의에서 벗어나 건설된 나라가 세 개다. 중국 주은래는 오성홍기에 조선인 혁명의 피가 살아 있다고 했다. 중국이 자기들만 잘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남‧북한과 중국은 일제와 싸운 역사가 같다. 거기서부터 역사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상하이 임시정부청사를 비롯해 독립운동 답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뉴라이트 관련해 그는 “반공, 조선일보, 식민지근대화론에 이어 최근에는 ‘자유마을’을 만들고 있다”라며 “전국 3500개 읍면동에 자유마을을 설치하는 것이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있다. 이는 전광훈 목사가 시작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뉴라이트와 싸워서 이기려면 뉴라이트의 물적, 인적 숙주 역할을 하는 관변단체 개혁, 교회에 대한 법인호화 등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야당도 구체적인 준비가 없어 보인다. 독립운동 유적지부터 답사하고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젊은 세대들에게 다가 갈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방학진 실장은 “내년이 광복 80년인데 우울할 것 같다. 현재 생존해 계신 독립운동가가 몇 명 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다 죽고 있어 더 위험하다. 저들은 독립운동가들이 돌아가시면 얼마나 더 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미래세대들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지금 야당은 아무 생각이 없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독립운동 유적지부터 답사하고 재현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윤성효 기자
<2024-09-28>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