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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귀화 시험에 ‘홀로코스트’ 문항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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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에 대한 책임은 국가 정체성의 일부”
독일, 귀화 시험에 ‘홀로코스트’ 문항 추가

정혁 진화위 대외협력담당관 위원회팀장(정치학 박사)

독일은 흔히 과거청산의 모범국으로 불린다. 국가 기념일이면 총리는 부끄러운 과거사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피해자와 피해국에 진심으로 사죄한다. 천문학적 액수(약 120조 원, 2022년 말 기준)의 배상정책을 지금도 시행하고 있고, 국내외에 재단을 설립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과거를 기억한다. 그러나 독일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다음 연설을 들어보자.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였고 모든 증거를 빠짐없이 제출하였으며, 극복이 불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만행이 있었던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과거에 맡겨야 합니다.

1966년 이스라엘을 국빈 방문한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의 말이다. 과거사를 부인하거나 회피하는 이른바 ‘망각모델’에 가까운 발언이다. 이러한 인식이 가능했던 것은 초기 독일의 과거청산이 내부 반성이 아닌 타의에 의해 진행된 탓이 크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으로 상징되는 연합군 주도의 ‘탈나치화’ 작업은 사법적 혹은 인적 청산 위주로 진행되었고, 그조차도 충분하지 못했다. 나치의 만행을 독일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히틀러에게 속았다’는 자기 합리화에 빠지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더구나 동서냉전이라는 국제정세의 변화는 독일의 과거를 더 이상 추궁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유 진영의 입장에서는 독일(서독)이 그들 편에 서서 소련의 위협을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60년대 이후 본격화된 성찰적 과거청산

독일의 수동적 과거청산은 유럽을 휩쓴 68혁명을 계기로 변화를 맞는다. 대학생이 된 전후세대는 부모 세대를 향해 ‘그때 당신은 무엇을 했는지’ 답할 것을 요구했다. 유대인 학살 문제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집시나 장애인 등 소수자, 외국인 강제노동 문제 등 과거청산의 범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이 과정에서 독일사회는 수많은 역사 논쟁과 정치적 진통을 겪어야 했지만, 과거사는 단번에 청산할 수 없으며, 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기억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었다.

지난 7월, 독일 정부의 중단없는 과거청산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조치가 시행되었다. 귀화시험에 과거사 관련 문항을 추가한 것이다.

앞으로 독일 국적을 따려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문항을 접하게 된다고 한다.

‘독일에서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를 부정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가?’, ‘독일이 이스라엘에 대해 특별한 역사적 책임을 지게 된 이유는?’, ‘다음 중 반유대주의적 행동은 무엇인가?’

독일 정부의 이번 조치는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반유대주의 사건이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한 적극적 조치로 해석된다. 내무부 장관 낸시 패저는 개정된 국적법을 설명하며 “과거 독일은 홀로코스트라는 반인도 범죄를 저질렀고, 그 결과 우리에게는 유대인과 이스라엘 보호라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며 “이러한 책임감은 오늘날 우리 정체성의 일부이며, 이런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은 독일 시민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균형 잃었다” 비판도 나와

그러나 ‘유대인에 대한 특별한 책임감’이 과도한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독일 정부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에는 강경하게 대응하는 등 균형을 잃었다는 것이다. 독일의 과거청산이 특정 국가와 민족에 집중돼 왔고, 같은 유대인 피해자임에도 동유럽 출신들은 차별을 받아왔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또 제국주의 시기 식민지인 나미비아에서 벌인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배상에는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과거사를 끊임없이 성찰하고자 하는 독일의 노력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하다.

• <진실화해> 202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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