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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도광산에서 굴욕으로 일관한 윤 정부, 후속타 준비 중인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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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의 히,스토리] 얼마나 많은 강제징용 현장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려 하나

▲아시오광산의 위치.구글

윤석열 대통령의 위기는 민주당보다는 안방에서 훨씬 많이 나온다. 또 그가 주적으로 지목한 북한보다는 삼형제의 의리를 맺은 일본에서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불투명했던 사도광산을 윤 정권의 협조에 힘입어 지난 7월 27일 세계유산으로 등재시켰다. 일본은 이 일에 미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도광산의 후속타들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이 또 다른 세계유산 후보로 주목하는 곳 중 하나는 도치기현 닛코시의 아시오탄광(足尾銅山)이다.

현재, 일본 문부과학성 문화청은 ‘세계유산 잠정일람표’ 후보군에 26개의 문화유산을 넣어놓고 있다. 아시오광산의 명칭은 다섯 번째 줄에서 확인된다.

도쿄에서 서북쪽 자동차도로로 두세 시간 거리의 구리 생산지인 아시오광산은 사도광산과 도쿄의 중간쯤이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닛코시는 금년 2월 1일 홈페이지에 올린 ‘아시오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향해’에서 등재 추진 노력이 199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2007년 3월 아시오동광 세계유산 등재추진검토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그해 9월 ‘세계유산 잠정일람표 추가기재 제안서’를 문화청에 제안한 사실을 소개한다.

닛코시가 이처럼 공을 들이는 아시오광산 역시 한국인 강제징용 현장이다. 이곳은 1945년 8·15해방 직후에 재일한국인들과 일본 기업 및 정부 사이에서 핵심 쟁점이 됐던 곳이다. 강제노역에 동원된 2400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노예노동을 당한 것은 물론이고 임금조차 제재도 받지 못한 곳이다. 그중 40명은 이곳에서 희생됐다.

핵심적인 강제징용 노역장 아시오광산

행정안전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2021년도 일제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 학술연구영역 보고서’인 오인환 아르고인문사회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일본 근대 산업시설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실태>는 해방 직후에 한국인 임금 문제를 놓고 재일본조선인연맹과 아시오광업소 간에 협상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재일본조선인연맹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미불금 지급을 요구하여 1945년말 도치기현 소재 후루카와 아시오광업소 간 퇴직위로금과 특별위자료가 성사되었다”고 알려준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재일조선인단체 사전 1895~1945>는 “일본 패전 전까지 지속적인 억압체제 속에 있었던 조선인들은 해방 직후 자발적으로 각지에서 조선인 단체를 결성했고, 이들 단체들이 통합해 전국 조직화한 것이 1945년 10월에 결성된 재일본조선인연맹이었다”고 말한다. 이 정도의 정통성을 가진 단체가 아시오탄광 미불임금을 놓고 사측과 협상을 벌여 긍정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상황은 얼마 안 있어 암울해졌다. 재일본조선인연맹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한 일본 정부가 체불임금 협상에 제동을 걸었다. 위 오인환 보고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1946년 6월 이와테현 소재 일본제철주식회사 가마이시제철소와 재일본조선인연맹 간의 교섭이 성사될 기미를 보이자, 재일본조선인연맹과 일본 기업 간의 개별 교섭을 경계한 일본정부는 6월 17일자 후생성 노정국 급여과장 명의로 ‘조선인 연맹 기타 유사 단체가 개별 사업주와 임금 기타 급여에 관해 교섭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통달을 각 기업에 전달하였다.”

한국인에게 체불 임금을 주지 못하게 막는 이런 제동이 후생성 주도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일본 현지의 ‘조선인 강제징용 진상조사단’이 확보한 일본 공문서를 근거로 하는 1991년 6월 21일 자 <동아일보> 기사 ‘못 받을까 받아낼까’는 1946년 2월 내무성이 한국인들의 임금 지급 요구를 ‘불법행위’로 규정한 뒤 “격증하는 불법행위는 계속 악질화하고 있고, 사업자 측은 져야 할 책임이 없음에도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인 단속을 각급 경찰에 지시한 사실을 소개한다.

위와 같이 아시오광산은 핵심적인 강제징용 노역장이었다. 그래서 재일본조선인연맹이 중점적으로 협상을 벌인 곳이다. 그런데도 아시오시는 이를 감춘 채 이 광산에 전혀 다른 색깔을 입혀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려 하고 있다. 아시오시 홈페이지 글은 이렇게 말한다.

“아시오광산은 국내 최대의 동광(銅鑛)으로 일본의 근대화·산업화에 크게 공헌했지만, 동시에 사회문제화된 공해도 발생했습니다. 이것을 ‘빛과 그림자’로 표현하는 일도 있지만, 그 그림자 부분을 빛으로 바꾸기 위해 선인(先人)들은 갖가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한 역사를 발굴해 후세에 전해주는 것은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의 책무이자 자랑이기도 합니다. 아시오에 남은 산업유산은 인류 공통의 과제가 되는 ‘경제발전과 자연환경의 조화’를 고찰하는 데 매우 귀중한 것이고, 또한 그 역사를 이야기하는 심볼이기 때문에 이것을 구성(構成) 자산으로 하여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시오광산은 일본 최대 구리광산이었다는 점에서는 ‘빛’이라 할 수 있겠지만, 노예노동의 현장이었다는 점에서는 ‘그림자’였다. 그런데 일본은 공해문제만 그림자였다면서 노예노동은 빼고 있다. 자연을 침해한 것만 그림자로 인정하고 인간을 침해한 것은 그림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시오시는 아시오광산의 공해방지 노력이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로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합리화하고 있다. ‘경제발전과 인권의 부조화’가 심각했던 현장을 ‘경제발전과 자연환경의 조화’가 모범적이었던 현장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가 새로운 국면 접어들 조짐

일본은 여타의 현장들과 더불어 아시오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만드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19일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싼 갈등과 협력’ 국제학술회의에서 이 재단의 현명호 연구위원은 “(아시오광산에서) 조선인은 위험한 작업에 투입돼 사상자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일본인과 임금 차별이 있었으며 그나마도 제대로 수령하지 못했다”라며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현 연구위원은 “일본 문화청이 아닌 산업유산정보센터 등이 벳시동광과 더불어 아시오광산의 등재 추진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군함도의 강제징용을 알릴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실상은 노예노동을 부정하는 산업유산정보센터가 아시오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는 일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윤 정권의 협조를 얻어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만든 일본은 등재가 성사된 뒤에는 태도를 많이 바꿨다. 사도광산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을 8월경에 연다더니 아직까지 열리지 않았다. 이달 말에 열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추도식에 차관급 인사를 참석시켜 달라고 한국 정부가 요청하고 있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헷갈릴 정도로 일본 정부는 매우 뻣뻣하다.

일본은 추도식 명칭에 ‘감사’라는 표현까지 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인 희생자들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는 취지이지만, 이것이 한국인 동원의 강제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해야 할 것은 사죄이지, 감사가 아니다. 일본이 추도식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윤 정부는 사도광산 문제에서 한없는 굴욕으로 일관하고 있다. 향후 전개될 아시오광산 문제에서 일본이 얼마나 자신만만하게 나올지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윤 정권은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문제에서 양보하면 일본이 성의를 표할 것이라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나 일본은 자국에 이익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만 성의를 표하고 있을 따름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일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트럼프보다는 일본인들이 향후의 한일관계를 얼마나 더 파국으로 몰고 갈지를 우려해야 할 판국이다.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강제징용 소송의 승소가 나올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앞으로는 일본이 얼마나 많은 강제징용 현장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려 할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해도 전혀 과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강제징용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종성 기자

<2024-11-20>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사도광산에서 굴욕으로 일관한 윤 정부, 후속타 준비 중인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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