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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세계』 제11권 제1호(1905년 1월) 신년대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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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자료 톺아보기 66]

러일전쟁 참전 육군 무장 이름
알아맞히기 현상 공모
『소년세계』 제11권 제1호(1905년 1월) 신년대부록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잡지 『소년세계』는 러일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는 1905년 1월, 신년호 부록으로 러일전쟁에 참전한 일본 육군 지휘관의 사진 88장을 실은 대형 화보를 제공하였다. 한가운데는 오야마 이와오(大山巌) 육군총사령관을 배치하고 다음 동심원에는 고다마 겐타로(兒玉源太郎) 총참모장,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구로키 다메모토(黒木爲楨) 오쿠 야스카타(奥保鞏) 이토 스케유키(伊東祐亨) 육군대장 등등 11명을 두었으며 나머지 76명의 육군 군인 사진은 16개의 줄에 맞추어 방사형으로 펼쳐놓았다. 전체적인 사진 배치를 볼 때 흰 바탕에 붉은 태양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욱일기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이들 사진 안에는 1번에서 88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사진 주위에는 빙 둘러서 글이 빽빽이 인쇄되어 있는데 이것은 메이지 일왕이 1904년 2월 10일 공포한 러시아에 대한 선전 포고(露國に對する宣戦の詔勅) 전문이다. “만세일계(萬世一系)의 왕좌에 앉은 일본 천황인 본인은 이에 나의 충직하고 용감한 모든 신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라고 시작하는 러시아에 대한 선전 포고의 요지는 러시아의 만주 병합이 한국의 독립유지와 극동평화를 침해하기에 일본이 러시아에 화평안을 여러 차례 제시했으나 러시아가 번번이 거절하자 항구적인 평화 회복을 위해 무력에 호소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부록의 해답법에 관하여>(111쪽)에는 신년 대부록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대부록의 연대기(聯隊旗)에는 현재 유명한 육군 무장이 모두 88명이 나오는데 이들 무장은 여러분이 이상적인 인물로 평소에 쉽게 알 수 있기에 시험삼아 그가 누구인지 맞춰보기 바란다”며 사진과 번호 숫자를 맞추어서 광고란의 해답용지에 성명을 기재하여 오는 25일까지 잡지사로 보내주면 아주 흥미로운 선물을 증정하겠다고 하였다. 따라서 대형 화보는 곧 ‘러일전쟁 참전 육군 무장 이름 알아맞히기 현상 공모’였던 셈이다.

이 대형 화보를 고안한 사람은 『소년시대』의 주필이자 발행인 이와야 사자나미(巖谷小波 1870~1933)다. 본명은 이와야 스에오(巖谷季雄). 사자나미는 일본 근대 아동문학의 아버지로 일컫는다. 24세인 1891년에 아동용 이야기인 <고가네마루(こがね丸)>를 발표하는데 이것이 일본 창작아동문학의 효시다. 1895년 아동잡지 『소년세계』를 창간해 매호 전래동화[お伽噺]를 발표했다. 이번 제11권 제1호에도 천문귀(天門鬼)라는 동화가 실려있다.

하지만 “모모타로(桃太郎 고대설화를 바탕으로 사자나미가 각색한 유명한 작품-인용자) 이야기는 막말기 개항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일본이 3차례의 대외전쟁을 치를 때마다 전의를 고취하기 위한 선전에 이용되어왔다. 그 결과 본래는 고대 전승에 불과했던 모모타로 이야기가 국가와 국민을 상징하는 존재로 재탄생되어 군국주의의 선전으로 이용당하게 된 것이다.”(박미경, 「근대에 재현되는 고대 설화-이와야 사자나미(巖谷小波)의 ????모모타로(桃太郎)????를중심으로」,『일본연구』 제53호, 2020)라는 평가에서 보듯이, 이와야 사자나미가 천황제와 황국주의에 경도되어 어린이를 황국의 소국민(小國民)으로 인식하고 군국주의적 교육관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 박광종 특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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