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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결국 뒷통수만 맞다 끝난 윤석열표 대일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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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0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표 대일외교’의 최종적 실패가 다시 한번 입증됐다.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하시마(군함도) 탄광을 포함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리면서 했던 약속을 이행하는 데 여전히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거듭 확인되면서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일본에 양보했지만, 일본은 과거사 왜곡으로 양보에 화답하면서 한·일 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이하 위원회)는 31일(현지시각) 일본이 제출한 메이지산업혁명 유산 관련 후속조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일본은 강제동원된 조선인의 증언 등을 전시해달라는 한국을 비롯한 회원국들의 요구사항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오히려 2020년 6월 도쿄 신주쿠에 문을 연 ‘산업유산정보센터’에 “‘한국병합 재검토 국제회의’에서 국제법의 귄위자인 구미의 법학자로부터 일한병합조약은 당시의 국제법 관행에 비춰 ‘무효’였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견해가 제시됐다”는 내용의 전시물을 설치해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권침탈의 합법성을 주장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2023년 3월 한·일 관계 최대 쟁점이었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제3자 변제를 중심으로 하는 일방적인 양보안을 발표하면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촉구했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2023년 5월 방한 당시 한국 쪽 강제동원 해법을 언급하면서 “나 자신은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언급하는 등 최소한의 형식적인 측면이나마 성의를 보이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해 8월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관련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전시물 설치 예정지인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 동원 과정의 억압성을 보여주는 ‘강제’라는 표현을 명시해달라는 한국 쪽 요청을 거절하고, 지난해 11월 치러진 사도광산 추도식 또한 세계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자화자찬’의 장으로 만들면서 연이어 한국의 ‘뒤통수’를 쳤다.

지난달 24일에는 일본 외무상이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과거사에 임하는 일본의 자세가 이전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를 두고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일본정부의 역사왜곡에 날개를 달아준 윤석열 굴욕외교 2년반이 낳은 참사”라고 지적했다.

우리 외교당국은 이런 일본의 도발에 대변인 명의 성명과 외교채널(대사관 등의 경로)을 통한 항의 등 극도로 자제된 대응만을 보여왔다. 그러나 더 이상 일본의 선의를 바랄 것이 아니라 향후 일본의 근대유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될 때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거나, 세계유산 등재 취소 등 더 강한 요구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올해는 한·일이 한·일남부대륙붕공동개발협정(JDZ·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는 기한이 도래하고,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어 일본 총리의 담화문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해인 만큼, 우리 쪽 요구 수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2025-02-03> 한겨레

☞기사원문: 결국 뒷통수만 맞다 끝난 윤석열표 대일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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