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대한민국 국군, 독립군을 계승한 민주 군대로 거듭나야
현재 대한민국 사관학교 교육 내용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역대 독재정권은 군인, 경찰, 정보기관 등 무력을 앞세워 국민을 통제해 왔고 여기에 더해 우상화, 우민화 정책을 곁들였다. 이승만은 서울시를 자신의 호인 우남시로 만들려 했고 동상은 물론 화폐, 우표에도 자기 얼굴을 박아 넣는 등 봉건적 방식으로, 박정희는 위인 동상을 세우고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하는 등 훈육적 방식을 택했다.
이승만·박정희가 모든 국민을 상대로 했다면 이명박·박근혜는 뉴라이트를 지원하고 교과서를 통해 직접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왜곡을 자행했다. 물론 국민들이 강력히 저항하여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국정 교과서를 학교현장에서 막아냈지만, 윤석열 정권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 듯하다. 바로 군대다.
2023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시도는 신원식의 개인 일탈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군인들을 자신들의 역사관으로 묶어 놓으려는 친일뉴라이트 세력의 발버둥이었다. 1993년 하나회가 숙청되었지만 우리 군대 안에 뿌리 깊은 사대의식은 여전하다.
즉 독립운동가들은 해방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에 주역이 아니며 창군에 실질적 역할은 일본군, 만주군 출신이 맡았으며 비록 그들이 친일의 오점이 있더라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육군이 백선엽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공군은 김정렬(1917~1992)을 여전히 공군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김정렬의 친일행적은 <친일인명사전> 참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다시 떠오른 독립군 정통론
물론 한국 군대 안에는 독립군을 국군의 정통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없지 않았지만 여전히 소수파이다. 그러던 중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군의 독립군 정통론이 다시 떠올았다.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의 전통도 우리 육군사관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우리 군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2017년 8월 28일 국방부 업무보고, 대통령 지시)
“지난 삼일절,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독립군과 광복군을 이끈 영웅들의 흉상이 세워졌습니다.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과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의 정신이 여러분들이 사용한 실탄 탄피 300kg으로 되살아났습니다.”(2018년 3월 6일 제74기 육사 졸업 및 임관식, 대통령 축사)
“육사의 역사적 뿌리도 100여 년 전 신흥무관학교에 이른다.”(2019년 2월 27일 제75기 육사 졸업 및 임관식, 대통령 축사)
“100여 년 전 신흥무관학교에서 시작한 육군”(2019년 10월 1일 제71회 국군의날, 대통령 기념사)
“신흥무관학교에서 시작해 광복군으로 결실을 본 육군”(2020년 4월 11일 제101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대통령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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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2017년 12월 ‘독립군과 광복군 그리고 국군’을 발간했고 2018년 6월 신흥무관학교 설립 기념식이 오랜 시도 끝에 처음으로 육사에서 개최되었다. 육군은 2018년 9월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를 제작해 약 11만 명의 유료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공군은 창군 70주년을 맞아 2019년 11월 공군사관학교 교정에 광복군 출신 최용덕 장군(1898~1969) 동상을 건립했다.
그리고 2021년 8월 전 국민적 관심 속에 홍범도 장군 유해를 대전 국립묘지에 봉환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이 같은 한국군의 독립군 정통론은 다시 공격받기 시작했고 그 상징적 사건이 육사 내 홍범도 장군 등 독립영웅 흉상 철거 시도였다.
이제 윤석열 파면 이후 국군의 독립군 정통론이 다시 논의된다면 동상 건립 같은 상징적 방식을 넘어 교육과정 개편 같은 실질적 방안이 다뤄져야 한다. 최근 필자는 육사·해사·공사·간호사관학교의 ‘교육과정집’을 통해 우리 헌법 전문에서 명시하고 있는 독립과 민주주의 교육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 검토했다. 그 결과 네 곳의 사관학교 모두 <한국사>라는 교과목이 1학년 교양필수로 지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를 한 학기 동안 교육하기에 그 안에서 독립운동사 교육은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 관련 과목은 해군사관학교와 간호사관학교에만 각각 전공필수, 교양선택으로 개설되어 있어 민주주의 관련 과목을 이수하지 않고 졸업하는 생도들도 많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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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교육과정 검토 과정에서 확인한 또 다른 사실은 2024년 1월 국방부 고위정책간담회에서 사관학교 교과 개정 방향을 논의하였고 그 결과 국가관·안보관 확립을 위한 핵심과목으로 전쟁사·북한학을 필수 과목으로 반영한 것이다.
신설된 전쟁사·북한학에서 어떤 교수가 어떤 내용을 교육했는지는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지만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어떤 국가관·안보관을 심어주려 했는지 우려스럽다.
사관생도들, 수준 높은 민주시민 교육 받아야
공군사관학교 생도 당시 김정렬 동상 건립 반대에 동참했던 부승찬 의원은 독립군 정통론을 명확히 하기 위해 2024년 10월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제1조(목적) 이 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군, 한국광복군의 역사를 계승하고, 국민의 군대로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국군의 조직과 편성의 대강(大綱)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부승찬 개정안)
하지만 진정으로 독립군을 계승한 군대, 국민을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민주 군대가 되려면 상징적 조치에 더해 사관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관심과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 사관학교 설치법 제4조(교과)는 ‘사관학교의 교과는 군사학 과정과 일반학 과정으로 나누며, 군사학 과정에 관한 사항은 국방부장관이 정하고 일반학 과정에 관한 사항은 국방부장관이 교육부장관과 협의하여 정한다’고 하였다.
즉 사관생도들이 직업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은 물론 수준 높은 민주시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시대에는 사관생도들이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는 물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현장을 찾아 유해 발굴을 돕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방학진
<2025-02-13>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12.3 내란으로 다시 생각하는 사관학교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