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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의 호찌민’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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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부터 양심수후원회 이끌어
남민전 사건으로 3년4개월 옥고
비전향장기수도 ‘양심수’ 규정해
북한 송환 운동 적극적으로 펼쳐

2017년 한겨레 인터뷰 때 고인의 모습. 고인은 2017년 폐암4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강성만 선임기자

‘양심수의 대부’로 불리던 권오헌(88) 사단법인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민가협 양심수후원회에서 2019년 개칭) 명예회장이 25일 낮 12시9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2017년 폐암4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1937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초등학교를 나와 고향에서 신용협동조합 설립과 야학 등 농촌 사회운동을 펼친 이후로 평생 사회민주화와 통일 운동에 헌신했다. 1964년 서울로 와 한일회담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1968년에는 혁신정당인 통일사회당에 가입해 당원 교육을 담당하는 문화국장까지 지냈다. 유신 말기인 1979년에는 박정희 정권이 간첩 조작한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어 3년4개월 옥고를 치렀다. 당시 물고문을 당하다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뒤로 찬 수갑이 끊어지기도 했다고 고인은 훗날 회고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 ‘평생 청년’으로도 불린 고인은 1989년 출범한 양심수후원회를 1991년부터 30년 가까이 이끌었다. 이 단체 초대 회장은 고 문익환 목사이다. 1985년 설립된 민가협이 양심수 가족 단체라면, 후원회는 양심수 석방 운동과 체계적 후원을 목표로 하는 대중조직 성격의 단체다.

그는 후원회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비전향장기수도 양심수에 포함시켜 장기수들의 북한 송환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성과를 내기도 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고인의 고희 기념문집(2006년)에서 절친인 권 명예회장을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 호찌민에 견주기도 했다. ‘체구나 외모, 단순 소박 검소한 생활, 진솔성, 투지와 의지, 보잘것없는 학력(초등학교 졸업)’ 등의 측면에서 닮은 데가 많다는 것이다. 고인의 팔순 문집 출간 기념회(2017년)에는 함세웅 신부와 백기완 선생 등 재야·종교계 원로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400여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장례는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지며 추도식은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27일 오후 5시에 열린다. 발인은 28일 오전 8시30분이다.

강성만 선임기자

<2025-04-27> 한겨레

☞기사원문: ‘한국의 호찌민’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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