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가 주관하고 있는 ‘식민지 조선과 전쟁미술’전의 부속 특별전시회인 ‘해남도에서 일본은 무슨 일을 했나’에 사용된 동아시아 지도를 두고 일부 언론이 비뚤어진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연구소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미술전은 10월초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진행된 서울 전시를 마치고 전국순회에 들어가 10월 15일부터 독립기념관 임시정부관에서 전시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SBS(11월 2일 8시뉴스)와 중앙일보(11월 3일 조간) 등은 전시된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을 문제삼아 비판기사를 내보냈다. 특히 SBS는 주최측의 해명을 변명으로 비하하면서 비난에 가까운 보도태도로 일관했다.
따라서 전시회를 기획․주관한 연구소로서는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먼저 이번 ‘해남도 특별전’은 강제동원 등 일제의 죄상을 반성하고 보상을 촉구하는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양심적 시민단체들이 제작한 것임을 밝혀둔다. 해남도 특별전은 일제가 패망할 때 해남도(중국 하이난도)에서 자행한 조선인 학살사건의 참상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본래 일본에서 전시한 후 한국 전시가 계획되고 있었으나 극우단체들의 협박에 가까운 압력으로 일본 전시가 무산되고 부득이 국내에서 먼저 개최하게 되었다.
연구소는 전시 유치 과정에서 일본해 표기가 있음을 미리 발견하고 시트지를 붙여 이를 가렸으나 원인불명의 이유로 거듭 제거되고 문제가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과정이야 어떻든 연구소는 주관단체로서 관리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그러나 SBS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는 반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취재기자에게는 독립기념관 측이 일련의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였으며 여기에는 추호의 거짓도 없었음을 명백히 하고자 한다.
SBS를 비롯한 일부언론은 ‘식민지조선과 전쟁미술’전은 물론 ‘해남도 특별전’에 대해서도 서울 전시 때부터 일체 보도하지 않는 등 다른 언론들과 대비되는 태도를 보여왔다. 최초 공개되는 친일미술 관련 내용이나 해남도에서 벌어진 일제의 끔찍스런 만행에 대해서는 그 기사 가치를 무시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던 SBS 등이 전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옥의 티를 찾아내듯 이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
그들의 눈에 일제 강점기의 비극적 사실들은 보이지 않는가. 외눈박이 역사인식이 안타까울 뿐이다.
혹여 이러한 보도가 연구소와 역사정의 실현 운동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면 즉각 중지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
민족문제연구소
2004.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