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2차 농성투쟁을 마무리하며.
올바른 과거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투쟁해 주신 국가폭력 희생․피해 유가족여러분! 그리고 제 민중․시민․사회운동단체 회원 동지여러분!
2월 임시국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그토록 염원했던 과거청산 관련 특별법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도 제정되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겨졌습니다. 지난 연말 열린우리당-한나라당이 합의하고 국회의장이 증인을 섰던 ‘2월 임시국회 처리’ 약속을 휴지조각 마냥 내동댕이쳤으며, 30여명의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막판 법안상정을 위해 본회의에 제출한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가부조차 묻지 않은 채 “양당 원내대표간의 합의에 따라 오늘 의사일정에 상정하지 않기로 하였다”며 본회의를 산회함으로써 끝내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과거사법과 신행정도시법을 바꿔치기 한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야당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상호간에 법정소송까지 벌이는 촌극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4월에는 꼭 처리한다고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신행정도시법과 같이 양당의 정략적인 이해관계가 첨예한 쟁점법안 때문에 또다시 과거청산법이 이용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도 아닙니다.
희망은 바로 우리에게 있었으며, 우리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 농성단 해단식을 하면서 그 희망을 보았습니다.
돌이켜 보십시오. 지난해 8월, 처음 포괄적 과거청산을 위한 우리의 출발은 어떠했습니까? 그것은 모래알을 급하게 뭉쳐 놓은 것과 같았습니다. 지난해 9월,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 준비위원회’를 만들었지만 겨우 11월에 가서야 공식출범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9월 정기국회, 12월 임시국회에 이르기 까지 곧 될 것 같던 법안통과가 좌절되었을 때 우리는 어떠했습니까?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2차 농성투쟁속보 제11호는 과거청산법을 4월로 연기 처리키로 여야가 합의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다음과 같이 당시 상황을 적고 있습니다.
「2월 28일 오전 9시 민간인학살과 군의문사 등 국가폭력 희생자 유가족과 관련단체 등 범국민위 소속 회원 30여명은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과거사법 제정 연기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철야 연좌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모두 힘이 빠져 구호도 없이, 으레 집회현장에서 볼 수 있는 다툼도 없이, 아무 말 없이 자리만을 지키고 앉아있을 뿐입니다.」
「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제 유가족들의 아픈 심정을 누가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요???」
하지만 곧 꺼질 것 같던 과거청산의 불꽃은 다시 타올랐습니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 우리 과거청산범국민위 농성투쟁단은 비로서 하나됨을 확인하였고, 기필코 과거청산을 통한 진실과 정의를 쟁취하겠다는 투쟁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월 2일 오후 2시경 옛 한나라당사 앞 정자, 피해유족들과 제 단체 활동가들이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2차 농성투쟁단 해단식을 갖는 자리.
이날 해단식은 장소와 시간이 미리 광고된 것도 아니었지만, 한 분 두 분 모여들더니 어느새 30여명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고,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소회를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전쟁 전후에 희생당한 민간인 유가족들, 해방이후 권위주의적인 국가권력에 항거하다 피해를 당했거나 희생당한 사람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입대한 아들을 잃은 군의문사 유가족들. 이들은 하나같이 이제 자신들의 문제와 고통을 넘어 ‘올바른 과거청산’이라는 역사적 대의에 함께 하겠다며 서로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두 손을 꽉 잡고 ‘아침이슬’을 불렀습니다. 소복히 쌓인 흰 눈만큼이나 이날 아침이슬은 여느 투쟁의 현장에서 불러졌던 투쟁가보다 따뜻했고, 일체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동지여러분!
지난 반년 전 포괄적 과거청산이란 명제 앞에 우리는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고, 함께하면서도 완전한 하나가 되지 못하고 각자의 필요에 의해서 느슨하게 연대했던 측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번 투쟁을 통해서 비로소 하나가 되었습니다. 개별 과거청산 과제가 결코 따로 존재하지도, 해결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과거청산법 제정은 그 시기가 문제가 아니라 내용입니다. 현재 본회의에 계류 중인 ‘진실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정략적으로 합의한 누더기 법입니다. 2월 임시국회에 제출된 수정동의안 또한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이제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토록 우리의 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투쟁은 입법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청산에 대한 범국민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2월 243개 지역구의원 연락사무소 앞 동시 1인 시위 등을 통해 과거청산운동의 전국화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해방60주년과 맞물려 사회 곳곳에서는 일고 있는 과거청산이 일시적이고 생색내기식 행사가 아니라 ‘진실, 정의, 화해’라는 원칙에 맞게 추진될 수 있도록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그동안 투쟁에 함께 해주시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저희 과거청산범국민위 집행위와 사무국원 일동은 어제의 투쟁에 대한 철저히 평가와 반성을 통해 오는 4월에는 기필코 ‘올바른 과거청산’법을 쟁취하고, 과거청산이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열심히 투쟁할 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5. 3. 7.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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