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철거 임박 ‘우토로’..깊어가는 불면의 밤
“9월 27일 우토로 마을 강제집행, 그러나 우토로는 굴하지 않습니다”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 사무국장 현지상황 담은 글 보내와
일본 안에 있는 마지막 재일 조선인 강제징용촌 ‘우토로’.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위치한 6천여평의 작은 마을 우토로가 불면의 밤에 시달리고 있다. 일제 강점기 하에 강제징용됐다가 이곳에서 살아남은 한인 1세들의 한숨도 깊어만 간다.
오는 27일 우토로에 있는 집 한채가 철거될 처지에 처했기 때문이다. 철거대상은 빈집이긴 하지만 이번 철거는 최초의 철거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는 앞으로 이어질 우토로 마을 강제철거의 전주곡으로 비춰지고 있다.
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우토로. 현지 주민과 이들을 돕는 지원자들은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하지만 우토로 주민들은 땅주인이 있는 땅을 불법 점유한 피고인 신세에서 벗어날 길이 요원하기만 하다. 전후 보상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우토로국제대책회의는 오는 25일 일본 NGO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우지모)’ 등과 함께 우토로 강제철거 반대 결기대회를 연다. 이후 26일 도쿄에서 열리는 주일대사관 국정감사에 우토로 동포를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시켜 증언시간을 갖고, 철거당일인 27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우토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지모’의 사이토 마사키 사무국장이 현지에서 글을 보내왔다. / 미디어다음 편집자 주
“9월 27일 우토로 마을 강제집행, 그러나 우토로는 굴하지 않습니다”
8월 30일 20명의 교토지방재판소 집행관이 우토로 마을에 들이닥쳤다. 그리고는 9월 27일 ‘첫 철거’를 알리는 강제집행 공시서를 붙이고 갔다. 예상치 못한 사태였기 때문에 주민들과 일본의 지원자들은 큰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우토로 주민들과 주민들을 돕는 지원자들은 강제집행 공지를 놓고 매일같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27일 철거예정인 우토로의 빈 집. [사진=우토로국제대책회의]
이 과정에서 모두가 인지한 한 가지 사실은 ‘땅 주인은 이번 강제집행을 시발점으로 한 집 한 집 강제집행을 해 나갈 작정’이라는 것. 이에 우리는 “이번 강제집행이 빈 가옥 한 채에 대한 것이지만 우리는 이를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번 강제집행을 막아낼 수 있느냐의 여부가 앞으로 우리가 우토로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다”라는 데에 의견을 일치했다. 구체적인 행동대책에 대한 것은 계속 논의 중이다.
이처럼 우토로를 지키기 위한 대책들이 많은 고민을 통해 세워지고 추진되고 있지만, 현지 주민들의 마음 속에는 어쩔 수 없는 공포와 불안의 기류가 하루하루 증폭되고 있다.
강제집행 공지 이후 불안과 공포 때문에 밤 잠을 이루지 못하는 1세 할머님이 있고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여 제대로 밥을 못 드시고 아예 병석에 몸져 누우신 분들도 계시다. 지원자들이 우토로를 찾아오는 것조차 외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섭다’고 눈물을 흘리는 1세 할머님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우토로를지키는모임’ 다카와 아키코 대표도 ‘온갖 고생 속에서도 억세게 살아온 할머님들이 이렇게 무서워하며 불안해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그들에게 괜찮습니다, 안심하시라는 말을 자신있게 말해드리지 못해 너무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이에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우토로를 지켜야 한다”고 결의를 재다짐했다.
주민회와 지원 단체들은 이번 강제집행 승인을 내린 교토지방재판소와 강제집행의 직접적인 담당자인 집행관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동시에 전반적인 여론 환기를 위한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일본 시민들로 구성된 ‘우토로를지키는모임(이하 우지모)’은 지난 9월 13일, 교토지방재판소 소장 앞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속적인 관심이 없다면 우토로와 우토로에 생존해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진=우토로국제대책회의]
우지모는 탄원서에서 ‘이번 강제집행은 우토로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막는 것이다’며 ‘우토로문제는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 및 침략전쟁에 그 기원이 있으며 단순한 민법상의 법률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근간에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지모는 탄원서에서 ‘지난 2001년 8월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가 지난 2001년 8월에 이미 우토로 지구의 강제퇴거에 대한 큰 우려를 이미 표명했다”며 “빈 집 한 채에 대한 강제집행이 앞으로 큰 화근이 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다해 강제집행을 중지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우토로 주민회관에서 주민회와 우토로를지키는모임, 민단과 총련이 긴급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기자회견에는 일본 현지의 방송과 신문 기자들 30여명도 함께 참석했다. 여기서 우토로 주민회와 민단과 총련은 각각 성명서를 발표했다. 주민회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우토로를 지켜낼 것이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민단과 총련도 공동성명서를 통해 “우토로 동포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을 천명한다”며 “토지 소유권자는 즉각 강제집행을 취소하여 대화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력이 요청한다”고 한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이어 민단과 총련은 “일본정부 및 교토부, 우지시는 우토로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구제척인 조치들을 시급히 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국에 보도된 것처럼 27일 강제집행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날이갈수록 공포와 불안, 분노, 투쟁의 감정이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우토로. 이미 수십년 동안 우토로 주민들은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는 긴장감에 절박함으로 살아왔건만, 과연 이들에게 불안과 공포 없는 그저 평범한 생활을 누릴 권리는 진정으로 없는 것일까.
현대 일본의 식민지주의와 인종주의, 인종차별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뒤엉킨 우토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양심이 있는 일본인들의 행동과 한국의 지원이 보다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국내에서는 우토로를 살리기 위한 모금캠페인을 지난 6월부터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 3억 3천만을 모금했습니다. 하지만 우토로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역사의 질곡 속에서 고향과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60여년간 차별과 빈곤에서 생존해오셨지만 단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살다가 가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금이 쌓일 때마다 일본 정부와 닛산이 느끼는 압박은 커져갈 것입니다. 이제는 정말 우리가 나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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