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관련 위원회 통․폐합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이명박 대통령께서 “국민화합 차원에서 우리가 일본도 용서하는데 친일문제는 공과를 균형 있게 봐야한다”라고 말씀하신 바로 그 날, 감사원도 이러한 정치적 대세에 합류하는 발표를 해 권력의 새로운 주류로 부상하기 위한 꿈틀거림을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2006년 4월 진실화해위원회가 설치됨에 따라 목적과 기능이 유사한 나머지 12개 과거사위원회를 진실화해위로 통합․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통보했다”고 밝혔으며 특히 과거사 관련 위원회는 동일사건 중복조사 등으로 인해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으로 지적했다고 한다.
착착 맞아 돌아가고 있다. 대통령께서 친히 “이런 저런 과거사 청산관련 위원회 분들이 주로 과거 정부에서 임명됐는데 과거사 관련 위원회 정리를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한다.”고 하신 바로 어제 감사원 역시 권력의 세 치 혀가 되기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감사원이 비록 대통령 직속기구이기는 하나 본래의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정부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통령직속기관이지만 직무에 있어서는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해 의문을 지니게 만드는 발표이다. 또한 과거사 위원회의 업무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측면도 많다. 오죽하면 조선일보도 사설과 기사들을 총 동원하며 노무현 정부 때 눈을 감고 있던 감사원이 이명박 정권 후 2개월 만에 이 대통령에게 진상進上하는 감사결과를 내놓고 있다며 의아해 하고 있다. 보수언론마저 감사원의 정권 눈치 보기가 너무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 수록인물 공개 기자회견을 한 날,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사를 경제논리로 덮고 가자는 내용의 말을 한 바로 그 날, 감사원은 과거사 위원회의 비효율을 지적하는 감사 결과를 내 놓은 것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너무 노골적이다. 감사원의 행태를 이렇게 이해하는 국민들이 문제인 것인가 아니면, 말 그대로 이명박 대통령 직속기관이 되어 권력의 내부감시·고발자에서 권력의 대리인으로 변화한 감사원이 문제인가?
이명박 정권은 노골적으로 과거사와 관련하여 ‘경제가 어려운 이때 과거사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정권의 이러한 노골적인 압력이 이미 행정부 곳곳에 퍼져 있다는 것이 이번 감사 결과의 이면 명확하게 보이고 있다.
우리 국민 모두는 감사원이 권력이 실용주의에 미쳐 돌아갈 때 권력의 내부에서 제동을 걸어주고 방향타를 용기 있게 잡아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는 감사원이 더 이상 자정작용 기구이기를 포기하는 결과로 비쳐지고 있다. 감사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행정 권력의 내부 견제와 비판이다. 감사원이 스스로의 존재 근거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
아울러 지난 1월, 과거사 관련 제 단체들과 유족들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인이 역사의 대의를 거스르고 약자의 희생과 인권의 유린으로부터 정부의 주장만을 관철 시킨다면, 국민의 준엄한 평가를 피할 수 없음을 엄중히 경고하면서, 한나라당이 과거사위원회 통·폐합 및 연장불가 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던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는, 진실과 정의에 대한 믿음과 그 역사적 흐름을 함부로 거역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2008. 4. 29.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상임공동대표 : 권오헌, 김세균, 김영호, 남상헌, 박원순, 박중기, 백승헌,
서중석, 손예철, 신혜수, 오종렬, 이석행, 이 영, 이창호, 임헌영, 장석춘, 전종훈,
정광훈, 정동익, 정종열, 진관, 최병모, 최 열, 한상렬, 허영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