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국민들의 탄압과 억압을 받던 생활을 각종 자료를 통해 보여줘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건립 취지다. 올해부터 범국민적인 모금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2월1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민문연 사무실에서 만난 임헌영 민문연 소장은 20년간 민문연이 활동할 수 있던 동력으로 ‘과거사 청산을 위한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꼽았다.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친일 잔재들이 민문연을 향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친일인명사전에 이은 2단계로 올해부터 일제강점기 역사관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며 “당시 억압과 탄압을 받던 국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줘 민족반역자가 나오지 않도록 정신무장을 하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민문연의 최대 업적으로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꼽았다. 과거 사회 전면에 친일파들이 득실거렸던 친일파들이 이제는 사회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조성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는 “의욕만큼 친일파를 일소하지는 못했다”며 “친일파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은 아직도 막강하고 사회지배층을 꼬집어보면 형식적인 청산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다음은 임 소장과의 일문일답.
-민간 연구소인 민문연이 20년간 동력을 잃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
“과거사 청산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의 과거 청산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민문연을 지탱하고 있다. 민문연의 수입 중 80%가 회비다. 회원들의 열정이 뜨겁다. 오욕의 상처를 되잡고자 하는 열정을 뿌리깊이 느끼고 있다. 그다음은 역사에 대한 책임감이다. 연구소 상임 연구원들부터 시골에 있는 회원들까지 언제 어디서 만나도 친일 등 과거사 문제를 두고 금방 의기투합할 수 있는 정서적 연대감이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역사적 상황이다. 올바른 민주주의 정권이 수립돼 정부차원에서 했다면 민문연은 없었을 수도 있다. 불행히 군부독재 또는 민간독재 속에서 과거사 청산을 외면한 정권이 있었다. 열망과 책임감, 역사적 상황 3가지가 묘하게 어울렸다. 20년을 해왔지만 20년의 몇 배를 더 할지 아직 미지수다.”
-민문연하면 친일인명사전이 떠오른다. 그 밖에 활동의 공과(功過)를 설명해 달라.
“민문연이 설립된 1991년만해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친일파가 주요세력을 이뤘고 당연시됐다. 교과서만 해도 친일파가 득실거렸다. 이제는 국민들 누구나 각 분야에서 친일파가 배제돼야 한다는 것을 공감하고 따지게 됐다. 친일파의 존재가 우리 민족의 불행이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게 된 것이다. 공교육 분야에서는 적어도 친일파에 대한 일정한 비판과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것은 의욕만큼 친일파 척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아직도 너무나 많은 친일 세력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가진 영향력이 사회 모든 분야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사회 지배계층들을 꼬집어보면 형식적인 청산도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친일인명사전의 현황은 어떤가. 인물 추가 작업은 하고 있나.
“11월이면 만 2년이 된다. 예상을 뒤엎고 대단히 많이 나갔다. 3800여 부 나갔다. 1질 당 30만원의 적지 않은 가격이다. 아쉬운 점은 공공도서관과 학교 등에 책이 배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음성 또는 양성적인 방해가 있다. 친일인명사전은 엄격한 학술적인 업적이다. 정치적인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 근대 이후 한국 사회에 대해 사전만큼 깊이 연구한 연구물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전은 일제 강점기 인물 역할을 한다. 정치, 경제, 사회, 예술, 스포츠 등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다 있다. 그 분야를 연구하거나 인물에 대해 연구하려면 우리 사전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물 추가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증보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편찬위원회에서 오탈자를 잡고 있는 하지만 중대한 오류는 없다. 2주년을 맞아 관련 행사를 할 예정이지만 중요한 줄거리 변화는 없을 것이다.”
-친일진상규명위원회 등 국가 위원회들이 최근 활동을 종료했다. 민문연의 활동계획은 어떤 것인가.
“민간 연구소로서 연구 자체에 충실할 계획이다. 친일진상조사위원회 등 정부에서 만든 여러 위원회들이 해산했다. 이들 위원회들이 큰 역할을 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특히 과거사 청산은 희생자에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 올바른 청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반민족, 반민주라는 ‘과거사’ 자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피해자가 왜 생겼나. 반민족, 반민주적 행위를 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생겼다.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과거사 청산 없이는 올바른 민주주의 토양이 생겨날 수 없다.”
-민문연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대표성 등에 대한 지적도 있는데.
“친북좌파다, 대표성이 없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 현 시대의 잣대를 댄다는 등 비난이 있다. 하지만 우리 연구소는 철저히 비정치적이다. 역사적인 연구를 할 뿐이다. 비정치성 속에는 남북한이 함께 포함된다. 어떤 정당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연구하는 기관이다. 친북좌파라는 부분은 변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상투적인 냉전논리에 불과하다. 그다음 대표성 부분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대표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제일 먼저 열정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해 가장 깊고 많은 자료와 연구 인력은 물론 냉철한 분석과 비판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 우리가 연구한 것을 발표해 왔을 뿐이다. 처벌을 한다고 하면 국가 기관이 해야 한다. 우리는 역사적인 연구 활동을 할 뿐이다. 교수가 논문을 쓴 것 보고 대표성이 없다고 비난할 수 있나. 겪어보지 않고 비판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구상 모든 연구원들은 연구 자격이 없다. 고대 연사를 누가 연구하나. 다 죽었는데 하지 말라는 이야기 아닌가. 이 같은 비판 자체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것들이다. 트집을 잡아 공격하고 비방하기 위하기 위한 허구의 질문에 불과하다.”
-그간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가장 어려웠던 것은 친일인명사전 제작비용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게 제일 어려웠다. 흔쾌히 우리 연구소에 기부하는 회원들이 적지 않은데도 충분히 활동할 정도의 기부금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학술 연구, 사회운동, 시민운동으로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쉬움이 많다.”
-할 말이 있다면.
“일제강점기 역사관 건립을 추진한다.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다. 올해부터 캠페인을 벌일 생각이다. 친일인명사전에 이은 2단계다. 국민들과 세계에 일제 탄압 상을 널리 알려 다시는 침략전쟁이 없도록 하고 설사 침략을 당하더라도 민족반역자가 나오지 않도록 정신 무장을 하기 위해서다. 일반 시민들에게 이를 시청각으로 보여줄 마땅한 공간이 없다. 독립기념관이 있지만 독립운동과 일제 침략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제 강점기의 국민 생활, 탄압과 억압을 받던 생활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어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떤 옷을 입었는지 등이다. 연구소에 굉장히 귀한 자료가 많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국민 운동모금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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