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명서] 권희영 교수는 역사학에 매카시즘을 부활시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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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권희영 교수는 역사학에 매카시즘을 부활시키려는가?


  <연합뉴스>와 <한겨레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과 한국현대사학회(회장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어제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역사교육의
모색> 심포지엄에 참가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여운형은) 스탈린의 선택을 받아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려고 했다”, “소련의
충실한 동맹국이 되려 한 것일 뿐 합리적, 이상적 독립국 건설을 위해 노력했다는 얘기는 지어낸 것”, “여운형이 공산주의자가 아니고
사회민주주의자인 양하는 그런 식의 픽션(허구)이 현행 국사 교과서를 통해 퍼져 있다. 좌편향 교과서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고 청소년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런 교과서가 바로잡히지 않고서는 이석기 의원 같은 사태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는 한국현대사학회 전 회장이었다는 권 교수의 발언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으며, 도대체 어떤 사료 또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서 나온 발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몽양 여운형 선생에 대해서 연구한 그 어떤
논문에서도 몽양 선생을 ‘공산주의자’로 규정한 적이 없다. 몽양 선생은 소련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켰던 레닌을 만났을 때, 계급보다 민족이 더
우선이라는 자신의 평소 생각을 레닌이 강조해 무척 반가웠다고 회고했던 민족주의자였고, 일제 검찰은 몽양 선생을 붙잡은 뒤 그의 상해에서의
고려공산당 참여활동을 두고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죄를 물으려 했으나 “나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유물론을 신봉할 수 없다”는 몽양의 발언을
비롯하여 몽양이 초기 영어문서를 한글로 번역한 것 이외에는 공산 활동을 한 구체적 증거를 아무것도 댈 수 없어 결국 실패했다.  1920년대
초기 공산당 활동은 그 당시 중국에 망명해있던 독립운동가들에게는 이념적 선택이 아닌 한민족 독립운동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몽양 선생의 경우는 아직도 냉전시대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권교수 수준의 프리즘으로는 도저히 재단할 수 없을 만큼 그 사상과 언행에
있어 극좌에서 극우에 이르는 대단히 폭넓은 스펙트럼의 소유자였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해방 직후
미국도, 소련도 몽양 선생을 공산주의자로 여기지 않았다. 심지어 몽양 선생은 공산당이 원치 않던 좌우합작을 추진하다가 ‘미제의 앞잡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심지어 공산당으로부터 테러를 당하기도 하였다.  이런 이유로 저명한 정치학자 이정식 교수는 1947년 7월 19일 그의
피살의 배후가 공산당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몽양 선생은 일단 통일 독립 정부를 먼저 세우고, 어떤 체제를 선택할 것인지는 선거를 통해
국민이 결정하면 된다고 주장했던 의회민주주의자였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권 교수가 “여운형은 공산주의다. 공산국가를 세우려고 했다”라며
최근 이석기 사태에 기대며 매카시즘적 발언을 했다고 하니, 그의 학자적 양식과 양심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고, 공동주최한 두 단체의
품격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여운형
선생을 근거 없이 폄하한 권 교수는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집필자라고 한다. 이 교과서는 주요 연표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내용을 빼고, 색인에 ‘안중근’을 빼고, 친일인사 이병도를 민족사학자로 묘사하고, 심지어 한국어 위키백과를 표절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등
교과서로서의 권위를 이미 실추 당하였다.  그런 교과서의 내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한반도 통일의 선구자인 몽양 여운형 선생을 제단에 올려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는 사실에 과연 그 심포지엄이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맞는지, 주최 측은 토론자의 발언에 동의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는 이번 문제발언의 당사자인 권희영 교수는 물론 이번 심포지엄의
공동주최자인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현대사학회에 권희영 교수의 문제 발언에 대한 역사적 근거를 밝힐 것을 요청하며, 그 근거가 없을 경우 공식적
사과를 촉구한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한반도 통일’을 고민하는 두 단체가 몽양 여운형 선생의 통일 노선에 진지한 연구를 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2013년 9월 6일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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