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005년 5월 31일 정식출범했다. |
이명박 정부의 ‘코드 인사’가 공기업 및 기관뿐만 아니라 전문위원회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주 그동안 공석으로 남아있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이하 반민규명위) 사무처장으로 박원관 전 한나라당 정책국장을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정책국장은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으로 한나라당 제2정책조정실장, 국회 정책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특히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민원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지난해 2월 1일 한나라당 중앙 당사를 항의 방문한 전두환(일해)공원 반대 경남지역대책위 관계자들과 욕설을 주고받아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한나라당이 비난하던 코드인사 뜻이 뭐냐?”
▲ 전두환(일해)공원 반대 경남대책위원회는 지난 2007년 2월 1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를 항의 방문해 직접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했다. 이 때 당시 한나라당 민원실장이었던 박원관 전 한나라당 정책국장과 대표단은 언쟁을 벌였다. |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와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이하 범국민위원회)’는 지난 19일 논평을 내고 반민규명위 사무처장 ‘낙하산’ 인선에 대해 강하게 성토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정치와 전혀 무관한 역사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의 조사연구를 총괄 지휘하는 책임 있는 자리에 전문가는 물론 행정관료도 아닌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를 앉히려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노골적으로 과거사 청산을 저해하는 발언을 일삼더니, 이제 밑에서 이를 받들어 구체적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위원회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식 밖의 임명을 강행하는 건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과거사위원회를 두루 무력화시키기 위한 포석의 시작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정부의 과거사 해법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는 일본의 독도문제 대응이 웅변해주고 있다”며 “정부가 더 이상 이 문제를 정치적 단견으로 접근하지 말고 민족사의 차원으로 바라보길 권고한다”고 밝혔다.
범국민위원회도 “이명박 정부는 타인의 고통에 반응을 보이지도 않고 무감한 자신에 대해 반성하거나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싸이코패스(psychopath)”라며 “YTN 사장,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직에도 이명박 대선캠프 인사들이 들어선다 하니, 지난 5년 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그토록 비난해 마지않던 ‘코드인사’라는 말뜻이 혼란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과거사 관련 위원회는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인데 이명박 정부는 통·폐합, 예산삭감, 부적절한 인력배치 등을 통해 실용이란 이름으로 위원회를 욱죄고 있다”며 “과거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반성하는 사회적 치유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지금 당장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과거사 관련 위원회 죽이기를 당장 중지해야 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지난 시간의 실정을 깊이 반성하고 ‘소통’이 무엇인지 좀 더 생각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08.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