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2009개정 역사교육과정 철폐와 역사교육정상화 약속 즉시 이행하라
1. 어제(6.26) 국사편찬위원회가 내년(2013년)부터 전국의 중학교에서 사용하게 될 역사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9종의 교과서가 검정을 신청해 모두가 합격했다고 한다.
2.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교과서로 쓸 수 있도록 해 교과서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검정 교과서 제도의 취지에 비춰보면 9종의 교과서가 모두 검정을 통과한 것은 긍정적인 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6개월 만에 2권 분량의 교과서를 쓰도록 한 무리하고 졸속적인 교과서 개발 과정의 잘못을 덮으려는 면죄부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3.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중학 역사 교과서는 지난 2011년 8월 9일 고시된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 교육과정’(이하 ‘2011 역사 교육과정’)에 의해 제작된 것이다. 2011 역사 교육과정은 2011년 3월 개정 작업을 시작해 불과 4개월 남짓 만에 졸속으로 만들어진 교육과정이었으며,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도 6개월 조금 넘는 기간 만에 개발된 것이다.
4. 우리는 2011 역사 교육과정 자체가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졸속적으로 고시하고 교과서 개정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2011 역사 교육과정은 수구·냉전세력의 무분별한 이념 공세를 그대로 수용해, 역사교육의 본령인 근현대사 교육을 축소시키고, 친일 반민족 세력을 근대화 추진 세력으로 복권시키며,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반공독재를 ‘자유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이름으로 정당화시키는 엉터리 교육과정이라고 학계로부터 비판받은 바 있다.
5.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를 살펴보면 근·현대사 교육의 퇴보를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 이런 비판이 공연한 일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모든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완전히 대체했다. 친일파 관련 서술은 찾아보기 힘들고, 민주화 운동에 대한 내용도 크게 줄어 형식화되었다. 그에 비해 경제발전에 대한 서술은 확대되었고, 스포츠나 국제행사가 우리나라의 위상을 보여주는 일인 양 강조되었다.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사회부작용이나 노동운동 내용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평화통일에 대한 관점도 크게 후퇴하였다.
6. 우리는 대다수 교과서 집필자들이 학자적 양심에 입각해 역사적 진실을 서술하기 위해 노력했으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교과서 서술의 설계도이자 검정의 기준이 되는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이 처음부터 잘못된 데다가, 작업 기간조차 턱없이 짧은 상황에서 질 높은 교과서를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무리라 하겠다. 결국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왜곡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수용한,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고쳐 써야 할 ‘부실교과서’의 전형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7. 역사교육과정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후대들의 역사인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역사교육과정은 수시로 개정되면서 엄청난 혼란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전락해 버렸다. 우리는 잘못된 교육과정과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 다음 두 가지 노력을 할 것이다.
8. 먼저, 향후 이번에 검정 합격된 교과서의 서술 내용을 면밀히 분석, 검토해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아울러 검정 합격 이후에도 다양한 수정 요구가 전달될 텐데, 이런 수정 요구가 과연 교육적 차원에서 정당한 것인지도 꼼꼼히 따져볼 것이다. 또한 내년에 검정이 예정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작업에 대해서도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을 것이다.
9. 다음,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1 교육과정의 전면 무효화, 그리고 역사교과의 독립과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법안 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총선유권자넷트워크가 선정한 <19대 국회 33대 정책과제> 가운데 하나인 “2009개정 역사교육과정 철폐와 역사교육정상화”를 새누리당을 제외한 모든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선거공약으로 약속하였다. 이제 19대 국회가 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졸속 개악된 2009 개정 교육과정 고시를 철회하고, 교육과정 전반을 재검토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국회는 특정 정치세력들과 수구관료, 정치인들의 편향적인 이념공격과 정치적 압력으로 마련된 2009개정 역사교육과정을 철폐하고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한 방안들을 시급히 입법해야 할 것이다.
2012. 6. 27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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