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친구가 되기를 거부하는 나라, 일본
일본 여야
국회의원 168명이 23일 오전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총리는 공물을 봉납했으며, 아소 부총리 등 정부 각료 세 명도 참배했다. 이는
이웃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깡그리 무시하는 ‘참사’에 가까운 도발행위이다.
야스쿠니신사가
무엇인가. 침략자와 가해자들의 사당이자, 민족문화를 말살하고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도구로서 일제 침략 지배의 최대 상징이었다. 그런
야스쿠니신사에 정부 각료와 정치인이 대거 참배했다는 것은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을 받은 나라들과 민중들을 모욕하는 행위이며,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이웃나라와 친구가 되기를 거부한 정치적 행위로서 함께 살아갈 의사가 없음을 스스로
선언한 망동이다. 그들의 졸렬한 행동과 역사인식에 분노를 넘어 도저히 구제불능한 국가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 하는가. 일본 정계의 총체적인 반동화는 일본 국내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최대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총리는 교과서 문제에 근린조항을 무력화시키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왜곡된 역사교육을 강화하려 하고, 영토 분쟁을 야기시켜 시민들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게 하며,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평화헌법마저 개정해서 군사대국화를 합법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가 국제적 갈등을 증폭시켜 스스로의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임을 뻔히 알면서도 강행하는 것은 이웃과 공존할 의사가 없거나 상대를 멸시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는 일이다. 120여년 전 후쿠자와 유기치가 갑신정변이 실패로 끝난 이후 조선을 비난하며 ‘아시아의 나쁜 친구를 사절한다’고
한 적이 있다. 이제 이 말을 고스란히 일본에게 돌려주어야 할 때다. 아시아가, 아니 세계가 일본이라는 ‘나쁜 친구’를 사절하고자
한다.
일본이라는
국가가 동아시아의 일원으로 남고자 한다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즉시 중지하고,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인한 피해 보상과 정의롭지 못한 역사를
반성하는 교육을 실시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2013.4.23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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