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교육부는 역사교육 장악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채택과정에서 나타난 교육주체들의 명확한 의사를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또 다시 역사교육을 정권의 통제하에 두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교육부의 편수기구 설치는 교과서 검정제도의 취지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으로 사실상 국정체제로 바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교육부가 서남수 장관의 ‘편수기능 강화 방침’이 한국사 교과서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교과서 검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간의 파행을 볼 때 이를 신뢰하기에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교육부의 설명자료에는 “교육부의 편수기능 강화는 현재의 검정위임·위탁체제를 유지하되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교육부의 관련 조직과 전문 인력을 보강하려는 것”이라고 되어있다. 편수란 문자 그대로 편찬과 수정이다. 또 “국정 전환은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혀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그렇다면 편수전담 조직의 강화는 예견된 수순을 밟기 위한 꼼수의 하나일 뿐이다.
이번 교과서 파동에서 교육부의 개입이 초래하는 폐해와 부작용은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입증됐다. 이미 권위도 자격도 상실한 담당 부처가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권한을 강화하려 드는 모습이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한다.
교육부는 편수기구를 만들어 수준 이하의 교과서를 보완해주는 ‘교열부’의 길에 본격적으로 나서려 하는가. 아니면 다수의 정상적인 교과서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시대착오적인 비정상 교과서로 바꾸려고 하는가.
차제에 정치권은 역사와 교육이 권력의 농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행정부를 벗어난 독립기구의 신설이 합리적 해결방안의 하나이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권력의 의중을 좇아 역사를 주무르려는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보다 더한 국민적 저항의 한 복판에 놓이게 될 것이다.
2014. 1. 10.
민족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