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 넘었지만, 한국전쟁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한 유해들은 전국 곳곳에 아직까지 방치되어 있다. 이에 민간단체들은 한국전쟁 유족들의 요청으로 한국전쟁기 학살된 민간인들에 대한 유해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하였다.
한국전쟁유족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49통일평화재단, 포럼진실과정의 등 시민단체들은 2014년 2월 18일(화) 오후 1시 경향신문사 옆 프란치스코회관 212호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 출범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번 유해발굴은 노무현 정부 이후 중단된 과거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를 인도적 차원에서 발굴?안치하고, 실질적인 과거청산에 필요한 법과 제도가 구비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을 모아내는 한편, 이후 민간차원에서 과거청산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무수히 많은 민간인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한 채, 지하 광산이나 이름 모를 산속에 버려졌다. 다행히 2006년 12월 국가기구인 진실화해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유해발굴 작업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전국 158개 지역에 대한 지표조사를 실시한 뒤, 이 중 13개 지역의 유해를 우선 발굴하여 1,617구의 유해와 5,600여의 유품을 수습하여 충북대학교 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관’에 임시 안치하였다. 그리고 진실화해위원회는 2009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유해발굴과 안장을 위한 건의’를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하여 국가 차원의 후속 조치를 요청했으나,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아직도 한국전쟁 당시 학살된 유해들이 전국에 방치되어 있지만, 국가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마땅히 가져야 할 법적?정치적 책임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조차 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민간차원에서라도 먼저 아픈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오는 2월 24일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진주지역 보도연맹사건 관련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발굴을 시작한다. 이번 유해발굴은 진주유족회의 요청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유해를 수습하여 적절한 장소에 안치시킴으로써 피해자와 유족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한 조치이다. 향후 공동조사단은 매년 지속적인 유해 발굴을 통하여 민간인학살 사건의 실상을 기록하고, 하루속히 국가가 나설 수 있도록 강력하게 촉구하고 요구할 것이다.
이번 유해발굴이 진행되는 진주지역의 한국전쟁유족회의 강병현 회장은 전쟁 유복자로서, 한국전쟁 당시 어머니가 새참으로 삶고 있던 국수를 면사무소에 다녀와서 드시겠다며 잠시 집을 나섰다 영영 돌아오시지 못했던 아버지의 영전에 “아버지, 조금만 참으세요. 이제 곧 밝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동조사단은, 우리나라가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뤄내 인권국가로 발돋음 하기 위해서는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분들의 진상규명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국민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줄 것을 기대한다. |
- 63140044.pdf (1,023.00 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