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을 계기로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기대한다
1. 이번 6.4지방선거의 백미는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이다. 4일 치러진 17개시도 교육감 선거 결과 진보성향의 후보들이 13곳에서 당선되어 진보 교육감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세월호 참사가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고, 30·40대 ‘앵그리맘’을 중심으로 한 학부모들로 하여금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보수 성향의 후보보다 협력과 공존, 덕성을 중시하는 진보성향의 후보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국제중·자사고의 일반학교로의 전환을 통한 특권교육 중단, 혁신학교와 공립유치원 확대를 통한 공교육 실현, 친환경무상급식을 통한 보편적 교육복지 등을 공동공약으로 내건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됨에 따라 교육의 공공성이 회복될 전망이다. 교육에 대한 신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국가 중 29위로 바닥권이라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진보교육감들이 입시고통해소와 공교육강화, 학생안전 및 건강권 보장, 교육비리척결, 교육복지강화, 혁신학교 확대 및 학교혁신 보편화 등을 위한 공동공약을 마련한 것은 환영할만하다.
2. 이번에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은 지난 5월 19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친일독재 교과서 반대와 민주시민 교육활성화’라는 공동공약을 밝힌 적이 있다. 그리고 역사정의실천연대가 선거 직전에 제기한 △역사교육 관련 정책질의 곧 교학사 한국사교과서의 검정통과 논란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전환 논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방안 △역사교육 정상화 정책 방안 등 4가지 항목의 공개질의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역사왜곡에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3. 먼저 2013년 교학사 한국사교과서의 검정통과에 대해 진보교육감들은 친일독재를 미화한 뉴라이트 역사교과서가 교육현장에 배포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역사적 규범기준은 독립운동 정신과 반독재 민주화운동 정신인데,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일제의 식민통치와 친일반민족행위, 이승만 독재, 박정희의 5·16군사쿠데타와 유신체제를 미화함으로써 헌법정신을 유린·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로서는 자격미달이라고 본 것이다.
4. 교학사 한국사교과서의 부실검정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와 관련하여 편수기능을 대폭 강화하거나 국정화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역사를 국가권력의 이데올로기 통제수단’으로 삼겠다는 발상으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헌법정신에 비추어 볼 때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진보교육감들은 정치권력이 역사교육에 개입하거나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추진할 경우 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진보교육감 가운데 일부는 기존의 교과서 검정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대안교과서를 개발하겠다는 답변을 했고 아예 교과서 발행은 궁극적으로 자유발행제로 가야한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5. 진보교육감들이 밝힌 역사교육 정상화 방안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기도를 저지한다. 둘째, 열린 세계시민인식에 기반한 민주시민 교육을 위해 교육청 단위의 독자적인 인정교과서를 개발한다. 셋째, 한국사 교과목의 독립, 근현대사 교육 강화, 입시위주 교육의 지양, 학생들 참여와 체험 중심의 수업 등을 통한 역사교육 강화를 추진한다. 넷째, 현행 검정체제를 유지하되 중·장기적으로 인정제, 궁극적으로는 자유발행제에 입각한 교과서 발행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진보교육감들이 제시한 역사교육 공동공약을 조속히 이행하여, 친일독재 잔재를 청산하는 한편 자유, 평등·인권·민주·평화 등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역사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2014년 6월 5일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 한상권(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공동대표: 김정훈(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이완기(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신승철(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정동익(사월혁명회의장)
박범이(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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