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서울시는 ‘박정희기념관’에 대한 특혜매각을 즉각 취소하라!
서울시는 6월 18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소재한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부지(시유지)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하 기념재단)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 박정희 추종세력들이 박정희기념관을 건립하겠다며 국고 지원을 요구하던 당시,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반대와 저항이 거세게 일어났음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박정희는 일제강점기 친일 군인으로서 민족을 배반하였고, 그 후 불법쿠데타와 사실상의 종신독재로 나아간 반역사적 인물이다. 박정희는 청산의 대상이 될지언정 기념의 대상은 결코 될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기념관 건립 시도는 매우 거센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야합에 의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부족한 민간 모금에도 불구하고 국비 208억원을 지원받는 방식으로 기념관 건립 사업에 국민의 혈세가 지출되는 통로가 마련되었다. 이에 2001년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와 서울시 사이에 기념관을 완성하면 시설 일체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협약을 맺으면서,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의 시 소유 부지를 제공하고 기념재단은 기념관을 위탁관리하기로 결정되었다. 그 후 여론의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이명박 정부 시기 안전행정부로부터 국비 208억 원을 지원받아 2011년 11월 박정희기념·도서관을 준공하고, 이듬해 2월 해당 부지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에 기부채납을 신청했다. 이로써 친일반민족행위자이자 독재자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고 기념하는 희유의 사태가 눈앞에서 현실화되었다.
박정희기념ㆍ도서관은, 여론의 우려대로, 오로지 박정희를 위해, 박정희 추종자만을 대상으로 한 역사왜곡과 일방적 찬양 시설에 지나지 않았다. 기념재단은 당초 국비 지원의 명분이 되었던 지역 주민을 위해 병설한 공공도서관을 일방적으로 폐쇄한 채 박정희기념관만 단독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또한 기념재단이 내야 할 토지·건물 사용료도 받지 않았다. 한마디로 공공용지를 무단 점유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고 지원의 명분과 협약서의 의무 이행 사항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채 역사왜곡의 거점으로서 활개를 치는 데 정부와 서울시가 나서서 지원해 준 꼴이 되었다.
그럼에도 기념재단측은 위탁관리 최대 기한이 10년으로 서울시 조례가 변경되자, 기부채납하더라도 운영권을 영구보장 받기 어렵다는 명분으로 땅을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놀랍게도 서울시는 기념재단의 협약 위반과 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신, 느닷없이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부지 1만1099㎡를 기념재단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기념재단의 대통령 기념사업을 관리·감독하는 안전행정부 또한 기념재단의 사업비를 부지 매입비로 전용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한 마디로 협약서 의무 불이행과 운영 부실로 운영권을 박탈해도 시원치 않을 터인데, 도리어 기념재단이 용이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시민의 소중한 땅마저 기념재단에 팔아넘겨 마음껏 활동할 여지를 만들어 주려고 한 것이다.
서울시가 나서서 시민의 공용지를 독재자 기념사업에 내어준다는 것은 힘들게 쌓아온 시민사회의 가치마저 거스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대한 문제가 어떠한 여론 수렴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생활정치를 표방하는 박원순 시장의 정치철학과도 위배되는 것이다. 기한이 되면 협약서의 규정에 따라 냉정하게 재단의 그간의 운영 활동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위탁관리에 대한 책임을 확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협약 내용마저 무시한 채 어떠한 여론 수렴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7월 중에 매각하겠다고 결정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이에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서울시에 ‘매각에 관한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바이다.
2014년 7월 1일
역사정의실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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