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하고 반 헌법적 역사관을 지닌 김명수 교수의
교육부장관 내정을 취소하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른바 ‘국가개조’를 하겠다며 출범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에, 일제 식민 지배를 찬양하는 문창극이 국무총리 후보로, 제주4·3을 공산주의 세력의 무장 봉기로 규정하는 정종섭이 안전행정부 장관후보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교과서를 적극 옹호하면서 서울대 국사학과가 대한민국 정체성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키워왔다는 해괴한 발언마저 서슴지 않는 김명수가 교육부 장관후보로 내정되었다. 한 마디로 친일과 독재를 옹호하는 세력을 대한민국 국가 개조의 주역으로 내세우는, 1905년 을사늑약 전 친일내각의 구성을 방불케 하는 파천황의 친일–극우내각이다. 일본 우익이 문창극 총리 후보에게 힘내라고 응원하는 이 민망한 상황을 보면서 이 나라가 정말 대한민국인지, 대한민국의 최고규범인 헌법이 국가정체성으로 선언한 ‘3.1독립운동과 4월 민주혁명’의 정신을 과연 지키려는 최소한의 의지나 자질이 있는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번 개각의 핵심 장관 후보자들이 일제 식민지배와 친일 그리고 독재를 미화하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와 동일한 역사 인식을 보이거나 교학사 교과서를 적극 옹호하는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그 대표적 인물이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가운데 모두 11건이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제자의 논문을 요약해 자신을 제1저자로 학술지에 게재한 경우가 5건, 공동연구로 발표한 논문을 단독으로 저술한 것처럼 등재한 경우가 4건으로 집계됐다. 김 내정자는 제자논문을 표절하고 연구 성과를 부풀렸을 뿐만 아니라, 제자의 논문으로 연구비를 부당하게 챙겼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어, 이미 학자나 교육자로서 기본 도덕성과 자질을 상실한 인물이다. 교수직이 박탈되었어야 할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인물을 국가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송광용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또한 논문 표절로 사실 교육개혁의 주역이 아니라 개혁대상임이 명확해졌다. 개혁대상이 국가개조에 나서겠다고 하는 것이 박근혜정부가 내세우는 소위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의 반 헌법적 역사관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은 자유, 평등, 평화, 인권, 민주 등 인류보편의 가치이다. 반면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는 학자적 양심은 팽개친 채 오로지 반공만을 앞세워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극우적인 인물이다. 그는 ‘식민사관을 극복한다며 등장한 진보성향의 사람들이 역사교육을 좌지우지하면서 대한민국 정체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서울대 국사학과가 그런 사람들을 키워냈기 때문’이라는 해괴망측한 진단을 내어놓았다. 그는 ‘학교 현장에 있는 많은 교수와 교사들이 좌편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교과서 저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사 학계 자체에 좌파들이 많다’고 일방적으로 규정하고는, ‘필요하다면 이념 투쟁도 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사실과 맞지도 않는 일방적 자가당착적 ‘극우 공안몰이꾼’을 한국 교육정책의 수장으로 임명할 경우, 한국 교육의 앞날은 오로지 파탄만 있을 뿐이다.
김명수 교육부장관 내정자는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현행 검인정에서 국정으로 되돌리자는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이기도 하다. 작년에 전국의 고등학교가 학생들에게 ‘반민주적 가치관, 비뚤어진 민족관, 위험천만의 국가주의’를 주입하기 위해 제작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따른 성숙한 시민의식의 반영이었다. 그런데도 김 내정자는 이를 오로지 좌파 또는 진보 탓으로 돌리고 국가적·국민적 수치라고 하였다. 이어 한국사 교육에 대해 국가가 분명하게 방향을 정해줘야 하며, 국정 교과서 체제로 가거나 정부가 교과서 집필과 관련된 세부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과거 국정교과서는 집권세력이 스스로에게 정당성과 정통성을 부여하는 효과적인 도구였다. 국가주의의 유용한 도구였던 국정교과서 체제가 검인정 체제로 개편된 것은, 역사교육이 더 이상 국가권력이나 지배층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민주의식의 산물이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역사교과서 국정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 베트남, 러시아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박근혜정부는 교육부 내 편수국을 부활하고 국정교과서로 전환해 역사교육을 정권 홍보 도구로 삼으려 하고 있다. 유신독재시기 역사교육을 유신체제를 정당화는 교육으로 타락시킨 국정교과서를 그리워하고 부활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교육은 열린 세계시민인식에 기반 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김명수 교수를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유신독재의 망령을 꿈꾸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한다. 부도덕하고 반 헌법적 역사관을 지닌 김명수 교수의 교육부 장관 내정을 즉각 취소하라.
2014년 6월 20일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 한상권(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공동대표: 김정훈(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이완기(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신승철(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정동익(사월혁명회의장)
박범이(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