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장관이 나서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분쟁의 씨앗’을 뿌리는
교육부를 규탄한다!
지난 8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한국방송기자 클럽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얼마 전 수많은 오류와 역사왜곡으로 사회적 논란이 된 <국정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실험본>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엉뚱하게도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였다.
국정실험본 사회교과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사를 다루고 있으며, 이미 일선 학교 일부에서는 이 실험본으로 수업을 진행해 왔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정권의 입맛에 맞춘 자격미달의 교학사판 고등학교 한국사검정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외면당하자,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를 검정에서 국정으로 바꾸어 교과서를 정치의 도구로 타락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제는 이것도 부족해 초등학교 5학년 사회과(한국사과정) 교과서마저 부실과 왜곡으로 가득찬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사실상 유신독재 하의 국정교과서시대로의 회귀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국정실험본 사회교과서는 숱한 사실 오류와 황당한 역사 왜곡으로 가득 차 ‘초등학교판 교학사 한국사교과서’라는 비난을 받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지난 달 23일에는 초등교사 1368명이 실명으로 교육부의 사과·문책을 요구하고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황 장관은 물의를 야기한데 대해 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 사회 교과서 집필을 주관한 교육부 장관으로서, 잘못된 교과서로 수업한 16개 학교 5천명의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학교에 배포된 실험본은 전량 수거하여 폐기할 것이라고 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초등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하면서 특유의 유체이탈화법으로 본질을 비껴갔다. 국정 교과서 발행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논란이 야기되기 전에 모두 해결했어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남의 일 이야기하듯 한 것이다. 문제가 된 초등 사회 교과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황우여 장관의 교육부 작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토론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전반적으로 역사교과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은 제가 수 없이 말씀드렸듯이 역사를 3가지, 4가지, 5가지 이렇게 가르칠 수 없잖아요”라고 반문하며, “교실에서의 역사는 한가지로, 아주 권위 있게, 또 올바른 역사를 균형 있게 가르치는 것은 국가 책임이다 …우리 교실에 역사공부를 하면서 오히려 분쟁의 씨를 심고 여기에서 여러 가지 갈래가 갈라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라고 하여,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검정 교과서는 국가가 제시한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에 따라 각각의 출판사가 다양한 형태로 교과서를 발행하고 국가가 직접 검정을 하여 발행하는 교과서이다. 이를 모르지 않을 교육부 장관이 같은 맥락에서 제작된 다양한 역사 교과서를 마치 필자들이 마음대로 쓴 것 인양 호도하고 있다. 역사를 3가지, 4가지, 5가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검증하여 검정한 3가지, 4가지, 5가지 교과서 중에서 학생들에게 맞는 하나의 교과서를 선정하여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검정교과서를 문제가 많다고 들고 나온 교학사 검정본과 이번 초등국정 실험본 사회교과서야말로 엉터리에 분란의 씨앗이 되고 있지 않은가!
이젠 묻고 싶다.
황우여 장관이 취임 후에 수 없이 말했던 ‘공론화’를 위해 교육부는 무엇을 했던가? 작년 교육부가 주관한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다수의 패널들과 연구 용역을 맡은 책임자도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점을 심각하게 지적했다. 그 외에 교육부가 공론화를 위해 한 일은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다. 오히려 시민 단체와 현장의 역사교사들, 역사학계가 나서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에 관한 ‘공론화’를 이끌었고, 대부분의 언론도 교육부의 국정화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현실, 이것이 교육부가 바로 보아야 할 교과서 국정화에 관한 진정한 ‘공론’이다. 그러나 정작 황우여 장관과 교육부는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황우여 장관이 ‘높은 곳’의 비위를 맞추느라 역사의 대역죄인이 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촉구한다.
진정 이 나라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에 관한 ‘분쟁의 씨앗’을 누가 뿌리고 있는가? 정권의 얄팍한 이해 관계에 얽매여 백년대계 교육마저 망치고 미래 세대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책임자는 누구인가?
우리는 막연하게 ‘국가의 책임’ 운운하며 호시탐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획책하고 있는 교육부에게, 채택률 0.01%로 마무리된 뉴라이트 교학사교과서 파동을 교훈으로 삼아, 또다시 역사교육과 역사교과서에 관한 ‘분쟁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 없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끝>
2015년 1월 9일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 한상권(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공동대표: 변성호(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박범이(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이완기(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정동익(사월혁명회의장)
한상균(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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