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교육부는 ‘이달의 스승’ 논란에 대해 반성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교육부는 광복 70년을 맞아 ‘이달의 스승’을 선정하고 이를 널리 홍보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통해 “존경받는 사도상을 정립하고 스승 존경 풍토를 조성하겠다”고 사업취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모처럼 바람직한 제안을 내놓은 교육부가 박수를 받기는커녕 여론의 질타에 책임을 회피하느라 급급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이달의 스승’ 12명에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부적격자와 일부 행적이 문제가 될 만한 인물들이 다수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결과는 교육부가 자초한 일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참사였다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선정위원회가 편향되게 구성됐다. 선정위원 명단을 공개하지도 못할 정도이니 편파성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불과 세 차례에 거친 선정 회의나 전문 연구기관의 검증 절차가 생략된 점도 부실 심의를 입증해준다.
교육부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1,2대 회장이 포함된 것도 선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더구나 당초 후보자에도 오르지 않았던 인물을 포함시킨 무리수도 당당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렇듯 졸속 심의와 꼼수가 드러난 이상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교육부가 져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작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황우여 장관은 “야단을 좀 맞더라도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오기를 부리고 있다. 참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의 상식에 벗어난 행태에 급기야 ‘이 달의 스승’으로 선정된 안창호 선생 관련단체인 흥사단이 사업의 전면 중단을 공식 촉구하기로 결정했으며 최용신 기념관 관계자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민족의 사표를 선정해 교육현장의 전범으로 삼고 교육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이달의 스승’ 사업인 만큼 취지에 걸맞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존경할 만한 인물이 선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근현대의 교육자 중에서 기릴만한 참스승들이 적지 않다. 굳이 흠결이 있는 이를 애써 선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교육부가 많은 문제를 무릅쓰고 편법을 동원해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고집을 접고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 공청회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고 객관성을 갖춘 전문가로 선정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 또 반드시 전문연구기관의 검증과정을 거쳐야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명망가 위주로 선정하는 것도 시대 추세와 맞지 않음을 지적해 둔다.
2015년 3월 31일
민족문제연구소
* 부기 : 민족문제연구소는 3월 10일 교육부의 뒤늦은 의뢰를 받고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된 12인에 대한 일제강점기 행적 조사에 들어가 그 결과를 3월 12일 회신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교육부의 검증 요청에 따라 관련 정보와 입증 자료를 제출하였을 뿐이며, ‘친일’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연구소의 기본 입장은 ‘이달의 스승’에 적합한 지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전적으로 교육부의 소관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조그만 흠결이라도 있거나 확인해야 할 사실관계가 있다면 선정을 보류하거나 추가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조사 결과 12인 가운데 8인이 ‘친일’ 혐의가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과 차이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참고기사
☞오마이뉴스: 도산이 만든 흥사단도 “이달의 스승, 전면 중단해야”
<‘이달의 스승’ 관련 일지>
▲2014. 10∼11월 교육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달의 스승’ 국민 온라인 추천 공모
▲2015. 1월 중순부터 ‘이달의 스승’ 12명 선정위원회 3차례 개최
▲2015.2.17.
[교육부 보도자료] 시대를 초월하여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이 달의 스승’선정
△3월 : 헌신적인 교육자의 표상이자 민족운동가 최규동
△4월 : 식민지 농촌 수탈에 교육으로 대항한 농촌계몽운동가 최용신
△5월 : 교육학자로 새교육운동을 추진한 오천석
△6월 : 명동학교를 세워 청소년·여성 교육에 힘쓴 김약연
△7월 : 역사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독립정신을 고취시킨 김교신
△8월 : 독립만세운동, 국산품애용운동을 펼친 조만식
△9월 : 일제강점기 후학 양성과 무궁화 보급 운동에 앞장선 남궁억
△10월 : 한글 대중화·근대화의 개척자 주시경
△11월 : 민족국가 수립 위해 희생한 안창호
△12월 : 국사교육으로 애국사상을 고취시키다 일본경찰에 의해 파면된 황의돈
△내년 1월 : YMCA를 창설한 여성교육운동가 김필례
△내년 2월 : 교육구국운동에 헌신한 이시열
▲2015.3.7. [오마이뉴스] ‘천황 위해 죽자’는 이가 민족의 스승? 교육부, 최규동 초대 교총회장 선정 논란 (역사연대 분석 발표)
▲2015.3.8. 타 언론사 ‘이달의 스승’ 친일 논란 후속 기사 집중보도
▲2015.3.8. [교육부 설명자료] 교육부 ‘이달의 스승’ 전면 재검증 의사 발표
▲2015.3.9. 교육부, 민족문제연구소에 ‘이달의 스승’ 최규동 1차 검증 요청
▲2015.3.9.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 최규동 선정 관련자 엄격 문책 요구
▲2015.3.9. 교육부, 최규동에 대한 계기교육 중단과 포스터 폐기 지시 공문 전국 1만 2000여 개 초·중·고에 전송
▲2015.3.9.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일부 자료만을 갖고 전 생애를 친일행위로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최규동을 옹호하는 입장문 발표
▲2015.3.10. 교육부, 민족문제연구소에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된 12명에 대한 정식 검증 요청 공문 발송
▲2015.3.10. [역사정의실천연대 논평] 교육부는 친일인물을 ‘민족의 사표’로 둔갑시킨 참사를 사죄하고, 역사교육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
▲2015.3.10.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 교육부의 ‘이달의 스승’ 논란 국회 차원에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힘
▲2015.3.11. 황우여 교육부 장관, 친일논란 ‘이달의 스승’ 추천위원회의 판정을 기다려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힘
▲2015.3.12. 민족문제연구소, 교육부에 ‘이달의 스승’ 선정 12명에 대한 조사결과 회신
▲2015.3.13. 교육부, 선정위원회 위원 4명 추가 임명. 4차 선정위원회 개최(1차 회의 이후 선정위원 일부 사퇴)
▲2015.3.17. 전북도교육청, 친일 행적이 드러난 인물을 ‘민족의 사표(師表)’, ‘이달의 스승’으로 소개한 교육부 기관지 ‘행복한 교육’ 전량 폐기 지시
▲2015.3.18. 충북교육발전소 충북도교육청에 교육부 기관지 ‘행복한 교육’ 회수 요구
▲2015.3.19. 충북도교육청, 교육부 기관지 ‘행복한 교육’ 3월호 문제 있는 부분 삭제 결정
▲2015.3.22. [교육부 보도자료] ‘이달의 스승’ 선정위원회(위원장 김정호),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한 12명에 대해 국사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에 재조사를 의뢰한 결과, 이들 중 8명이 친일행적 등과 관련해 문제점이 있거나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발표
▲2015.3.22.~23. 언론 ‘이달의 스승’ 12명 중 8명 친일 논란 기사 집중보도
▲2015.3.24.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 ‘이달의 스승’ 사태에 대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국민과 학부모,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이 사업에 대해 원점에서 검토하라고 촉구
▲2015.3.24. 교육부 학교정책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의원 등 일부 야당의원의 ‘이달의 스승’ 관련 각종 자료제출 요구 거부
▲2015.3.24. 황우여 교육부 장관, 서강대가 개최한 인문학 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이달의 스승’과 관련 기자 질문에 “국민들에게 야단을 좀 맞더라도 사업은 계속 할 것”이라고 답변
▲2015.3.27. 전국교직원노조,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이달의 스승’ 선정사업 중단 촉구
▲2015.3.27. 제 5차 선정위원회 개최 연기
▲2015.3.31. [민족문제연구소 논평] 교육부는 ‘이 달의 스승’ 논란에 대해 반성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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