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긴급조치 국가배상 판결 규탄 기자회견]
고도의 정치성을 띤 판결,
대법원 유신 면죄부 판결을 규탄한다
박정희 유신독재의 긴급조치 발령 행위에 국가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대법 민사 3부)에 대한 유신헌법 긴급조치 피해자의 입장
1. 대법원은 2015년 3월 26일, 민사 제3부(재판장 박보영 주심 권순일, 민일영, 김신 대법관)(2012다48824판결) 판결에서,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민사상 불법행위는 아니”라고 하였다.
2. 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는 의무를 포기하고, 대한민국의 사법상황을 유신 독재시대로 돌려놓은 것이다. 이러한 지록위마(指鹿爲馬), 곡학아세(曲學阿世)의 판결은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3. 여기서 “고도의 정치 행위”라고 한 것은 이른바 “통치 행위”라서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995년 김영삼 정부 하 전두환 등에 대한 내란죄 고소에서, 당시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으나, 헌법재판소 결정(1995.12.15 95헌마221)에서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고 하여 결국 전두환 등을 법정에 세운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속된 말로 “이기면 충신, 지면 역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이러한 논리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수많은 지도자와 대중을 괴롭혀온 것이기에 그에 대한 우리의 입지점과 시각만 다시 밝히려고 한다.
첫째, 박정희의 1972년 유신 선포와 헌법 공포는 이번 판결에서 검토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판결문 중 6줄에서 그 이유를 드는데, “고도의 정치 행위” 라는 표현에서 상급자의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는 하급 관리의 목소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소권 없다”고 한 검찰의 목소리 라면, 부당한 명령에 항변하거나 책임있게 판단할 능력도 실행능력도 없는, 영혼없는 관리의 소리로 보아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은 검사가 아닌 판사들의 판결입니다.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른 판결인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둘째, 국회 뿐 아니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므로 같은 수준에서, 기관 내부의 절차가 정당한지를 따져 보게 됩니다. 우선 이 판결은 2013년 3월 21일 헌법재판소 판결과, 4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보다 낮은 수준의 결정입니다. 먼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같은 결론인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2013년 4월 18일 이전에 임명된 대법관 박보영 김신 민일영(주심: 권순일 대법관은 2014. 9월 임명됨)과 양승태 대법원장(2011년 임명)은 그 때 자신도 참여하여 서명한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른 판결을 내놓은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셋째, 대통령 긴급조치 9호만이 아니라 1호 4호에 대해서는 국가 배상 판결이 이미 많이 내려졌습니다. 왜 동일한 사람 박정희에 의해서 내려진 1. 4호와 9호에 대한 판결이 달라졌는지도 해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서도 대법원과 같은 결론인지, 자신의 이름 옆에 서명을 하고 국민 앞에 공표할 수 있는 결정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주시기 바랍니다.
4. “인권 범죄에 대한 국제 규범은 시효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들이 역사의 심판을 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립니다. 긴급조치가 위헌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대법원 전원 합의체에서, 화해의 정신으로 공동체의 기초를 다시 놓은 그 때의 정신을 되살려 놓으십시오. 국제사회의 언론과 감시단체들이, 한국의 상황을 이미 민주주의의 역행, 언론과 집회의 자유와 인권이 후퇴한 시기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당신의 이름을 후손들까지 부끄러워 할 대열에 끼워넣지 말고, 그래도 마지막 지조를 지킨 사람들 쪽으로 바꿔 놓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1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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