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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성명] 유네스코 정신에 위배되는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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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성명]

유네스코 정신에 위배되는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비판한다

오늘 독일 현지 시각 7월 5일 오후 3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유산군에 대해 조선인 등의 강제노동 사실을 명기한다는 한일 간의 합의를 받아들여 세계유산 등재를 승인하였다. 결국 메이지 시대가 세계유산이 되고 만 것이다. 이는 결코 우리가 지적한 바와 같이 ‘부정적 유산’으로서의 의미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의도대로 찬란한 세계유산의 하나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역사인식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대외팽창주의자의 사설학당과 불과 40년 전에 생산을 중단한 폐기 시설 등, 단순 평가적인 면에서도 등재 기준을 통과하기에 미흡한 대상들이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6월 28일부터 세계유산위원회 총회가 열리는 본에서 일본이 신청한 산업시설이 침략전쟁과 강제동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전시회와 세미나를 여는 등 홍보활동을 전개해 왔다. 다른 회원국들도 일본의 산업시설이 제2차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포로 학대와 중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에 대한 강제동원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지적에 깊은 공감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21개 위원국 만장일치 합의의 원칙을 한 번도 깬 적이 없었던 유네스코는 결국 다른 위원국의 의견 진술 없이 한국과 일본의 의견 표명만으로 등재 심의를 끝내고 말았다. 이는 세계유산위원회 스스로가 이 사안을 한일간의 정치적 문제로 치부하여 갈등을 회피하고 야합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추구라는 본래의 이상보다 돈과 힘의 논리에 지배당하고 있는 세계유산위원회의 현실과 역사인식의 저급함에 비애를 느끼며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한국 정부는 겨우 ‘강제노동’이라는 문구 하나를 얻었다고 해서 이를 과대 포장해 외교적 성과로 자화자찬하고 있다. 범정부적으로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일본과 달리 뒤늦은 대응에 급급해온 한국정부와 외교당국의 무능함에 대해서는 두말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일본은 1995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의 국민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끼친 것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바 있다. 아베 총리 역시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강제노동의 역사를 은폐하고, 아시아 침략전쟁으로 점철된 메이지시대의 역사를 산업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일본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둔갑시키려는 시도였다.


일본 정부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 미이케 탄광,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 미쓰비시 하시마탄광, 야하타 제철소 등은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전쟁으로 성장했고, 식민지와 점령지 주민들을 노예적 상태로 동원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 중국뿐 아니라, 연합국 포로 피해자들도 증언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지금도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강제동원과 강제노동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산업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해서 일본 정부와 이들 전범기업의 책임이 결코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한국 정부도 강제노역 사실이 명기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들 피해자들의 끝나지 않은 고통의 해결에 진지하게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회의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긍정적인 역사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추구해야 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울러 유네스코가 단순히 문화유산의 기술적, 문화적 가치만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역사적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정적 세계유산’을 통해 인류가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미래세대에게 교훈을 남기고자 한 유네스코 헌장 정신에 비추어 강제동원, 강제노동의 역사를 끝까지 기록하지 않으려고 했던 일본의 태도는 명확히 유네스코 정신에 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재를 결정한 이상 유네스코는 이들 시설이 어떻게 강제동원, 강제노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알려나가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등재 심사를 둘러싼 과정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강제동원을 비롯한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기록하는데 성실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의 역사에 대한 반성과 피해보상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연구소는 앞으로도 중국인피해자와 연합군 포로 등 강제동원과 강제노동의 역사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 당사자들과 협력하는 한편 각국의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전쟁범죄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호도하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바로잡는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15. 7. 5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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