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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박대통령의 ‘건국’ 발언,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역사인식의 발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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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박대통령의 ‘건국’ 발언,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역사인식의 발로이다

1. 2015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하였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광복절 경축사에 등장하지 않았던 ‘건국’이라는 단어가 이례적으로 등장한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준으로 한다면 67년은 특별한 의미가 없는 숫자이다. 그런데도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굳이 ‘건국 67주년’을 강조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선언으로 본다.

2. ‘건국’이라는 단어를 광복절경축사에서 처음 사용한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고 하는 이명박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은 2008년 8.15경축사에서, 그는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60년”이라 선언하고, ‘건국60년기념사업위원회’를 발족시켜 기념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였다. 수구세력이 이에 장단을 맞추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책동을 벌였다. 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기념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3. 2008년 대통령을 필두로 하는 수구세력의 ‘건국절 총공세’는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의 반발로 좌절되었다. 하지만 수구세력은 당초 주장을 포기하지 않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건국절 불씨를 되살릴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었다. 2013년 교학사한국사교과서의 본질도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움직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교학사교과서 채택률이 0%에 가깝게 되자 이들은 교과서국정화를 주장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그리고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와 교육부장관이 국정화 찬성 여론몰이를 주도하고 있다. 교과서 발행제도를 바꾸어서라도 학생들에게 건국절을 가르치겠다는 게 수구세력의 생각이다. 이번 박대통령의 ‘건국’ 발언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기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4. 2008년 건국절 논란 이후로 계속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박대통령의 ‘건국’ 발언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먼저 역사 사실이다.
첫째,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이 건국된 날이 아니다. 다만 대한민국 정부수립일 뿐이다. 제헌헌법에는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분명히 적혀 있다. 대한민국은 1919년에 이미 수립되었으며, 1948년의 정부수립은 이를 ‘재건’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법전문에 비추어 볼 때, 올해는 건국 67주년이 아니라 건국 96주년이 되는 해이다.


둘째, 건국절을 주장하는 이들이 ‘건국의 아버지’라고 떠받드는 이승만 대통령조차 건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정부는 1948년 9월 1일자로 첫 관보를 냈는데, 그 간기를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라고 하였다. 대한민국이 세워진 해는 1948년이 아니라 1919년 즉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세워진 해라는 것이다. 이승만은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민국 연호는 기미년(1919년)에 기산할 것이요”라고 하였으며, 대통령 취임사 말미에도 “대한민국 30년 7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이라고 표기하여,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음을 분명히 했다. 이후 역대 정권 모두 1948년 8월 15일을 정부수립일로 기념해왔는데, 2008년 이명박대통령이 뜬금없이 ‘건국 60년’이라는 파천황의 발언을 하여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다음 역사 인식이다.
첫째, 제헌헌법기초위원이었던 유진오는 이번에 헌법을 제정하여 수립하고자 하는 정부는 “기미년(1919)에 삼천만의 민의에 의하여 수립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하여 재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3.1독립선언문에서 “우리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세계만방에 천명하였으므로, 이 때를 대한민국의 출발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이승만 대통령 역시 1948년을 건국의 해로 잡으면 연합국, 즉 다른 강대국들이 한국을 해방시켜주고, 그 덕분에 나라를 세운 타율적인 국가밖에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일제의 수많은 학정에도 불구하고 1919년 3.1독립만세운동을 일으키고 그 힘을 몰아서 나라를 세웠다고 해야만 참다운 독립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아주 분명하게 지적하였다.

5. 반면 ‘건국절’론은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부터 1948년 8월 15일 사이의 건국운동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1945년 8월 이전의 독립운동과 그 이후의 건국운동을 의도적으로 분리하고, 대한민국의 핵심가치를 독립운동이 아닌 반공에서 찾음으로써, 해방공간에서 반공투사로 변신한 친일파를 건국의 주인공으로 슬그머니 바꿔치기하려는 것이다. 건국절을 주창하는 이들 가운데, 친일파를 자신의 선조로 하는 이가 많으며,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이나 반민규명위의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에 반발해 건국절 주장이 나왔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이는 친일파를 애국자로 신분세탁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나온 궤변일 뿐이다. 헌법은 항일독립운동, 반독재 민주화운동, 분단극복 평화통일을 핵심가치 삼고 있다. 이와 같은 헌법가치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자들이 바로 친일파를 미화하는 건국절론자들인 것이다.

6. 박대통령의 ‘건국’ 발언이 있은 직후, 여론조사기관에서 ‘대한민국 건국시점’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3·1운동이 일어나고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라는 응답이 63.9%로 ‘남한 정부가 수립된 1948년’이라는 응답(21.0%)보다 3배나 많았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대한민국이 독립운동의 전통을 계승하여 세운 나라임을 잘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거듭 말하건대 건국절론은 반민족행위자인 친일파를 건국유공자로 둔갑시키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또한 박근혜정부가 국정교과서 추진을 본격화하기 위한 ‘바람잡이’에 불과하다. 박대통령은 자신의 ‘건국’ 발언이 국민의식과는 동떨어진 생뚱맞은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역사인식의 발로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7. 우리는 노골적으로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역사 왜곡과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꿈꾸는 박근혜 정권의 폭주를 막는 것이 시대적 책무라고 본다. 이에 지난 8월 20일 460여 개의 역사학계와 교육계 및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2013년 국민들의 심판으로 ‘친일독재미화 뉴라이트’ 교학사교과서 채택을 저지하였듯이, 우리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기도를 반드시 막아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끝>


2015년 8월 24일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 한상권(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공동대표: 변성호(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이완기(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정동익(사월혁명회의장)

  최은순(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한상균(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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