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근혜 정부는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수용하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즉각 폐기하라
1. 4월 13일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회민주주의의 본분을 망각하고 대통령 거수기 노릇을 해온 여당이 참패하였다. 전·월세문제, 쉬운 해고와 노동법 개악, 비정규직 양산, 세월호 참사, 국민사찰법인 테러방지법 제정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실정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 하겠다. 2012년 치른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자본의 민주적 통제를 이루고,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복지정책을 실시함으로써,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양극화문제를 치유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절박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청년들은 대한민국 현실을 ‘헬조선’과 ‘금수저 대 흙수저’로 비꼬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 욕구라 할 수 있는 주거, 의료, 교육, 양육, 노후, 취업, 결혼 등 7대 부문이 모두 불안정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2.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또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 가운데 하나이다. 교과서 국정화는 국가가 자신의 역사해석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원칙과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주권재민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기본권 중의 하나인 정신적 자유권을 침해하며, 민주시민의 양성을 가로막는다. 이는 유엔의 역사교육 지침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국민여론도 교과서 국정화 반대가 찬성 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99.9%의 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기 위해 국정화를 실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변하였다. 박근혜정부가 극구 칭찬하는 0.1%의 교과서란 친일-독재를 미화하여 학교현장에서 퇴출된 ‘교학사 교과서’를 말한다.
3. 박근혜 정부는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건국절론’까지 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의 계승이라는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삼자는 뉴라이트의 반 헌법적인 주장마저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건국시점’에 대한 국민인식을 여론 조사한 결과, ‘3·1운동이 일어나고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라는 응답이 63.9%로 ‘남한 정부가 수립된 1948년’이라는 응답(21.0%)보다 3배나 많았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대한민국이 독립운동의 전통을 계승하여 세운 나라임을 잘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하겠다.
4.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는 국민여론과는 동떨어진 시대착오적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국정화를 강행한 까닭은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과거를 지배함으로써 미래권력을 차지하겠다는 검은 욕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에 대해 철퇴를 내렸다. 압도적인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시대착오적인 국정제를 되살린 전 교육부 장관 황우여 후보와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한 김을동 후보의 낙선이 이를 말해준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의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여 ‘역사쿠데타’를 즉각 중단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즉각 폐기하라!<끝>
2016년 4월 14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