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의 대표적인 명문고로 꼽히던 경남고에 친일파 ‘안용백’ 동상이 5년 전부터 설립돼 있어 민족문제연구소가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1일 경남 중·고등학교에 따르면 안용백 동상은 2009년 4월 30일 개교기념일을 맞아 학교 동문의 기증으로 교정에 설립됐다. 경남고는 당시 동상을 기부했던 재일교포 강모(80)씨가 “초대 안용백 교장 선생님의 따뜻한 말과 격려가 일본에서 힘들게 생활할 때마다 떠올랐다. 교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학생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며 기부목적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민족문제 연구소에서는 친일파의 동상이 학교 교정에 설치된 것은 교육 목적에서 부적절하다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박기호 민족문제연구소 부산지부장은 “안용백이 학교에 공을 세웠다 하더라도 친일을 한 사람의 흉상이 교정에 설치되고 졸업생이나 앞으로 배우는 학생에게 존경할 분으로 알려질 우려가 있다”면서 “안용백은 교장이 돼서도 안 되는 사람이지만 시대상황에 따라 됐다고 하더라고 이러한 반성 없이 지어진 흉상은 철거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달중으로 경남고에 항의방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안용백은 조선총독부에서 관료료 일하며 1941년 총독부 기관지 ‘조선’에 일본 정신을 체득함으로써 내선일체를 이루자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을 기고하는 등 각종 황국신민화 정책을 선전하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해 친일 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다. 이후 안용백은 문교부 고등교육국장, 전남도 교육감 등을 역임했고 경남고의 교장을 맡기도 했다. 한편 1982년 광주 중외공원에 안중근 동상 등과 나란히 설치됐던 양용백의 동상도 지난해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로 철거된 바 있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은 “친일행각을 벌인 사람의 동상을 3·1운동 탑이나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의사 동상 옆에 세워두면 시민은 이 사람도 안중근 의사와 동급이라고 오해할 것으로 판단해 철거를 하도록 운동을 벌였다”면서 “부산지역에도 역사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 관계자는 “학생들이 존경하는 분이고 교정에 이미 설치된 동상을 철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4-03-01 기사원문: <경남高에 5년째 친일파 안용백 동상…”철거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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