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청소년단체 반대로 이전 결정
ㆍ주민들이 설득 조건부 수용
ㆍ‘청소년광장’에 그대로 두기로
설치 장소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충북 청주의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를 찾았다. 청주시 중앙동 주민자치위원회는 7일 청소년단체, 관계기관과 간담회를 갖고 임시 전시장소인 청소년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을 그대로 두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광복회 충북지부,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 문화사랑모임 등으로 이뤄진 ‘충북 평화의 소녀상·기림비 시민추진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시민 2000여명에게 5000만원을 모금해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었다. 이들은 청주시 상당구 중앙동 청소년광장에 소녀상을 설치하기로 하고 청주시에 건립 허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소녀상이 추모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청소년활동진흥법상 청소년광장에 설치할 수 없다며 허가를 해주지 않았다.
▲ 7일 청주 중앙동 주민들의 도움으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중앙동 청소년광장에 자리를 잡은 ‘평화의 소녀상’. |
일부 청소년단체들도 “소녀상이 누군가에게 훼손되면 청소년들이 그랬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시민추진위원회는 오는 10월까지 청소년광장에 소녀상을 임시로 전시한 뒤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하고 지난달 14일 소녀상을 설치했다. 하지만 추진위는 전시 장소를 확정짓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소녀상의 거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중앙동 주민들이 나섰다. 중앙동 주민자치위는 3일 ‘평화의 소녀상 설치 요청서’를 청주시장과 청주시의회 의장에게 보냈다. 중앙동 새마을부녀회뿐 아니라 청주시주민자치협의회장 등 청주지역 주민자치위원장 20여명도 소녀상을 청소년광장에 그대로 둘 것을 건의했다. 진창수 중앙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소녀상이 설치된 뒤 학생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고 있으며 20여일이 지나도록 훼손된 적도 없다”면서 “또 시의 주장처럼 소녀상은 추모의 성격을 가진 시설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역사의 아픈 상처를 공감하고 위로하는 중요한 시설”이라며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이날 진행된 주민간담회에서 반대하던 청소년단체들도 소녀상을 그대로 둔다는 데 찬성했다. 소녀상이 훼손되지 않도록 중앙동 주민들은 앞으로 주기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또 소녀상 주변에 청소년들이 역사의 아픈 상처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진창수 위원장은 “소녀상 설치를 놓고 청소년단체와 시민추진위원회, 청주시 등 많은 기관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번 간담회를 통해 모두 해결했다”면서 “앞으로 중앙동 주민들은 소녀상이 편히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2015-09-07>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