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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붓는 빗속 광주 들어선 도보순례,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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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초등생부터 80대 노인까지 함께 한 도보 순례 2일차


▲ 도보순례단이 광주 서구청을 지나 농성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김주형 기자


▲ 백남기 농민 쾌유 등을 염원하는 도보순례단이 기자회견 뒤 5·18민주광장을 출발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16박17일 도보순례가 이틀째를 맞아 광주에 도착했다. 12일 오전 도보순례단은 화순군청을 출발해 해방 뒤 화순탄광 노동자들과 1980년 5·18광주항쟁 시민들이 학살됐던 너릿재를 넘어 광주로 들어섰다.


13일까지 강수량 150mm가 예고된 가운데 12일 종일 비를 맞으며 도보순례가 이어졌다. 도보순례단은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그리고 노동자, 농민, 시민, 신부, 수녀, 스님 등 계층을 가리지 참여했다.


이날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도보순례단’(도보순례단)에는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 김영호 전농 의장, 김순애 전여농 회장, 문경식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이영선 카톨릭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을 비롯해 150여명이 함께 했다.


“백남기 농민 살리려는 마음으로 이 나라 다시 시작돼야”


도보순례에 참가한 이들은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면서 강신명 경찰청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90여 일이 지나도록 사과조차 하지 않는데 대해 분노했다. 아울러 도보순례라는 작은 움직임이 커져 국가폭력에 따른 희생자가 다시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최민석 신부는 “백남기 농민은 농민을 대표한다고 본다. 백남기가 쓰러진 건 농민이 쓰러진 것이고, 농업·농촌·농민이 사경을 헤매는 것이다. 백남기를 살려내는 의지는 국가가 농업·농촌을 살려내는 의지와 같다. 백남기를 살려내는 마음으로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땅의 천하지대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이 나라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13일 서울대병원 앞 천막에서 백남기 어르신 쾌유 미사 주례를 맡아서 서울로 간다”면서 다녀와서 계속 도보순례에 참여하겠다고 다짐했다.


10대 청소년 “할 수 일이 뭔지 고민했다”

80대 노인 “건강이 허락하면 완주하겠다”



▲ 경남 함양에서 온 초등학교 4·5학년 학생들이 광천종합터미널에서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먼저 눈에 띤 건 초등학생부터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이들은 경남 합천지역 생명살림공동체 ‘열매지기’라는 모임에서 참가했다.


도보순례 내내 어린 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김수영(19)군은 “일어나선 안되는 일인데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이런 도보순례를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나섰다는 건 이미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고, 사회활동을 많이 한 나이는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세월호 유가족과 팽목항까지 도보순례에 나섰던 노인도 이날 함께 했다. 서울 영등포에 산다는 최종대(80)씨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서울까지 갔다가 공권력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기 때문에 매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쾌유를 비는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노인은 “건강이 허락하면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발바닥이 부르텄다. 가라앉으면 계속 갈 수 있는데 잘 모르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백남기 농민 병상 사진에 분노한 시민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가톨릭농민회 광주교구연합회에서 실무자로 있는 이소연(37)씨는 “우리의 작은 움직임으로 사회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잘 모르는 시민들이 더 잘 알게 돼 책임자 처벌이 빨리 이뤄지기를 빌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도보순례를 하면서도 손에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과 경찰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선전물을 들고 시민들을 향해 내보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인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에서 활동하는 추말숙(50)씨는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헤매는 영상, 사진을 보고 당시 굉장히 분노했다”며 “강신명 경찰청장 해임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백남기 농민이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는 사진을 보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도보순례 소식을 듣고는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깃발을 들고 회원들과 참여한 김순흥(63) 광주대 교수는 13일 장성까지 가겠다는 목표 아래 “국가폭력에 따른 희생이 아직도 반복되고 있어 암담하고 우리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줘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나왔다”며 “가능하면 27일 민중총궐기까지 참여하겠다. 거기까지도 정리 안 되면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구경꾼처럼 바라보는 시민들이 있는데 자기 일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는 거다. 여기서 무너졌을 때 그 다음은 자기 차례가 된다. 다음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깨달아야 얼토당토 않은 국가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3일째인 13일 장성군청까지 30km 도보순례 계획


이날 화순에서 출발해 25km 정도 이어진 순례는 광주시청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마무리됐다. 민주주의광주행동과 원효사 신도회가 준비한 밥차가 도보순례단에 기정떡, 효소발효차, 귤, 두유 등 간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휴식 뒤 숙소인 상무지구 5·18교육관으로 이동해 저녁식사와 단결 행사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3일째인 13일은 오전 8시 5·18교육관에서 출발해 농성광장~광천사거리~문화예술회관~첨단 LC타워~비아성당을 거쳐 장성군청까지 약 30km의 도보순례가 이어질 예정이다.


▲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도보순례단은 이틀째인 12일 오후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지역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김주형 기자 kjh@vop.co.kr

<2016-02-13> 미디어오늘

☞ 기사원문: 퍼붓는 빗속 광주 들어선 도보순례,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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