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토론회’서 야당 포함 원내와 원외 공조 약속
박근혜 정권이 강행하려 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지역의 야3당과 시민단체들이 공조하기로 힘을 모았다. 여소야대로 구성돼 첫 출발한 20대 국회에서 야권과 시민사회의 뜻이 어떻게 발현될지 주목된다.
30일 오후 7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YWCA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주최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를 위한 인천시민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국정화교과서에 반대하는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야3당과 시민사회가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협조를 확약했다.
토론회는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한상권 상임대표의 주제 발표로 먼저 시작이 됐다. 한 대표는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며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한 것은 현 정권이 서민들의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과 동시에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기 때문임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화 추진 강행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내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첫 번째 공조로 교과서 국정화 폐기를 발표하자, 교육부가 국정화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며 맞서고 있고 현 검인정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정하려는 뉴라이트들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려 하면서 제헌 정신까지 부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13년 정부의 비호를 받은 교학사 교과서가 학교로부터 채택되지 못하자 정부가 검토한 게 국정화 방안”이라면서 “학술적 대응과 정치적 대응이 모두 필요하다”고 전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이민우 인천지부장 역시 “현장에서 일선 교사로 일하는 사람으로서 현재 1학년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나중에 수능시험에서 국정교과서를 기반으로 시험을 친다면 아이들은 어떤 것을 정답으로 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라면서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데 그때마다 교과서들을 갈아치울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이 지부장은 “지난 1974년 유신 정권 당시 국정화 교과서가 도입돼 2007년까지 이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 됐는데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는 건 사회에 대한 모욕이 된다”면서 “시민사회에서 서명운동하는 것도 좋지만 올해부터라도 역사 바로 알리기 운동 세우기 운동 등 더 강력한 시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의해 국정교과서가 나온다면 이승만을 국부로 만들 것은 뻔한 일이고, 독립운동에 대한 기록은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역사 바로알기 운동을 범시민적으로 전개해야 하고 이를 국정교과서를 뛰어넘는 존재로 만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연수갑).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는 “야권 초선의원들의 염원”이라고 전했다. ⓒ배영수 |
시민단체의 이러한 우려 속에 야3당은 국정화교과서 저지를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박찬대 국회의원(연수갑)은 “나를 비롯한 초선 의원들이 염원하고 있는 두 가지가 세월호 진상 규명과 국정화 교과서 저지”라면서 “과거 역사에 대해 정권이 재단하면 안된다던 말을 했던 박 대통령이 지금은 역사를 자기 입맛에 바꿔 아이들에게 강요키 위해 국정화 교과서를 강행하는 이율배반적인 일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난 총선서 국민들 여소야대의 구도를 만들어 주면서 협치 가능성이 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었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과 ‘상임위 청문회법’ 등에서 박 대통령이 대립각을 세우고 새누리당이 이에 동조하면서 정국이 냉각된 것이 현재 상황”이라며 “원내 규모가 커진 야당이 국정화 저지를 위해 공조하고, 19대 국회서 폐기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법안을 재입법하는 한편, 상임위 활동 등을 통해 원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국정교과서 저지에 대해서는 더민주와 함께 할 뜻을 전했다. 국민의당 인천시당의 변한오 정책실장은 “역사교과서는 현 정부의 최대 실정이라는 말을 이미 더민주와 같이 했던 바 있고 지금도 정당 차원의 역할론과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새누리를 제외한 야당들의 정책공조를 통해 국정화 교과서를 반드시 저지해야 하며, 한 번 저지로 될 게 아니라 야3당이 지속적으로 협력해 새누리당에서 시도조차 못하게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라도 20대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변 실장은 “지난해엔가 길을 지나가다가 새누리당에서 현 검인정교과서로 아이들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는 내용 현수막 보고 놀랐다”면서 “검인정교과서가 이명박 정권 당시 진행됐던 것인데 그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 친일 독재를 자양분으로 성장한 반민주적 집단이 보수사회 전반을 획책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로 이번 20대 국회에서 야3당이 소명 의식을 갖고 국회를 운영해야할 것”이라 강조했다.
정의당 역시 같은 입장을 취했다. 정의당 인천시당의 박종현 사무처장은 “국정화교과서에 대해서는 야당과 시민사회가 공동의 행보와 공통된 인식을 취해 왔는데, 이제 어떻게 막아야 할까에 대한 숙제가 남은 만큼 원내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야3당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정국이라 해서 활동 폭이 넓을 수는 있겠지만 꼭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도 지난 과거의 국회들을 통해 경험한 바가 있지 않느냐”며 “원내에서의 활동이 장외에서의 국민적 활동과 결합되어야 하고 현행 초중등교육 개정안 등을 위해서도 야3당이 반드시 공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의 민주정권에게 보수세력이 정권을 빼앗겼을 때 친일 독재의 역사를 지켜야 한다고 인식한 것 같은데 그러면서 뉴라이트 등 친일사관이나 전교조 탄압, 종편 등 생겨나고 이젠 연평해전이나 인천상륙작전 등 영화에서도 관제화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내에서의 국회 투쟁과 함께 국정교과서를 확인한 국민들이 경악을 하고 이 자체를 이들의 무덤으로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토론회의 좌장 역할을 맡았던 김재용 변호사. ⓒ배영수 |
토론회에서는 시민들의 질문 역시 적극적이었다. 먼저 한 시민은 “지난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넘기던 상황에서 사학법 개혁을 하지 못하는 등 국회에서 야당 규모가 커졌다고 무조건 할 수 있다는 게 아닌데 더민주당 등 야당이 결기가 있는지 의문”이라 전했다. 이에 박찬대 의원은 “결기를 갖고 해야 할 일”이라며 의지를 전했다.
한 청년 시민은 “이 나라 기득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종북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는데 사실 나라를 망치는 주범임에 틀림이 없는데 진보민주진영이 이 프레임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도 같다”고 말했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의 이민우 인천지부장은 “현재 검인정교과서 중 북한문제 제대로 서술하는 교과서들이 있는데 그걸 정부여당에서 ‘침소봉대’하고 있는 것이고 국정교과서도 그런 식으로 만들고 싶은 건데, 과거 반공 교과서를 보면 우리가 북한 사람들에게 ‘뿔 달린 악마’라는 표현도 하고 그러면서 왜곡된 민족사관 주입하는 등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해야 하는 형국”이라 답했다.
중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시민은 “국정화를 저지 못하면 어차피 그 교과서로 배울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다음 단계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한상권 상임대표는 “국정화 교과서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에게 도전한 것인 만큼 국민들 스스로가 슬기롭게 응전해서 역사의식 바로 잡고 지평 넓혀야 한다”면서 “잘 하면 이게 기회다, 이전까지 사람들이 국사편찬위원회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제 많이들 알게 됐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역사를 갖고 접근하면서 소통해야 한다”면서 “단순 저지만으로는 안 되고, 좀 더 전문적인 수준의 강좌도 만들고 팸플릿 영상 등 매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상임대표는 이어 “이번 총선에서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많이 했는데 그 이유가 국정화라고 하더라는 얘기가 있고, 그래서 학자 중 한 명은 국정화 강행은 여당이 재집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선언이라고도 하는데 다음 여당 주자가 국정화 주장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확률이 높아진 만큼 이걸 정권 교체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통해 민주주의 헌법정신까지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고, 물론 국회의원들도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김재용 변호사는 “내년 국정화교과서가 나오는 상황에서 올 11월이나 돼야 집필진들을 공개한다고 하는데 이는 분명 위법일 것”이라며 “정부가 스스로 위법을 자임하는 만큼 서명운동과 동시에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 등을 추진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최근 들은 얘기로는 박 대통령이 주요 언론사 보도 및 편집국장들을 불러서 현 검인정교과서가 북한에 의한 통일을 자초할 것이라 주장했다는데 그게 바로 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박 대통령의 잘못된 국민의식”이라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도 가끔 박 대통령이 역사에 관한 일은 역사학자와 국민들의 판단이며 정권이 재단하면 안 된다고 발언하는 등 가끔 정신처릴 때가 있는데 계속 정신 차릴 수 있도록 시민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당에서 먼저 국정화 교과서 저지하겠다고 말했었는데 야3당 공조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주최 측은 ▲국회의원들이 국정화 저지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국회에서 교육부장관을 소환해 국정화교과서에 대한 진행사항을 다 공개시키고 ▲시민사회에서는 역사바로세우기 운동 확실히 벌여가자고 결의했다. 더불어 야3당에는 ▲국정화저지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원내와 시민사회단체의 가교 역할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재용 변호사는 “토론회는 야3당이 시민사회의 힘을 합치기로 한 그 시작점으로 의미를 둘 수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들의 발제를 경청하는 시민들. ⓒ배영수 |
배영수 기자 (gigger@naver.com)
<2016-05-31>
☞기사원문: ?교과서 국정화 저지 위해 야당과 시민사회 힘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