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구 도심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하자’ 전문가 8인 릴레이 기고
일제 강점기 피해 심했고
위안부 문제 해결 위해
선도적 활동 전개한 곳
소녀상이 어울리는 도시
올해 들어 벌써 위안부 피해 할머니 여섯 분이 삶을 마감했습니다.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전체 238명) 중 생존자는 40명(16.8%, 국내 38명·국외 2명)이 됐습니다. 평균 나이 89.8세. 현재 대구·경북(전체 26명)에는 각각 3명과 1명이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 등 대구시민사회단체 회원 130여명은 지난달 15일 중구 국채보상로 오오극장에서 ‘대구평화의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결성했습니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고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어루만지자는 의미에서 대구 도심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합니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시민 문화제와 시민역사기행, 대구시민 학술포럼 등을 펼칠 계획입니다.
더불어 소녀상 건립을 범시민 참여운동으로 확대하고자 본지 지면을 활용해 일주일에 한 편씩 연재 기고를 합니다. 대구 지역 교수 등 전문가와 시민 등 8명으로 구성된 필진이 함께 합니다. (편집자 주)
작년 12월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일본의 요구가 집요하다. 집권 자민당이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정부 관계자가 철거는 10억 엔을 주기 위한 조건이라고 되뇌더니, 아베 총리가 아셈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다짐을 받기 위해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더 따질 것도 없이 한국 정부의 말이 맞다. 그런데도 왠지 일본 정부는 당당하다. 작년의 합의에 ‘소녀상에 관한 일본 정부의 우려를 인지하고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한국 정부의 약속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약속한 것은 1990년대 수준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인데도 이런 약속까지 해줘버렸다. 그래서 잘못된 합의라고 하는 것이다.
정식명칭이 ‘평화비’인 소녀상은 1992년 1월 8일에 시작된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1천회를 맞은 2011년 12월 14일에 시민들이 세운 ‘위안부’ 문제의 상징이다. 반인도적 범죄의 피해를 해결해달라는 간절한 호소와 잊지 말고 기억하여 다시는 그런 피해가 없도록 하자는 굳은 다짐이 새겨진 상징이다. 성남, 대전, 원주, 포항, 제주, 목포 등 전국 곳곳에 세워졌고 미국과 캐나다에도 세워졌다. 기념비 형태의 기림비까지 합치면 이미 국내 36곳 해외 12곳에 세워졌고, 국내외 30여곳에서 건립 추진 중이다.
대구에서도 지난 6월 15일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일본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구·경북 지역은 일제 강점의 피해가 심했던 곳이다. 또 대구는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을 중심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선도적인 활동을 전개해온 곳이기도 한다. 그만큼 소녀상이 어울리는 도시인 셈이다.
앞으로 모금, 부지 선정, 동상 제작 등의 작업들을 차근차근 진행해가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대구 시민들의 호소와 다짐이 담길 때 비로소 대구의 소녀상은 ‘살아있는 상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시의회가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의 글렌데일시는 시립공원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원주시는 원주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선정했다. 서울, 경남, 경기도는 ‘위안부’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대구시와 시의회가 부지 제공, 소녀상 관리 등을 위해 적극 지원할 때 ‘대구의 소녀상’은 더욱 큰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6-07-24> 대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