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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 발목 잡힌 ‘친일진상규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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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평] 01월 28일









배계규 기자 baekk@hk.co.kr




입력시간 : 2004/01/27 20:02


[한겨레] 사설


한나라, ‘친일규명법’마저 무산시킬 셈인가


친일 반민족 행위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입법이 끝내 무산 위기를 맞았다. 대통령 직속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두어 친일 행적을 가려내는 것을 뼈대로 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에 대해 국회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용균 의원이 “반려하는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회가 친일 반민족 행위 규명법안 처리에 늑장을 부려왔기에 김 의원의 발언은 새삼스런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가 친일 인명사전 발간에 드는 예산 5억원을 전액 삭감한 데 맞서 시민들이 열하루 만에 5억을 모금해내는 과정을 거친 상황에서, 친일규명 법안을 반려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김 의원이 반려를 검토하겠다며 내세운 이유를 보면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김 의원은 “법안을 주도한 사람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아버지를 친일파로 몰아 재미를 본 일이 있고, 정치적으로 대립 관계에 있는 조순형 민주당 대표의 부친을 친일 행위자로 매도한 사실도 있다”며 “정적 타도에 악용될 위험이 크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누군가 친일문제를 이용해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려고 한다면, 그럴수록 필요한 것이 진상 규명이다. 게다가 법안이 통과되었을 때, 진상규명에 나설 주체도 정치인이 아니라 전문 연구자나 학자들 아닌가. “60~100년이나 지난 친일행적의 진상에 접근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면, 진상규명을 그만큼 더 서둘러야 한다.


우리는 이미 ‘친일 인명사전 5억 모금’이 완료되었을 때, 16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친일
진상 규명법의 통과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도 ‘반려’ 운운하는 것은 국민의 염원을
짓밟는 다수당의 횡포다. 김 의원의 발언이 공식 당론인지 한나라당 지도부가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


한겨레 2004년 1월 28일치 사설
 http://www.hani.co.kr/section-001001000/2004/01/0010010002004012718112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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