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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업 ‘친일행적’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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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업 ‘친일행적’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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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조두남기념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독도 우표 발행 이후 불거진 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대일 국민감정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친일 행적이 있거나 의혹이 있는 인사들의 각종 기념사업을 두고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회가 친일인명사전발간 관련 예산을 삭감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최근 국회 법사위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보류시킨 일이 있어 친일 역사 청산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경북 성주군농민회는 군청 쪽이 지난해 5월25일 3천만원을 지원해 ‘백년설 가요제’를 연 데 이어, 이를 해마다 개최할 움직임을 보이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농민회 등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과 함께 군청을 항의 방문하고 보름 동안 1인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가요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쪽은 백씨가 일제의 태평양 전쟁 참가를 독려하는 〈아들의 혈서〉 〈혈서 지원〉 〈이몸이 죽고 죽어〉 〈지원병의 어머니〉 등의 친일가요를 불렀으며, 1948년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 계열이 지목한 숙청대상 친일인사들의 명단 초안에 ‘혈서지원자’(전쟁터에 나가 싸우겠다고 혈서로 맹세함)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년설추모사업회 관계자는 “당시에는 친일가요를 부르지 않으면 한국 가요 전체를 말살하겠다는 위협을 받아 어쩔 수 없이 그런 노래들을 부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경남 마산시 신포동에 가곡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5월29일 문을 연 ‘조두남 기념관’은 시민단체들이 친일인사가 쓴 가사를 받아 작곡하는 등 친일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문을 연 지 나흘 만에 휴관해 8개월째 문을 닫은 상태다. 또 마산시는 지난해 〈가고파〉 시인 노산 이은상의 문학 업적을 기리기 위해 상남동 노비산공원에 120여평 규모의 ‘노산문학관’을 지으려 했으나, 역시 친일 행적과 독재정권 협력 문제가 불거져 이름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마산시는 지난해 11월 각계 인사 16명으로 ‘지역 쟁점사항 해결을 위한 시민위원회’(위원장 남부희 경남대 교수)를 구성해 지난달 9일 ‘조두남 기념관’은 ‘마산음악관’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위 사진). 현재 마산음악관은 조두남의 유품·악보를 일부 치우고 마산 출신 다른 음악가들의 유품을 전시하는 등 내부 구조 변경 공사를 마쳤으며, 곧 개관할 예정이다.








    ‘노산문학관’은 ‘마산문학관’으로 이름을 바꿔 짓기로 했다.

    또, 경기 고양시는 지난해 11월 덕양구 장명산에 있는 〈사슴〉의 시인 노천명 묘역을 새로 단장하기로 하고, 시비 건립을 비롯해 안내문 제작, 설명문 건립, 문학답사 코스 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고양시민회와 민족문제연구소 등 18개 시민·사회단체 등은 지난 8일 성명을 내어 “대표적 친일문학인 노천명 시인의 묘에 시비 등을 세우는 것은 반민족·반역사적 행위”라며 이와 관련된 모든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2001년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에 들어선 미당 서정주의 시문학관을 둘러싸고도 현재까지 친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당 시문학관 이사회는 지난 4일 미당의 문학 업적뿐 아니라, 친일 부분도 함께 전시하자는 일부 의견을 받아들여 올 상반기 안에 이를 결정하기로 했다. 박우영 이사장은 27일 “유족 쪽에서 친일 부분에 대한 전시를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산 고양 고창 성주/

    김현태 김기성 박임근 박주희 기자 rpqkfk@hani.co.kr
    한겨레 2004년 1월 28일치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4/01/0050000002004012801052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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