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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움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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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네티즌 모금 역사정의실현운동으로 확산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움직이다
방학진 (vacationji)   
















 


▲ 2004년 2월 5일 민가협 주최 목요집회에서도 성금 모금이 이뤄졌다


 


ⓒ2004 민족문제연구소


 


지난 1월 8일부터 19일까지 이뤄진 네티즌들의 친일인명사전 편찬 기금 모금은 ‘과거사 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가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역사정의실현의 열기는 이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까지 번져 나가고 있다.

19일 5억 달성 기자회견과 촛불모임이 있은 후 적지 않은 질문이 연구소로 쏟아졌다. 질문은 크게 두 가지였다. 가장 많은 질문은 ‘모금을 중단하는 것이냐’를 묻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서 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편찬, 네티즌의 힘으로」 캠페인에서 「친일인명사전 편찬, 국민의 힘으로」로 구호를 바꿔 이번에 확인된 성금 모금 열기를 단순한 모금운동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역사정의실현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네티즌들의 두 번째 희망사항은 자신들이 이미 낸 성금 명단에 가족들의 이름을 함께 넣어 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문은 실무적으로 볼 때 좀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모금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네티즌들이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1987년 11월 발생한 KAL 858기 가족대책위원회 간부들은 직접 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들의 희생은 ‘남북 분단과 냉전의 산물이었으며 그 원인을 따지고 올라가 보면 바로 친일파들이 존재한다’면서 100만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관련 단체의 신성국 신부가 전화를 해왔다. 아직도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억울한 115명의 실종자들을 성금 기탁자 명단에 꼭 넣어달라는 것이었다. 이 처럼 친일문제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닌 현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5억 모금 달성이후 설 연휴 등으로 모금액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주춤한 편이지만, 그 이후 TV의 각종 시사 프로그램들이 앞다투어 친일청산 관련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제작해 내보내고 있는데 힘입어 모금은 2월 17일 현재 7억원이 넘어섰고 그 열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승아일레콤 안승준 사장과 직원들이 약 2년간 모았던 돼지저금통 7개를 보내주었다


 


ⓒ2004 민족문제연구소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설 연휴 이후에 연구소로 묵직한 소포가 배달되어 왔다. 그 안에는 동전들이 가득한 돼지저금통 7개가 들어 있었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편지지에는 연구소 활동에 대한 격려가 담겨있었다. 무명의 돼지 저금통 기탁자의 신분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택배의 전표에 발신자가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구로구 중앙유통상가에 위치한 [승아 일레콤] 안승준 사장과 직원들이었다. 안 사장은 직원이 실수로 주소와 연락처를 쓴 것 같다며 겸연쩍어 했고, 직원들과 함께 평소 좋은 곳에 쓰려고 사무실에서 한 푼 두 푼 모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오마이뉴스 기자 회원으로 그동안 자신이 썼던 기사 원고료를 모아 10만원을 보내오기도 해 모금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사회 원로인 평화포럼 이사장인 강원용 목사는 성금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왔으며, 해방 후 경무국 수사과장으로 이승만과 친일경찰들 사이에서 홀로 외로이 친일청산을 외치다 끝내 스러진 민족주의자 최능진 선생의 두 아들 최만립, 최필립 씨도 윤경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 앞으로 이메일과 함께 성금을 보내왔다.















 


▲ 소설가 유안진 교수


ⓒ2004 엠파스


‘지란지교를 꿈꾸며’로 유명한 서울대 유안진 교수는 성금을 보낸 후 필자와 나눈 전화 통화에서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일부 정치인과 땅찾기에 나선 송병준 후손을 강하게 비난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유안진 교수는 자신의 증조부인 유연옥(柳淵玉)선생의 이야기를 꺼내며 격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연옥 선생은 삼일만세운동 당시 임동 장터로 나가 만세운동에 가담했다가 일경으로부터 반죽음이 되도록 구타당한 후 연행되어 감옥에서 옥사를 했다고 전해지는데, 그 유해조차 찾을 수 없어 후손으로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고 1996년 이완용과 송병준 후손이 땅 찾기에 나섰을 때도 신문 칼럼을 통해 그 후손들을 통렬히 비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역사가 제대로 됐다면 어디 친일파의 후손이 저렇게 떳떳하게 나설 수 있겠느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최근 영화 <실미도>가 한국영화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그 성공 원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왜곡되고 은폐된 근현대사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 땅 사람들의 욕구를 들고 있다. 아무리 수구세력들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아 본들, 거짓과 불의로부터 진실과 정의를 가려내려는 자유의지를 어찌 꺾을 수 있을까. 대중이 외면하는 운동이 성공할 수 없다고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친일청산운동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며, 네티즌들은 역사 인식의 문제를 대중 속으로 옮겨놓은 의미있는 성과를 이룩했다고 볼 수 있겠다.


















<사회 원로들의 격려 글>
강원용 목사, 최필립, 최만립 형제















 


 


 


▲ 강원용 평화포럼 이사장


 


<강원용 목사의 격려 글>
과거의 서글픈 역사를 밝히고 바로 잡는다는 것은 매우 아픈 일이지만 이 일을 하지 못하면 그 수치스러운 역사는 현재와 미래 역사 속에서 청산 안되고 지속되게 된다. 그러기에 제2차 대전 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는 일제 지배 36년간과 일제 침략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엄청난 잘못을 청산하지 못한 채 6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우리나라 국회는 이 일을 외면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친일인명사전’을 출판하게 되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이 일에 참여하는 모든 애국애족하는 사람들에 의해 상처 투성이인 우리의 역사를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최만립, 최필립 형제의 격려 글>

윤경로 위원장님

어렵고 또한 훌륭한 일을 하시는 친일인명사편찬위원회 위원님께 경의와 성원을 보냅니다.우리 형제도 적극 참가할 것이고 성금도 내겠습니다.
다시금 우리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 그리고 민족적 사업의 필승을 기원합니다.

최필립 전 대사
최만립 세계생활체육단체협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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