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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후손 10명중 6명 ‘하층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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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4년 2월 19일치 보도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은 독립유공자 후손들만의 자조섞인 푸념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임이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국내 언론사상 처음 실시한 ‘독립유공자 유족실태 설문조사 결과’ 독립유공자 후손 10명 중 8명이 고졸 이하 학력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학력 위주의 한국 사회에서 낮은 교육수준은 직업선택의 기회를 박탈해 후손 10명 중 6명은 현재 직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또 가난과 궁핍으로 이어져 10명 중 6명이 자신의 생활·경제수준이 ‘하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지난 2일부터 17일까지 전국 6개 지역의 독립유공자 후손 2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경제·생활수준이 ‘하층에 속한다’는 응답자가 59.4%(133명)나 되는 반면 ‘중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이는 40.1%(90명)였으며, ‘상층에 속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명뿐이었다.


결국 자신의 생활·경제수준이 ‘중·하층에 속한다’는 응답이 99% 이상으로 ‘의식조사’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학력과 직업에 대한 답변을 보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이 더 구체적으로 입증된다. 직업을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 225명 중 131명(58.2%)이 ‘무직’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농업 44명(19.6%), 회사원 12명(5.3%) 순이었다.


학력은 무학이 25명(11.1%), 초등졸이 43명(19.1%), 중졸·중퇴가 31명(13.8%)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절반 가량이 중졸 이하의 학력으로 교육을 제대로 못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국가보훈처가 연금 등 보훈혜택과 관련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생활수준을 조사한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언론사·민간연구소가 후손들에 대한 생활·경제·학력수준 실태조사를 종합실시한 전례는 없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번 조사는 절반 이상의 독립유공자 후손이 한국 사회의 평균 수준에도 훨씬 못미치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생계대책조차 꾸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
최종 편집: 2004년 02월 18일 18:26:26
http://www.khan.co.kr/news/artview.html?artid=200402181826261&code=940100



독립유공자 후손들 몰락 ‘현실’로


경향신문과 민족문제연구소의 공동 조사결과 18일 드러난 독립 유공자 후손들의 살림살이와 현실은 당초 생각보다 훨씬 더 비참했다. 대물림된 가난, 이로 인한 교육의 부재, 그리고 필연적인 계층 하락의 연결고리에 허덕이며 지난한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조사 과정에서 유공자 후손들 중 일부는 “더 이상 정부와 사회에 기대할 것이 없다”며 조사 자체를 거부했고 일부는 강한 반감까지 드러냈다.


현재 국가보훈처로부터 보훈혜택을 받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은 모두 5,154명. 이번 조사에는 이중 4.4%를 표본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은 지역별로 서울 49명, 충북 75명, 광주 36명, 대전 36명, 수원 17명, 대구 12명 등이다.


◇절반 이상이 ‘하층’=이번 실태 조사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조사대상의 절반 이상이 생활·경제수준 질문 항목에서 ‘하층’이라고 답한 점이다.


상·중·하층에 대한 세부 분류 항목에서 상·상 0명(0%), 상·중 1명(0.5%), 상·하 0명(0%), 중·상 5명(2.2%), 중·중 37명(16.5%), 중·하 48명(21.4%), 하·상 74명(33.0%), 하·중 50명(22.3%), 하·하 9명(4.0%)이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해방된 조국을 꿈꾸며 나라 안팎에서 일제에 저항했던 독립운동가 후손들 다수가 이 사회의 주도층이 아닌 최하층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이번 조사 결과는 독립 유공자와 그 후손들에 대한 사회적 홀대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가보훈처가 후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애국지사 유족 생활정도 분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훈처는 후손 5,154명 가운데 상층이 1,140명, 중층이 2,353명, 하층 1,605명, 생계곤란층 56명으로 분류했다. 비율상 분포는 상층 22%, 중층 45%, 하층 32%, 생계곤란층 2%다.


보훈처는 통계청이 제시한 ‘도시근로자 가계비 추계자료’에 근거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기계적이고 산술적인 계산만 했을 뿐 후손들 생활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부족했음을 드러내고 있다.


◇박탈된 배움의 기회=독립유공자 후손 절반 이상이 ‘빈곤층’이라는 현실은 학력과 직업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 응한 유공자 후손 225명 중에는 고졸자가 80명(35.6%)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무학 25명(11.1%), 초등졸 43명(19.1%), 중졸 25명(11.6%), 중퇴 5명(2.2%) 등으로 후손 절반 가까이가 고등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졸은 31명(13.8%), 대학중퇴는 5명(2.2%)이었다.


선대인 독립유공자 대부분이 일제시대 당시 고등교육을 받은 당대 엘리트들이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교육 부재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절반 이상이 무직=배움의 기회가 적다보니 유공자 후손중 상당수는 변변한 직업도 없이 연금 등에 의지해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유공자 후손 중 131명(58.2%)은 직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족문제연구소측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무직자중 상당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마땅한 일자리를 갖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농업 종사자가 44명(19.6%)으로 많았고, 회사원 12명(5.3%), 자영업 6명(2.7%), 공무원 6명(2.7%), 노무 5명(2.2%), 교사·교수 5명(2.2%), 운수업 4명(1.8%), 상업 3명(1.3%), 목사·전도사 2명(0.9%), 의사 2명(0.9%) 등의 순이었다.


◇원인 분석=민족문제연구소는 ▲광복 뒤 독재정권하 친일세력 재등장 ▲이에 따른 독립운동세력의 배제 및 거세 ▲친일문제 언급을 금기하는 분위기 조성 ▲보훈이 아닌 시혜 차원의 미미한 독립유공자 및 후손에 대한 예우 등이 구조화되면서 후손들이 이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민족문제연구소 김도훈 상임연구원은 “여전히 친일문제가 사회적 논쟁의 주요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독립유공자와 후손이 겪었던 고초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에 대한 사회적 예우는 국가의 정통성과 존엄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과거사 청산 등을 통해 독립유공자들의 뜻과 함께 후손들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김종묵·선근형·이지선(이상 사회부)기자, 강윤중 사진부 기자〉
최종 편집: 2004년 02월 18일 19:01:12

http://www.khan.co.kr/news/artview.html?artid=200402181901121&code=94


“독립유공자 생활실태 잘못된 역사청산 잔재”


경향신문과 민족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독립유공자 생활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역사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잘못된 역사 청산의 잔재’라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사학과 서중석 교수는 “해방 후 대한민국은 친일세력이 모든 권력을 독점했다”며 “독립유공자들은 변방으로 밀려나야 했고 심지어는 친일정부의 감시와 탄압을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교수는 또 “정실주의와 연고주의가 팽배해 있는 대한민국에서 친일파 후손은 선대들의 명예와 부를 물려받았지만 독립유공자들의 자손들은 선대의 가난과 피해의식을 고스란히 이어받아야만 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그같은 대물림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조동걸 위원장은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은 가정을 돌볼 틈이 없었고 후손들은 교육 기회를 박탈당했고, 해방 이후에도 사회·경제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모순된 사회적 구조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조위원장은 “친일파 후손들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들의 욕심을 채우는 데 반해 독립운동가 자손들은 경제적으로도 궁핍하고 할말도 제대로 못하고 산다”며 “역사 청산 작업 등을 통해 지금이라도 거꾸로 가는 세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사문제연구소 장신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도 나왔듯이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다면 국가 위기 상황 때 아무도 국가를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들도 독립유공자들과 그 후손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며 “독립운동사를 단순한 ‘옛날 이야기’가 아닌 살아 숨쉬는 역사로 받아들여 교훈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종 편집: 2004년 02월 18일 19:01:20
http://www.khan.co.kr/news/artview.html?artid=200402181901201&code=94


독립유공자 후손 시혜적 보훈정책 구조적 원인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가난 대물림과 배움기회 박탈, 또 계층 하락은 거꾸로 간 역사의 구조적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진정한 예우 차원이 아닌 시혜 차원에서 도입된 보훈정책도 가난·무지의 대물림을 고착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과 함께 설문조사를 실시한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우리 민족사의 원죄와도 같은 친일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광복 뒤 친일세력이 새 국가 건설의 주체로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자로 자리잡았다”면서 “국가공로자로 변신한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를 심사하고 포상하는 웃지 못할 풍경까지 나오게 됐다”고 지적했다.


사회 주류가 된 친일파들이 득세한 해방 이후 정권 아래서 친일문제 자체를 거론하는 게 금기시될 만큼 민족사 정의는 실종됐고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은 그만큼 소외됐다는 지적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부도덕한 역대 정권들이 추진한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에 대한 보훈정책은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독립유공자가 전몰유공자와 함께 분류되고 광복회가 일개 정부 부처 관할과 감독을 받는 등 외형상 홀대도 문제”라고 밝혔다.


연구소 김민철 연구원은 “국가가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을 발굴하지 못하고 그들 스스로가 독립유공자임을 입증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는 곧 보훈이 아닌 시혜의 차원으로 또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아닌 동정의 차원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연구원은 또 “친일파와 그 후손들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정치, 교육, 문화, 언론 등 각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며 “철저한 친일행위 규명과 함께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으려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종 편집: 2004년 02월 18일 19:01:27
http://www.khan.co.kr/news/artview.html?artid=200402181901271&code=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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