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공식마감이후 쏟아진 모금 뒷얘기

558




























공식 마감 이후 쏟아진 <친일사전> 모금 뒷얘기
오프라인까지 확산…삼일절 ‘팔도독립군 총 거병의 날’ 행사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방학진(vacationji) 기자   














▲ 2004년 2월 5일 민가협 주최 목요집회에서도 성금 모금이 이뤄졌다
ⓒ2004 민족문제연구소

지난달 8일부터 19일까지 이뤄진 네티즌들의 친일인명사전 편찬 기금 모금은 ‘과거사 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가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역사정의실현의 열기는 더 나아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까지 번져 나가고 있다.

19일 5억 달성 기자회견과 촛불모임이 있은 후 적지 않은 질문이 연구소로 쏟아졌다. 질문은 크게 두 가지였다. 가장 많은 질문은 ‘모금을 중단하는 것이냐’를 묻는 것이었다.


























19일 정오 현재 7억 1359만원 모금

지난 1월 8일 부터 시작된 친일인명사전 편찬비용 모금은 모금 개시 11일만인 1월 19일 5억원 모금을 달성했다. 이는 당초 8월 15일 광복절까지로 예상했던 것을 훨씬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당초 모금액 5억원이 달성됨에 따라 공식적인 모금은 일단락 짓고 모금 창구를 민족문제연구소로 넘겼다. 그러나 이후에도 모금 열기는 식지 않아 그로부터 5억원 모금이 달성된지 한 달 뒤인 2월 19일 현재 7억원을 넘었다.

구체적인 액수는 19일 정오 현재 총 모금액은 총 713,599,696원 (31,075건)으로, 국민은행분은 332,436,788원(13,018건), 농협분은 185,715,907원(8,402건) 이다. 이밖에 신용카드 등으로 접수된 금액은 195,447,001원(9,655건)이다.
이 질문에 대해 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편찬, 네티즌의 힘으로> 캠페인에서 <친일인명사전 편찬, 국민의 힘으로>라고 구호를 바꿔, 이번에 확인된 성금 모금 열기를 단순한 모금운동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역사정의실현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또 네티즌들의 두 번째 질문 겸 희망사항은 자신들이 이미 낸 성금 명단에 가족들의 이름을 함께 넣어 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문은 실무적으로 볼 때 좀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모금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네티즌들이 그 만큼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실제로 1987년 11월 발생한 KAL 858기 사건 가족대책위원회 간부들은 모금 기간 중 직접 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들의 희생은 ‘남북 분단과 냉전의 산물이었으며 그 원인을 따지고 올라가 보면 바로 친일파들이 존재한다’면서 100만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성금 기탁 며칠 후, KAL 858기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신성국 신부가 전화를 해왔다. 아직도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억울한 115명의 실종자들을 성금 기탁자 명단에 꼭 넣어달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친일문제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닌 현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5억 모금 달성 이후 설 연휴 등으로 모금액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주춤한 편이지만, 그 이후 TV의 각종 시사 교양 프로그램들이 앞다투어 친일청산 관련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제작해 내보내고 있는데 힘입어 모금액은 16일 기점으로 7억원이 넘어섰고, 그 열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상에 남는 성금 사례로는 설 연휴 이후 연구소에 도착한 묵직한 택배를 들 수 있다. 그 안에는 동전들이 가득한 돼지저금통 7개가 들어 있었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편지지에는 연구소 활동에 대한 격려가 담겨있었다. 무명의 돼지 저금통 기탁자의 신분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택배의 전표에 발신자가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구로구 중앙유통상가에 위치한 ‘승아 일레콤’ 안승준 사장과 직원들이었다. 안 사장은 ‘직원이 실수로 주소와 연락처를 쓴 것 같다’며 연구소의 감사전화에 무척 겸연쩍어 했고, 직원들과 함께 평소 좋은 곳에 쓰려고 사무실에서 약 2년 정도 한 푼 두 푼 모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사례의 주인공은 덕수궁 터 미 대사관 건립 반대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이다. 황 소장은 <오마이뉴스> 기자 회원으로 그동안 자신이 썼던 기사 원고료를 모아 10만원을 보내오기도 해 모금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기업의 경우 규모가 제법 큰 모 IT 업체는 연구소의 독자적인 데이터 베이스 구축 그리고 그와 관련하여 서버와 소프트웨어, 구축인원, 웹서버와 기타 관련 장비, 컴퓨터와 인터넷 접속관련 장비 일체를 제공하기로 했으며, 또 다른 IT 업체는 인터넷 유해 트래픽 차단용 레이어를 기증하기도 했다.

한편, 공식 모금 계좌 중 한 곳인 농협의 경우 계좌 개설 지점인 청량리지점 지점장과 차장이 직접 연구소를 방문한 가운데 뜻 있는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농협 계좌로 입금되는 수수료 일체를 면제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사회 원로인 평화포럼 이사장인 강원용 목사는 성금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왔으며, 해방 후 경무국 수사과장으로 이승만과 친일경찰들 사이에서 홀로 외로이 친일청산을 외치다 끝내 스러진 민족주의자 최능진 선생의 두 아들 최만립, 최필립씨도 윤경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 앞으로 이메일과 함께 성금을 보내왔다.














▲ 소설가 유안진 교수
ⓒ2004 엠파스
<지란지교를 꿈꾸며>로 유명한 서울대 유안진 교수는 성금을 보낸 후 필자와 나눈 전화 통화에서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일부 정치인과 땅 찾기에 나선 송병준 후손을 강하게 비난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유안진 교수는 자신의 증조부인 유연옥(柳淵玉) 선생의 이야기를 꺼내며 격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연옥 선생은 삼일만세운동 당시 임동 장터로 나가 만세운동에 가담했다가 일경으로부터 반죽음이 되도록 구타당한 후 연행되어 감옥에서 옥사를 했다고 전해지는데, 그 유해조차 찾을 수 없어 후손으로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난 1996년 이완용과 송병준 후손이 땅 찾기에 나섰을 때도 유 교수는 신문 칼럼을 통해 그 후손들을 통렬히 비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역사가 제대로 됐다면 어디 친일파의 후손이 저렇게 떳떳하게 나설 수 있겠느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네티즌들은 올 삼일절 독립기념관에서 가칭 [팔도 독립군 총 거병의 날]행사를 갖는 것을 시작으로 온라인에서의 친일청산 열기를 오프라인으로 확대시켜 ‘역사정의실현 범국민’운동의 첫 봉화를 올릴 계획이다.

이 날의 행사는 정태춘, 박은옥씨를 비롯해 대전지역 문화패인 우금치의 풍물공연, 전통무예 택견 시범, 독립군가 함께 부르기, 친일관련 각종 전시회, 백범 노트 판매, 사전 모금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이번 행사를 위해 독립기념관측은 겨레의 집에 무대 설치를 약속했다. 이는 그 동안 친일청산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과거의 모습과 비교할 때 대단히 고무적인 모습이다.

최근 영화 <실미도>가 한국영화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그 성공 원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왜곡되고 은폐된 근현대사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 땅 사람들의 욕구를 들고 있다. 아무리 수구세력들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아 본들, 거짓과 불의로부터 진실과 정의를 가려내려는 자유의지를 어찌 꺾을 수 있을까.

대중이 외면하는 운동이 성공할 수 없다고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친일청산운동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며, 네티즌들은 역사 인식의 문제를 대중 속으로 옮겨놓은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룩했다고 볼 수 있겠다.


























유학생-재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등 성금 보내와











▲ 해외 동포, 유학생들이 보내온 성금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와 민족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친일인명사전 편찬비용 모금운동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동포들까지도 참여한 가운데 몇몇 동포들은 편지 속에 성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재미동포 조명신씨는 주변 지인들과 함께 130달러를 보내왔다. 모금에 참여해주신 분은 뉴스코리아 소속 6명(김현관 서미영 윤성희 조명신 조현석 최성식)이 100달러, 김지민 양연승 한경선씨가 각각 10달러씩을 보탰다.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는 규슈대학에 유학중인 유학생 5명(정윤영 김종화 김대웅 박석곤 장면주)이 모두 7000엔을 귀국하는 인편을 통해 편지 속에 넣어 현금으로 보내왔다.

이들은 편지글에서 “우리의 주체성을 잃어버리고 자신을 잃어버리고 민족을 등진 부끄러운 선조들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와 우리 후손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고 올곧게 갈 수 있도록 친일파에 대한 조사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송두율 교수를 독일 현지에서 인터뷰해서 보도하기도 했던 독일유학생 강구섭씨가 안부편지를 겸해 우리돈 3만원을 보내왔다. / 정운현 기자





























사회 원로들의 격려 글
강원용 목사, 최필립·최만립 형제












▲ 강원용 평화포럼 이사장
<강원용 목사의 격려 글>

과거의 서글픈 역사를 밝히고 바로 잡는다는 것은 매우 아픈 일이지만 이 일을 하지 못하면 그 수치스러운 역사는 현재와 미래 역사 속에서 청산되지 못하고 지속되게 된다.

그러기에 제2차 대전 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는 일제 지배 36년간과 일제 침략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엄청난 잘못을 청산하지 못한 채 6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우리나라 국회는 이 일을 외면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친일인명사전’을 출판하게 되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이 일에 참여하는 모든 애국애족하는 사람들에 의해 상처 투성이인 우리의 역사를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최만립, 최필립 형제의 격려 글>

윤경로 위원장님!
어렵고 또한 훌륭한 일을 하시는 친일인명사편찬위원회 위원님께 경의와 성원을 보냅니다. 우리 형제도 적극 참가할 것이고 성금도 내겠습니다. 다시금 우리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 그리고 민족적 사업의 필승을 기원합니다.

최필립 전 대사
최만립 세계생활체육단체협의 회장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