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을
원안대로 즉각 상정하라
지난 26일 밤 어렵게 법사위를 통과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 수정안(이하 특별법)이 한나라당에 의해 본회의 상정이 보류되고 있다. 당연히 청산되어야 할 부끄러운 과거가 해방 6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에 우리 시민사회단체들과 학술연구단체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진정 역사정의실현의 걸림돌을 자처할 것인지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특별법은 이미 누더기 수준이 아니라 진상 규명을 저지하기 위한 법안으로 바뀌었다.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균의원의 반역사적인 작태로 인해 최종 수정된 특별법은 법안 제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으며, 나아가 진상규명 자체를 저지하는 법안으로까지 변질되어 버렸다.
김용균의원의 행위는 정치적 신념의 문제로 이해하기엔 그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법안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진상규명을 막기 위해 각종 단서를 달아 법안을 무력화시켰다. 그 결과 1948년의 반민족행위처벌특별법보다도 더 후퇴한 괴물이 탄생한 것이다. 그동안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한 일부 의원들의 노력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엉터리 법안이라면 차라리 합의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종 수정된 특별법안은 어떻게 개악되었으며, 이를 통해 김용균의원이 노린 것은 무엇인가.
첫째, 친일반민족행위의 대상을 최대한으로 제한하여 사실상 대다수의 친일행위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려고 하였다. 제2조 10항의 ‘일본제국주의 군대의 장교로서’를 ‘중좌 이상의 장교’로 제한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렇게 수정하면 홍사익과 김석원(장군급) 정도만 대상자가 되고 나머지 일제의 침략전쟁에 복무한 위관급 장교들은 모두 제외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시 조선인으로 일본육군사관학교나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군 장교로 근무하면서 항일운동세력을 탄압한 사람들은 대다수가 위관급이었다. 결국 핵심적인 행위자들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그리고 제2조 11항부터 14항에 걸쳐 공통적으로 ‘전국적 차원에서’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자만을 조사하도록 제한한 것은 수정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전국적 차원으로 대상을 제한했을 경우, 지방 유지로서 친일활동을 한 인물들은 자연스럽게 제외될 것이다. 따라서 남는 것은 중앙의 몇몇 정도일 것인데, 그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지방에서 적극적으로 친일행위를 한 사람들을 내놓고 보호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둘째, 정체불명의 조항을 신설하여 위원회의 활동을 막고 심지어 민간단체의 친일반민족행위 연구까지 차단할 수도 있는 악법을 만들었다. 제23조(조사대상자의 보호)의 신설된 2항 ‘누구든지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의 기간 중 행정기관․군대․사법부․조직․단체 등의 특정한 직위에 재직한 사실만으로 그 재직자가 이 법에 의한 친일반민족행위를 행한 것으로 신문․잡지․방송 그 밖의 출판물에 의하여 공표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법 논리상으로 따지면 ‘누구든지…공표해서는 안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게 법인가. 위원회는 물론 그 누구도 자유롭게 친일문제를 말하지 말아야 하며, 이를 위반했을 경우(제29조 벌칙의 신설된 1항 2호)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협박하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상 규명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법이 아닌가.
이밖에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조항들이 신설되어 법안을 더럽히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는 이 법조차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였다. 도대체 왜 이런 억지를 부리는가. 목적은 단 하나, 만에 하나 여론에 밀려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법안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런 법안이라면 역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한나라당은 더 이상 법안 통과를 방해하지 말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을 원안대로 제정하는 데 협조하라.
1. 정치권은 과거사 청산이 민족의 건강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뼈를 깎는 자성의 과정임을 직시하고 이 문제에 정략적 태도로 접근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1. 정부는 과거사와 관련하여 진행되고 있는 민간단체의 역사문화운동을 적극 지원하라.
1. 김용균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법안 심의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정치적 견해 차이를 넘어선 몰상식한 망발로, 이는 역사 앞에 반드시 심판 받을 것임을 경고해 둔다.
2004년 2월 28일
일제하강제동원진상규명특별법추진위원회, 녹색연합,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역사문제연구소, 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여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환경운동연합
▲경향신문 2월 28일치 만평 ©경향신문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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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치 만평 ©정 설[전남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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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치 만평 ©장 봉 군[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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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치 만평 ©배 계 규[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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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치 만평 ©백 무 현[서울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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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치 만평 ©박 순 찬[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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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치 만평 ©서상균[국제신문] |